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가기 싫다던 아이가 달라진 이유
어린이집 가기 싫다던 아이가 달라진 이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3.2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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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집이 따로 있었어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엄마 이러다 늦겠어요. 빨리 빨리!”

아이는 현관문 앞에 서서 큰소리로 외쳤다. 이미 신발신고 가방도 메고 대기 중이다.

“알았어, 엄마 다 했어. 잠깐만.”

“엄마 빨리 가요. 빨리요!”

‘엄마도 널 빨리 보내고 싶거든?’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빨리를 외치는 아이의 재촉하는 소리가 귀찮긴 한데, 나쁘지 않다. ‘언제부터 재촉했다고 저러지’ 싶어 웃음이 나온다. 아이는 지금 빨리 어린이집에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아이는 요즘 어린이집에 가자고 노래 부르는 중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요즘 어린이집에 가자고 노래 부르는 중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작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와 지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은 요즘이다. 그땐 단체생활이 처음인 아이도, 아이를 처음 사회로 보내는 엄마도 모두 불안했다. 잘할 수 있을까. 잘 지낼 수 있을까.

“가방 메고 어린이집까지 걸어가서 ‘띵동!’ 벨 누르면 선생님이 나오실 거야.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엄마 빠빠이 할거야.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점심 먹자. 코자하고 나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한 달을 준비했다. 아이가 엄마와 헤어지는 상황을 미리 말해주고, 직접 시뮬레이션까지 하며 웃으며 빠빠이 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연습과 실전은 달랐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간 첫날, 대성통곡 하듯 울었다. 멀어지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게 아닌데’ 하는 눈치였다. 엉엉 울며 엄마에게 손을 뻗는 아이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단호하게 뒤돌아섰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내 속도 말이 아니었다. 일주일을 꼬박 울던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한결이가 정말 적응력이 뛰어나네요!”

선생님의 말씀에 ‘역시 우리 아들!’하며 목에 힘이 들어갔다. 울지 않고 가면 성공이라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잘 적응할 줄 몰랐다며 좋아했다. 점심도 먹고 낮잠도 자고 오기로 했다. 오예!

하지만 아이가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을까. 아이는 울지만 않을 뿐, 어린이집에 가는 걸 정말 싫어했다.

“어린이집 재미없어. 가기 싫어!”

매일 아침 아이는 옷도 안 입겠다, 신발도 안 신겠다며 나를 피해 도망 다녔다. 억지로 끌고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까지도, 어린이집 앞까지 가서도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다.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교실로 들어갈 때까지도 아이는 슬픈 눈망울로 멀어지는 엄마를 바라봤다. 딱 하루, 단체로 영화관에 가서 ‘카봇’을 보는 날 빼고는 1년을 그랬다. ‘다 그런걸 거야, 다 이렇게 적응하는 거야’라고 애써 생각하며 아이를 보냈다. 울지 않으니까 된 거라고, 가면 또 잘 논다고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집에 있는 게 제일 좋다는 아이는 새 어린이집에 한번 갔다 온 뒤 너무 재밌다며, 빨리 가자며 문밖을 나섰다. 잠자기 전에도 “엄마, 내일도 어린이집 가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 어린이집 오늘 가는 거에요?” 물어보는 것이다. 가정통신문에 같이 붙어있는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재잘거렸다. “영어수업에서 스스스~~ 스네이크 노래했어요~”하며 이것저것 자랑했다. 작년엔 어린이집에서 점심도 많이 안 먹고 낮잠도 안 잤는데, 지금은 점심도 많이 먹고 낮잠도 빠짐없이 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사실 아이가 새 어린이집에서 적응하느라 또 힘들어하면 어떡할까 마음 졸였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새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집은 따로 있었다는 것! 아이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아이에겐 활동하기 넓은 규모의 큰 어린이집이 잘 맞았나보다. 규모의 차이는 수업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체육수업의 경우, 지금 어린이집에서는 아이 모두가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전에는 친구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한명씩 돌아가는 활동으로 진행됐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는 그 시간도 지루했을지 모른다. 물론,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었으니 잘 적응하는 걸 수도 있다. 한번 다녀봤으니 어렵지 않게 잘 적응한 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엄마 얼굴 쳐다보지도 않고 어린이집 안으로 직행하는 아이가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울 뿐이다.

울지 않으면 잘 적응한 거라 생각하고 아이 마음을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나? 싶은 마음도 든다.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라면, 아이가 잘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지속적으로 아이의 적응 상태를 파악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이유는 분명 있다. 그게 꼭 선생님이나 원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른 입장에선 별거 아닌 작은 것이지만 아이 입장에선 엄청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와 같이 하는 부모들 모두가 잘 적응하길 바란다. 우리 아이도 계속 잘 적응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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