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전면 무상급식’ 바람, 어린이집에도 불까
유치원 ‘전면 무상급식’ 바람, 어린이집에도 불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3.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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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원’ 어린이집 식판전쟁②] 인건비 오르면 급식비 내려가는 보육료 구조 문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는 1745원으로 책정돼 있다. 2009년 산출돼 올해로 11년째 같다.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높일 방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 기자 말

정부가 어린이집 지원하는 1인당 급식단가 1745원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현장 지출 비용에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부가 어린이집 지원하는 1인당 급식단가 1745원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현장 지출 비용에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140여 개의 기본 생필품의 평균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는 2008년 86.1에서 지난해 104.5으로 10년 동안 21.4%가 올랐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는 바나나 가격은 11년 간 34% 상승했다. 농산물유통정보에서 확인한 2008년 3월 1만 7810원이던 바나나 13kg의 도매가격은 현재 2만 7000원까지 올랐다. 그동안 어린이집 급식비는 11년째 그대로다.

급식비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보육료 구조와 관계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운영과 관리 내용을 정리한 보육사업안내를 매년 내놓고 있다. 이 자료에서 보육료 내역은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식비 1회, 간식비 2회, 관리운영비”로 밝힐 뿐, 항목당 비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보육료 수입 안에서 시설 사정에 맞게 내역 별 지출을 구성해야 한다. “보육료의 70%는 인건비가 차지한다”는 어린이집 운영자 측 주장을 감안하면, 급·간식비와 교재교구비 등은 인건비 상승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리원은 영유아 40인 이상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서 반드시 배치해야 하고, 영유아 80인을 초과할 때마다 조리원 한 명씩을 늘려야 한다. 민간어린이집은 조리원 인건비를 어린이집이 속한 지역과 평가 인증 여부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 이미 정부 기준 넘은 실제 급식비 단가… “455원 인상하자”

급식비 금액 범위는 보육사업안내에 딸린 ‘부록’에서 등장한다. 급식비는 ‘최소 1745원 이상’이라고 제시됐다. 또한 급식비 쓰임새는 “영유아와 보육교직원을 위한 쌀, 보리 등의 주식과 부식 구입비 및 간식비”, “조리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식재료만을 의미한다” 등으로 사용 목적을 제한했다. 

급식비 수준은 지자체 지원 액수와 기관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보육사업안내 부록에서 급식비를 “아동 1인당 적정수준의 비용”이라고 밝혔지만, “시·군·구에서 시설별·지역별·보육아동 구성 등을 고려하여 설정”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실제 급식비로 나가는 지출은 이미 정부 제안선을 넘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2016년 연구 ‘어린이집 식자재 품질관리 및 적정급식단가 산정연구’에서 서울시 어린이집 53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급·간식비 지출 비용은 영유아 1인당 하루 평균 2320.5원으로 나타났다. 정부 기준보다 575.5원 높은 금액이다.

급식비 지출 초과분은 지자체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실제 (급·간식비) 지출은 자치구 교사지원분, 자치구 영유아지원분이 포함된 지출규모”라면서 “추가적인 보조금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유아에게 적정한 급·간식비 수준’은 얼마일까.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이 보고서에서 현행 1745원에서 2200원으로 455원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지자체는 정부의 급식비 지원이 낮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대 사용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어린이집 회계 시스템 상에서 급식비 과소 또는 과대 사용을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자체는 정부의 급식비 지원이 낮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대 사용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어린이집 회계 시스템상에서 급식비 과소 또는 과대 사용을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어린이집은 정부 기준과 지자체 지원을 합친 금액보다 많게 혹은 적게 급식비를 지출해도 될까. 대전시 관계자는 19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보육료 받는 범위 내에서 급식비 사용이 가능하다”며 “(급식비) 과다보다 과소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급식비 1745원이 아동의 건강과 위생을 보장하기에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도점검을 실시하거나, 회계시스템에 지출 내역을 입력할 때 일정 이하 또는 이상의 급식비는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대전시는 지난 4일부터 어린이집 운영 관리 시스템인 ‘행정·회계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급식비 단가를 일정 기준보다 과다·과소 사용 시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담당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어린이집 관리 시스템을 2008년부터 사용하는 서울시도 같은 기능이 있다. 

◇ 교육비에 급식지원금 제외한 유치원, ‘전면 무상급식’ 향해간다

보육료와 급식비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 어린이집 재정구조. 이는 유치원 급식과 비교해 질 차이를 만든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3년에 발간한 보고서 ‘유치원·어린이집 재정 지원 비교 분석 연구’는 “유치원 교육비와 어린이집 보육비 산정에서 ‘급·간식비’ 포함 여부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교육비와 보육료가 동일한 수준에서 지원되고 있다”며 “교육비는 급·간식비를 제외한 비용이고, 보육료는 급·간식비를 포함한 비용”이라고 분석했다.

유치원 급식정책은 무상급식을 향해가는 중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2011년부터 무상급식 대상을 초등학교, 대안학교, 중학교를 비롯해 유치원 만 5세반까지 포함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부터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지나면서 교육감 후보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유치원 무상급식 필요성에 합의했다. 선거 이후, 인천·울산·경북·제주에서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을 선언했다.

충북은 선거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부터 예산 41억 원을 투입해 공사립유치원 대상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대전과 충남 교육청은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포함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약속한 어린이집 무상급식 공약안. ⓒ대전시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약속한 어린이집 급식비 현실화 공약안. ⓒ대전시

◇ 자체 지원 나선 지자체… 대전시, 급·간식비와 조리사 인건비 지원

유치원 무상급식 정책은 어린이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여러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추가 지원하고 있다. 광역시·도 가운데는 대전시가 있다. 대전시는 급식환경을 개선하고자 조리원 인건비도 함께 지원하고, 보육예산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어린이집 행정·회계 시스템도 운영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어린이집 급식단가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시 허 시장의 안은 만 3~5세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이었다. 반면, 이번 사업은 지원 대상에 영아(만 0~2세)를 추가해, 기존 공약에서 한 발 더 나갔다.

대전시는 시·구비를 투입해 영아에 1일 500원, 유아에 755원을 급·간식비로 추가 지원한다. 또한 조리원 인건비로 공공형 어린이집에는 월 50~70만 원을, 평가인증 어린이집에는 40~60만 원을 지원한다. 대전시는 인건비 지원을 두고 “교사 겸직 원장이 영유아 보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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