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의 방에 들어간다. 잠은 깊게 잘 들었는지 이불은 걷어차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몸부림이 심한 둘째는 일찌감치 이불을 내팽개치고 거꾸로 누워 있다. 아이를 살짝 들어 다시 베개에 똑바로 머리를 눕힌다. 이불도 다시 펴서 목까지 따스하게 덮어 준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한참을 머무를 때가 많다. 그냥 아이들의 자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지곤 한다. 눈을 뜨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아이들인데 잘 때는 마치 순한 강아지 같기만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과연 이 아이를 낳았나?'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까?'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묘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게 정말 생명의 신비구나.'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이런 생명을 만들다니…'
한편으로는 경건해지기도 한다.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나를 어떤 부모라고 생각할까?'
한없이 모자라는 내가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기도 하다. 가끔씩 나 귀찮고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화를 냈던 것도 미안해진다.
'그래, 그게 다 뭐라고 그렇게 화를 내고 혼을 냈을까? 아이들이니까 실수하고 장난칠 수도 있는 건데.'
그렇게 자기반성의 시간도 갖는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책임감 같은 것도 느낀다.
"나는 과연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경제적으로 좋은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한밤중에 괜한 의욕에 불타기도 한다. 그러다가 옛날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이 서너 살 정도 됐을 무렵, 침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며 잠을 재우던 때가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아이들은 침대에서 아빠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지만 결국에는 한 권도 채 다 읽어주지 못하고 먼저 코를 골며 잠에 빠졌던 그때, "아빠, 일어나!!" 소리만 수백 번 들으면서 깊은 잠에 들었던 기억.
그때를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나중에는 아쉬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자는 아이 얼굴을 다시 한번 쓰다듬는다.
그렇게 아이들 잠자리를 체크한 아빠는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방을 나선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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