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니면 기니피그 줄게’ 초등생 상대 판촉 논란
‘학원 다니면 기니피그 줄게’ 초등생 상대 판촉 논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3.2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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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 목록에 고슴도치·다람쥐·앵무새·기니피그… “생명 가치 왜곡 우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초등학교 앞 학원 홍보 가판. 동그라미 속 동물들이 들어 있는 케이지가 보인다. ©베이비뉴스
초등학교 앞 학원 홍보 가판. 동그라미 속 동물들이 들어 있는 케이지가 보인다. ©베이비뉴스

초등학생들에게 기니피그, 고슴도치 등 동물을 사은품으로 내걸고 학원을 홍보하는 현장이 목격됐다.

20일 오후 경기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앞. 인근 학원에서는 ‘신학기 맞이 원생모집 특별행사’를 홍보하는 가판을 차렸다. 가판 위에는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등록하면 받을 수 있는 장난감 등 사은품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사은품들과 함께 있는 ‘케이지’ 몇 개. 그 안에는 살아 있는 동물들이 들어 있었다.

학원 측이 나눠준 홍보물에는 ‘특별행사’ 특전으로 “등록 시 원하는 사은품을 선택해서 드립니다”라고 안내돼 있다. 태블릿PC, 드론헬기, 스마트워치, 킥보드, 문화상품권, 온라인게임머니 등 30여 가지의 사은품들이 소개됐다. 그 가운데는 고슴도치, 다람쥐, 앵무새, 기니피그 등 동물들도 포함돼 있었다.

초등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동물을 학원 사은품으로 주는 것, 어떻게 봐야 할까. 동물권 단체 카라의 한혁 사무국장은 “생명을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존엄성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은품으로 동물을 받은 학생들이 동물과 함께 살 준비가 얼마나 돼 있겠느냐”고 물으며, “그러면(준비 없이 동물을 키우게 되면) 동물 유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쇄적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의 순간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켜서 생명체를 부가가치의 반대급부로 나눠주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잘못 형성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분명해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우려했다.

학원 홍보물 속 사은품 목록에는 고슴도치, 다람쥐, 앵무새, 기니피그가 들어 있다. ©베이비뉴스
학원 홍보물 속 사은품 목록에는 고슴도치, 다람쥐, 앵무새, 기니피그가 들어 있다. ©베이비뉴스

◇ 학원 측 “철저히 부모 동의하에 분양하는 것… 문제 될 것 없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햄스터 등 동물을 사은품으로 제공한 사례는 SNS나 온라인 동물 커뮤니티 등에 몇 차례 알려진 바 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역시 과거에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 “아이 하굣길에 초등학교 앞에서 학원을 등록하면 동물을 준다고 하고 동물을 만져보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살아 있는 생명을 판촉의 미끼로 활용했다는 점, 또 그 대상이 아이들이라는 점, 사교육 기관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행동을 버젓이 한다는 점에서 학부모로서 굉장히 우려가 된다”며, “동물을 상품으로 보게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학원은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학원 관계자는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동물을 즉석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부모 동의하에 나중에 동물 분양업체와 연결해서 제공한다”며, “가판에 있는 동물들은 내가 직접 기르는 동물인데 그냥 아이들 보라고 놔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동물을 때리거나 굶기거나 학대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한테 만져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동물권과) 그렇게 상관이 있나 싶다”며, “과거에도 이런 일로(동물 사은품 증정 행사로) 구청에서 한번 연락이 왔는데 결국 아무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오히려 사과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물보호법 제8조 제5항에는 “도박·시합·복권·오락·유흥·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교육 관련 법에는 학원의 사은품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다. 관할 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사은품의 종류나 금액을 정한 규정은 없다”면서도 “심각성에 따라 계도와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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