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의 꿈'을 알고 있나요?
아이가 '엄마의 꿈'을 알고 있나요?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9.03.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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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독자와의 만남

지난 16일 군산 예스트서점에서 내 생애 처음 독자와의 만남을 했다. 나는 몇 달 전, 한 명도 오지 않은 강의를 홍역처럼 치른 바 있다(관련 기사 :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도 있어”). 그 후 항체가 완벽히 형성되어 몇 분이 온다 해도 설혹 오지 않는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멘탈의 소유자가 되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노쇼(예약을 취소하는 것)도 늘었지만, 괜찮았다. 진심으로.

정작 괜찮지 않게 된 건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이 와서다. 그제야 이 만남이 실감 났다. 잘하고 싶었고, 긴장한 탓에 건너뛴 내용도 있지만 무사히 잘 마쳤다. 좋은 그림책을 소개받아 좋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들었고, 바쁘다고 미루지 말고 지금이라도 꾸준히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그런데 이건 예상 못했다. 독자 후기. 그런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군산 예스트 서점에서 내 생애 처음 독자와의 만남, ‘엄마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 육아 그리고 엄마의 글쓰기’를 강의했다.
군산 예스트서점에서 내 생애 처음 독자와의 만남, ‘엄마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 육아 그리고 엄마의 글쓰기’를 강의했다. ⓒ최은경

그분은 내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을 에세이로 풀어썼다. 그날 내가 말한 이야기를 듣고 ‘잊고 지낸 지금 나의 꿈, 엄마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우리 회사는 1년에 한 번 열심히 활동한 시민기자 몇 명을 선정해 시상을 한다. 그 시상식 자리에 12살 아들과 함께 온 엄마 시민기자가 있었다. 마침 그날 면접을 본 곳에서 합격 연락까지 와 경력 단절이 끝나게 됐다는 좋은 소식도 함께 나누었다. 그때 사회자가 부러 아들에게도 물었다. “엄마가 상을 받으니 어떠냐”라고. 아이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상담하고 글 쓰는 엄마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좋아요.”

내가 들은 최고의 수상 소감이라고 소개하며 말을 보탰다. “엄마의 꿈에 대해 아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라고. 엄마의 꿈을 알고 이해하는 아이, 이 말 너머의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을 이었다. 아이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평소 엄마와 아들이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무수히 많이 있었을 거라는 믿음이, 그 자리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나의 꿈’에 대해서도 말했다. 더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리고 때로는 아이의 꿈보다 ‘엄마의 꿈’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모두 작더라도 의미 있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끝맺었다.

그분은 독자 후기에 이런 내 말을 전하며 이렇게 썼다.

"프레디 머큐리를 존경한다. 그의 노래도 훌륭하지만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자신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 내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주인공은 나이므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열정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른도 꿈이 있어야 한다. 아니 사람은 모두 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이번 달에는 수강생을 몇 명 늘려야지’란 세속적인 목표에서 벗어난 꿈을 가지기로 했다. 「소년의 레시피」 「아무도 외롭지 않게」 「짬짬이 육아」 이 세 권의 책들은 나에게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일기처럼 기록된 일상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내 책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니…. 지나치게 과분한 칭찬인 줄 알면서도 좋았다. 그분의 말대로 ‘일기처럼 기록된 일상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글쓰기를 추동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하니, 이 봄 나도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이 기분이 휘발되기 전에 한 자 한 자 눌러쓰고 싶었다.

이번 일로 작가와 독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작가가 왜 독자들을 만나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책이 아닌 사람에게 배우는 경험이 또 하나 늘었다. ‘삶의 유일한 의미는 배움에 있다’(에릭 호퍼)더니, ‘모든 일에는 배울 게 있다’는 경험치 하나가 더 늘었다.

5월 18일, 군산 우리문고에서 또 한 번의 강연이 있다. 늘어난 경험치를 십분 활용해 조금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 배우고 소통하고 싶다. 이렇게 작은 꿈이 또 하나 생겼다.

저자로서 꼭 한번 찍고 싶었던 사진.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은 본 적이 없다.
저자로서 꼭 한번 찍고 싶었던 사진.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은 본 적이 없다. ⓒ최은경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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