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글부글 끓던 이유… "똥 때문에 그랬어!"
네가 부글부글 끓던 이유… "똥 때문에 그랬어!"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9.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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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엄마, 네 살 아기] 생각하지 못한 곳에 때로, 육아의 답이 있다

“으아~앙! 하지 마! 엄마 말한 것 뱉어!”

또 시작이다!

남편과 통화할 일이 있어 몇 마디 주고받자 아이가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이유 없는 아이의 떼로 인해 나는 온몸에 소나기를 맞는 기분이다.

최근 들어 성빈이는 떼가 심해졌다. 내가 밥을 먹으면 “엄마, 밥 먹은 것 뱉어!”,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엄마, 말한 것 뱉어!” 심지어 화장실에 가면 “엄마, 쉬한 것 뱉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내가 “퉤! 퉤!”하며 뱉는 시늉을 해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정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초반에는 ‘이 시기의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자 ‘이러다 버릇 나빠지는 것 아냐?’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그 의구심은 화로 이어졌다.

그날은 조금씩 참아왔던 화가 터져버렸다.

◇ 부글부글 속 끓는 네 살 엄마와 네 살 아이

전화를 끊자마자 “어른들이 통화할 때는 기다려줘야지! 너 계속 울고 화내! 엄마도 똑같이 할 거야”라고 소리쳤다.

내 말이 끝나자 아이는 더욱 강하게 누워 팔, 다리를 버둥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밀리면 더 버릇이 나빠질 거란 생각이 들어 TV에서 보았던 육아 전문가처럼 아이의 팔, 다리를 강하게 제압하고 낮은 어조로 “안 돼”라고 말할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팔, 다리를 잡는 데 실패했고 어쩐지 무기력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한참을 울고 있는 아이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아이를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저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같이 "성빈아, 다 울 때까지 기다릴게"라고 말하곤 울음이 그치길 기다렸다.

20분이 지난 후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성빈아, 다 울었어? 이리와~ 안아줄게”라고 말하자, 아이는 퉁퉁 부은 눈을 치켜뜨며 “다 안 울었어! 엄마가 와!”라고 말하며 또 울었다.

‘이 녀석이!’라고 또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안아주자 아이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내 속이 부글부글 끓은 만큼 자기 속도 끓었는지 아이는 자면서도 미관을 찌푸리고 입술을 씰룩거렸다.

잠든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아이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엄마가 될 것이라던 남편의 한마디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핸드폰을 들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육아 방법을 찾아 읽어 나갔다. 그런데 어쩐지 읽으면 읽을수록 나 자신이 더욱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조금 우울한 기분에 쌩긋 웃기만 하던 아이의 어린 시절 모습이 보고 싶어, 성장 사진이 담겨 있는 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다. 사진을 한 장씩 보다가 해맑게 웃고 있는 27개월 때의 아이 사진 아래 '어제 깨서 오늘 잠든 너'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떼부릴 땐 답 없이 힘들게 하지만, 웃을 땐 답 없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조은희
떼부릴 땐 답 없이 힘들게 하지만, 웃을 땐 답 없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조은희

''엄마도 잠 좀 자자고 화낼까?' 잠깐 고민했지만 역시나 화낼 일이 아니었구나. 어제 넌, 아침에 웃으며 일어나 날 안아줬고, 밥 먹기 싫다고 떼 부리다 내 눈치 보며 참고 몇 번 더 먹어주었고, 방울토마토를 내 입에 넣어주며 “엄마랑 있어서 좋아”라고 말해줬는데… 나는 열 번 이쁜 거 다 까먹고 네가 12시 넘도록 안 자고 놀겠다고 떼 부렸던 것! 그것 하나가 맘에 안 든다고 화를 낼 뻔했구나.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안에 쌓인 화로 인해 너를 냉정하게 대하며 억지로 재웠구나. 생각해 보니 오늘 넌, 열 번 맘에 안 드는 거 다 참고 ‘안 자고 놀기’ 그것 하나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었는데… 몰라줘서 미안하구나!'

돌이켜보니 이 글을 썼던 때부터 아이가 조금씩 떼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날 아이를 억지로 재워 심하게 울린 탓에 미안한 맘이 들어 나만의 육아 원칙을 세웠었다. '안전을 위협당하거나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는 것 외에는 훈육하지 말자. 평생을 함께할 아이인데, 어떻게 내 뜻대로 될 때만 예뻐하겠는가. 오히려 자기 뜻대로 할 때 더 예뻐해 주자’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요 며칠 엄청난 아이의 떼 부림에 그 다짐을 모두 잊고 있었다.

◇ 속 시원한 네 살 엄마와 네 살 아이

다음 날에도 아이는 떼를 부렸다.

종일 아이의 떼 소나기를 맞은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어제의 다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엄마, 나 배 아파”라고 말했다. 나는 '이젠 다른 형태의 떼도 부릴 모양이구나'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배를 문질러주었다.

잠시 후, 아이가 쪼그려 앉아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변을 쏟아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가 몸을 닦아내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엄마, 나 할머니한테 전화할래. 내가 울어서 할머니가 갔어. 똥이 있어서 그랬어"라고 말했다.

곧바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주자 아이는 "할머니, 똥이 있었더라고"라고 말하곤 우물쭈물하다 "엄마, 뭐지?"라고 했다. 자신이 떼 부리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돌아갔던 할머니에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수화기를 들어 말을 전해주자 아이가 "어, 그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아이의 깊은 속내가 느껴지면서 ‘버릇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강하게 훈육하려던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대로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무기력함’이, 아이에 대한 의구심과 그렇게 됐을 때 타인으로부터 받을 질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제압하려 했던 솔직한 나의 심정이 드러나며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전환됐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요 며칠 불규칙한 시간에 단단한 변을 보았다. 아이는 아직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는지 모르고, 알더라도 말로 표현이 어려운 나이인데… 나는 부글부글 끓는 내 속에만 집중하고 꽉 막혀있던 아이의 속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것이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성빈아, 그동안 배에 똥이 가득 차서 너도 모르게 짜증이 났었나 봐”라고 말했다. 성빈이는 “응, 내 배에 똥이 있었어”라고 대답했다.

아이가 잠들자마자 장운동에 좋은 영양제를 주문하고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그건 바로 '너'다. ⓒ조은희
'행복'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그건 바로 '너'다. ⓒ조은희

그 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는 떼 부리는 일이 적어졌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식사를 먼저 마친 아이가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뻐 아이를 불렀다.

"성빈아."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밥 다 먹었어? 나랑 같이 놀자. 엄마 기다렸어.”

드디어 우리 둘에게 소나기가 그치고 무지개가 활짝 피는 순간이었다.

흔히들 육아는 답이 없다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이 답일 때도 있고, 이번 일처럼 생각하지 못한 것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때론 전문가의 조언대로 되지 않을 때는 모범답안지를 벗어난 것처럼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정서적, 신체적 건강을 체크하고 스스로가 세운 육아원칙들을 믿으며 일관성있게 실천해나간다면 반드시 답이 보일것이라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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