'두부 반 모'로 아이 하루를 먹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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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3.1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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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원’ 어린이집 식판전쟁①] 어린이집 급간식비 '1745'원 11년째 제자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는 1745원으로 책정돼 있다. 2009년 산출돼 올해로 11년째 같다.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높일 방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 기자 말

1745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점심 한 끼와 간식 두 번의 급식비가 1745원이라면 급식재료 상태도 안 좋은 걸 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양껏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급식량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요.”

“급식비가 너무 적네요. 점심 한 끼만 생각해도 적다고 생각할 텐데 두 번 간식까지 포함이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 음료수 하나만 사도 1000원 이상입니다. 내용을 보고 나니 아이들 식사 재료가 걱정되네요.”

정부가 어린이집 급간식비로 책정한 금액은 1745원이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검색창에 ‘유기농 두부’를 검색하면 2000원~4000원 대까지의 다양한 가격의 두부가 나온다. 정부가 규정해놓은 1745원보다는 모두 가격이 높다.

다시 말해 0세 ~ 만 2세의 아이들의 급간식비는 두부 한 모조차 못 사먹는 가격인 셈이다. 어린이집에서 간식으로 자주 나오는 사과 역시 한 개당 1000원~2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어린이집 급간식비로는 사과 두 개 이상 구매하지 못한다.

2009년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지침에 따라 보육아동급식비 기준이 1745원으로 명시된 이래 이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자료사진ⓒ베이비뉴스
2009년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지침에 따라 보육아동급식비 기준이 1745원으로 명시된 이래 이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11년째 멈춰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지침에 따라 보육아동급식비 기준이 1745원으로 명시된 이래 이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이 비용은 순수한 식재료 구입비를 의미한다.

1745원의 산출 근거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에서 “2008년에 숭실대학교 김현숙 외 1인의 교수가 낸 ‘보육료 지원체계 개편방안연구’를 참고해 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보육료 안에 포함된 어린이집 원아 1인당 1745원은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제1조는 어린이들이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식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어린이 건강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제33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34조 별표 8의 나목에도 영유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사가 작성한 식단에 따라 급식을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어린이집 급간식비 1745원, 부모 90.4% ‘몰랐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스칼라티움 상암월드컵점에서 육아 신문 베이비뉴스가 주최한 ‘제377회 맘스클래스’ 산모교실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8일 베이비뉴스가 주최한 ‘제377회 맘스클래스’ 산모교실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의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부모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영유아기의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정부에서 최소 1745원이라는 금액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스칼라티움 상암월드컵점에서 베이비뉴스가 주최한 ‘제377회 맘스클래스’ 산모교실에 참여한 부모들을 대상으로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검단맘, 파주맘, 김해맘 세 곳의 온라인 맘카페를 비롯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도움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에는 61명,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597명이 응했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적정 금액에 대해서는 81.6%가 ‘3000원 이상’을 택했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급간식비 적정 금액에 대해서는 81.6%가 ‘3000원 이상’을 택했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온·오프라인 조사 참여자 중 무려 90.4%가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 금액이 ‘1745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특히, 현장 응답자 61명 중에는 단 3명(4%)만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라인 응답자 역시 총 597명 중 60명(10%)만이 알고 있었다.

아울러 '급간식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변은 현장 조사의 경우 총 61명 중 51명(83%)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온라인 조사는 무려 94%의 부모가 적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에는 ‘물가에 맞지 않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적정 금액에 대해서는 81.6%가 ‘3000원 이상’을 택했다. 특히, 현장 조사에서는 1000원~1500원을 선택한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00원~2500원 3명(5%), 3000원 이상이 58명(95%)이었다. 온라인 역시 3000원 이상이 총 597명 중 478명(80%)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0원~2500원은 97명(16%), 1000원~1500원은 22명(4%) 순이었다.

“급식비와 간식비 합해서 1745원이면 너무 질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우유 하나도 1000원 하는데, 무엇을 음식과 간식으로 준다는 것인지.”

“물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2009년부터 시행됐던 급식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 단가에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 도남희 부연구위원, “물가상승과 현장의 의견 반영한 적정 급식비 책정 필요”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실제 급간식비는 평균 2803원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실제 급간식비는 평균 2803원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2014년 연구·발표한 ‘육아지원기관의 급·간식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실제 급간식비는 평균 2803원이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평균 3245원으로 어린이집 유형 중 가장 높았다.

도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어린이집의 급간식비는 지난 2007년과 2012년 단가 조정이 있었음에도 1745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실적으로 영유아에게 양질의 급간식을 제공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단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한 급간식비 책정을 위해 검토된 연구나 현장의견을 받아 현실적인 급간식비 단가의 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14년 12월 10일 발행된 육아정책브리프 ‘영유아 건강을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급식 운영을 진단하다’에서는 건강한 급식 제공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급식비 적정 수준 책정 및 지원 ▲영유아 특수성을 고려한 급식 제공 ▲급식 관련 법률과 운영체계 통합 ▲급식 운영 지침과 평가체계 통합 등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도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을 반영한 적정한 급간식비 책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온 지도 5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최소 1745원 이상’이라는 규정은 올해도 제자리다.

한편 같은 보고서에서는 ▲영아와 유아의 발달 특성이 반영된 급식 제공이 필요하며 ▲영아를 보육하고 있는 기관의 급식에 대한 영양 관리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안심모니터링단, 자자체와 인증평가 등 급식 관련 평가를 단일화해 기관 운영의 효율화를 지향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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