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동갑내기 친구들과 못 어울려요
아이가 동갑내기 친구들과 못 어울려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3.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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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아이가 또래와 어울리려면 '자아통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Q. 다섯 살 여자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친척집을 가도 겉도는 것이 눈에 띌 정도입니다. 놀이를 할 때도 또래와 놀지않고 나이가 많거나 적은 아이하고만 어울려 놀아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동생들이나 언니, 오빠와 노는 것이 좋다는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동생들이나 언니, 오빠와 노는 것이 좋다는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A. 나이가 많거나 적은 아이하고만 아이가 어울려 논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나이가 많거나 적은 아이하고만 놀다보면 이런 효과를 얻기는 힘들다.

부모들 중에는 나이 많은 아이와 노는 아이를 조숙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등한 친구 관계로 인정받지 못하고 동생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귀여움을 받는다는 생각이 앞서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자신보다 어린 아이하고만 노는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대등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거나, 의견을 제대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에게는 자기주장을 쉽게 내세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어린 아이하고만 놀려고 하는 것이다.

◇ 뇌과학적 의미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자아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에게 자아가 생기면 아이는 추리, 계획, 반성,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능력, 연결하고 연계하는 능력, 협상력, 문제 해결력이 생긴다.

자아통합에 있어서 자기조절력이 중요하다.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변연계 상부가 발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감정을 통제하고 평가하는 일은 5~6세는 되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감정조절에는 전두엽도 중요한데, 감정은 대뇌변연계에서 만들어지지만 전두엽에서 지각할 수 있다.

대뇌변연계와 전두엽이 발달해야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주변의 사건과 일치시킬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또래 친구에게 알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면서 공감 능력도 생겨 5~6세가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또래 친구에게 건네기도하는 자아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아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감정뿐 아니라 하위 뇌의 탐색시스템도 필요하다. 아이는 탐색시스템으로 호기심을 갖고 또래 친구들을 찾아본다. 삶에 대한 의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 그리고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이 생긴다. 탐색시스템은 마치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창의적이 되며 더욱 분발하게 된다.

신체적 감각도 자아통합에 중요하다. 신체놀이는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으며, 뇌에서 오피오이드를 다량 분비하게 함으로써 강력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한다. 특히 상호작용 놀이는 전두엽의 감정 조절 기능을 향상시킨다. 상호작용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감정 조절 면에서 현저한 발달을 보이는데, 상호적인 신체놀이를 하면 상위 뇌 발달을 촉진하는 'BDNF'라는 신경촉진인자가 분비된다.

자아는 결국 이렇게 감정, 탐색시스템, 감각, 생각 등이 통합되어야 기능을 할 수 있다. 자아는 자신의 감정을 듣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경험, 자신의 호기심이나 열정을 발휘하는 체험, 신체놀이를 통한 스트레스 회복력,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문제 해결력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사회성의 뇌. ⓒ김영훈
사회성의 뇌. ⓒ김영훈

◇ 양육솔루션

▲대신해 주지 마라

아이가 할 수 없다고 미리 단정 짓지 말자. 아이가 못미더워 무슨 일이든 부모가 대신해준다면 아이는 의존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쉽게 의지하는 기질은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부모처럼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나이 많은 상대와 놀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한 것은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맡겨야 한다.

▲또래 친구와 접할 기회를 만들어라

우선 또래 친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주자. 가까운 친구 집에 심부름을 보내거나 운동 프로그램을 함께 하도록 유도한다. 자연스레 또래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노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라면 부모가 직접 놀이에 참여해서 노는 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가 또래 친구와 놀 때의 즐거운 점을 발견하고 나면 금세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다.

▲아이의 나이와 능력에 맞게 대하라

마냥 귀하고 예뻐 “우리 아기~” 하며 어린아이 취급을 하면 안된다. 부모가 아이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 정도로 대한다면 밖에서도 그럴 수 있다. 아이가 나이와 능력에 맞는 적당한 역할과 지위, 책임 등을 가져야 친구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 수 있다.

▲비웃지 마라

“넌 왜 만날 형(또는 동생)들 하고만 노니? 넌 친구도 없어?”라고 비웃거나, 아이가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늘 무시한다면 아이는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부모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믿게 된다.

이보다는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해주지 않을래?”라는 식으로 또래들과 놀 것을 우회적으로 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요하지 마라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아이와 노는 것이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 그러는 게 아니라 먼저 친하게 되어 그럴 수도 있다. 이 때 또래 친구들과 무리하게 놀게 할 경우 익숙하지 않은 탓에 대등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위축감을 느껴 또래들과 어울리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생각, 감정 등을 분명히 표현하게 해라

평소 자신의 생각과 느낌, 의견 등을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상황에 맞는 말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부모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너는 할 수 있어!”, “네 뒤에는 엄마 아빠가 있다” 등의 격려를 한다면 아이의 자존감과 긍지가 높아진다.

▲모델링이나 역할놀이를 통하여 자기조절력을 높여라

자아통합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모델링이 되는 것이다. 부모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한 행동을 보여주거나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하면, 아이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아를 통합해 간다. 역할놀이를 통해, 또 이런저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또는 그런 상황에서 형제나 친구는 어떤 기분인지를 계속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연습은 특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남아들에게 중요하다.

▲부모와의 관계부터 점검해라

아이를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거나, 아이의 감정을 거부하는 부모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하면 자기통제나 행동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공격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 부모는 아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되, 정도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선 제한하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해라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가 바로 지적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엄마는 아이와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도우미 역할을 하자. 만일 아이가 적절치 않은 결론을 내렸다면 대화를 통하여 실제로 행동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자.

▲발달의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라.

또래 친구에 비해 발달이 늦거나 뭐든지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과 놀기를 좋아한다. 자기조절력이 미숙하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는 신체놀이를 할 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신체놀이 시간을 많이 갖는다면 아이가 감정과 스트레스를 좀 더 잘 관리하고 자아를 통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전문가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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