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대한 존재… 그러니 내가 울 때마다 '맘마' 주세요
나는 위대한 존재… 그러니 내가 울 때마다 '맘마' 주세요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9.03.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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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엄마 자리② '수유텀'과 영아의 초기 자아감 형성

Q. 얼마 전에 출산한 새내기 아빠입니다. 육아에 있어 아내는 장모님의 견해는 온전히 따르는 반면 저희 부모님과는 약간 견해에 차이가 있습니다. 장모님은 수유를 시간 맞춰서 하고, 잘때도 따로 재우라고 하시는데, 제 부모님은 수유는 아이가 울면 주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재우기도 같이 데리고 자라고 하십니다. 각자 부모님의 견해가 다르다 보니, 저희 부부도 견해가 다릅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울면 젖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 아기들은 ‘나는 능력 있어. 내가 젖이 먹고 싶은 줄 알고, 젖이 알아서 들어오잖아. 그건 내가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한 존재이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뉴스
‘울면 젖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 아기들은 ‘나는 능력 있어. 내가 젖이 먹고 싶은 줄 알고, 젖이 알아서 들어오잖아. 그건 내가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한 존재이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뉴스

A. 새내기 부모의 고민답습니다. 이제 막 출산을 한 부모는 선배 부모에게 육아 방식을 묻기 마련이지요. 가장 가까운 선배는 부모님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도 부모님의 견해대로 키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양가 부모님의 견해가 다르면, 좀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가? 어느 것이 좋은 것인가? 등으로 견해가 갈라질 수 있지요.

딱히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성격이 달리 발달하기 때문이지요. 상반된 견해에 따른 장점부터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수유를 시간에 맞추는 것을 철저히 지키면, 아이는 시간과 규율을 잘 지키는 성향으로 발달합니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기 역시 젖달라는 울음도 시간에 맞춰서 울게 됩니다. 그러면 엄마는 규칙적으로 젖을 준비하고 먹일 수 있지요. 일하는 엄마라면 이렇게 적응하는 아기의 대리수유도 점차 편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기가 울 때마다 수유를 한다면, 아기는 욕구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성향으로 발달합니다. 울 때마다 엄마가 와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신호를 보냅니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기 역시 젖달라는 울음도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아기의 욕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그러면서 아기의 울음소리도 미세하게 변한다는 것을 감지하게 됩니다.

다음에는 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시간에 맞춘 수유를 하면, 아기는 ‘울어도 소용이 없구나. 어차피 두 시간은 기다려야 젖이 올테니까. 그럼 울 필요도 없잖아. 울어봤자 나만 힘들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험을 반복하고 나면 울지 않습니다.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 맞춰 들어오는 젖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기는 요구를 할 줄 모릅니다. 자기의 필요를 자기 스스로도 잘 읽지 못하고, 자기 감정에 둔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심하게는, 요구하는 것은 나쁜 일이고 그에 따라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울 때마다 수유를 하면, 아기는 무조건 울기부터 할 수 있습니다. 울기만 하면 욕구 충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참을거나 기다릴 줄 모르고, 울음으로 욕구표현을 함으로써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지점에서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아기는 최소 한 돌은 지나야 좀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어른들은 ‘저렇게 울다 말겠지. 울다가 그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이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바로 아기들의 '초기 자아감' 형성 때문입니다. 

초기 자아감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즉, ‘내가 울면 젖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 보통 큰 아이들은 ‘내가 우니까 엄마가 젖을 주는구나. 우리 엄마는 날 좋아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타인중심적인 생각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타인이 주인이고 자기가 객인 것이지요.

그러나 아기는 이와 반대입니다. ‘내가 울면 젖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 아기들은 ‘나는 능력 있어. 내가 젖이 먹고 싶은 줄 알고, 젖이 알아서 들어오잖아. 그건 내가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한 존재이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입니다. 어린 영아들만의 사고 특성입니다. 이것은 자기가 주인이고 타인이 객인 것이지요. 젖을 주는 엄마가 아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아기가 젖을 먹을만한 위대한 존재라서 젖이 알아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러니까 너희들은 알아서 기어’라는 말 같은 것이지요.

상식적인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이라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기들은 과대망상 같은 존재감이 있고, 이 시기에는 그런 망상을 충족함으로써 초기 자아감이 형성되어 자신감으로 발달합니다. 그러므로 전자의 아기가 점차 욕구표현을 못 하는 것은 표현해봐야 충족되지 못하리라는 초기 경험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히 시간 맞춘 수유보다는 자유로운 수유를 권하고 싶습니다.

재우기는 아기랑 같이 주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기들은 엄마냄새를 맡으면서 평안하고 안정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엄마냄새란 태내기에서 항상 함께 했던 엄마의 양수냄새를 말합니다. 아기들은 후각이 매우 예민하게 발달되어 엄마를 냄새로 지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짐에 따라 낮에는 대리양육을 하더라도 밤에는 엄마냄새를 맡으면서 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아기의 위치는 엄마 바로 옆이어야 합니다. 흔히 부부 사이에 아기를 눕히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한참 수면 중이라도 아이가 아프거나 신음소리를 내면 엄마는 금방 눈을 뜨지만, 아빠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아빠의 다리가 아기 몸에 얹혀져서 아기를 짓누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면 위치는 아빠-엄마-아기 순으로 눕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아기는 엄마냄새를 맡으며 평안히 잠을 자고, 엄마는 아기 숨결을 느끼며 잠을 자고, 아빠는 걱정 없이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렇게 평안하고 행복한 밤이 아침을 즐겁게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은 행복한 아침으로 이어집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로 있다. 토브언어심리상담센터의 부모교육상담가,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자녀와 싸우지 마라」 「봄의 요정 보미」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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