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유치원 첫 상담, 아빠가 가봤습니다
딸아이 유치원 첫 상담, 아빠가 가봤습니다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9.03.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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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상담에서 아이의 편에 서기

서율이의 첫 유치원 부모상담이 있다는 통신문을 받았다. 아내를 제치고 내가 가겠다고 나섰다. 자신 있게 말은 했지만 막상 상담일이 다가오자 괜히 나섰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떨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내 자식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까?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해보았다. 우리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내 자식에 대한 평가이니 더 두렵기도 하다. 어떤 평가가 나오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서율이도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문선종
집을 나서는 순간 서율이도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문선종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상담

유치원에 도착하니 일단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반겨주시며 우선 서율이가 유치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서율이가 유치원에 생활하면서 만든 것들, 그린 것들, 오리고 붙인 창작물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어떤 마음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이걸 만들 때 한 이야기들, 친구들에게 발표할 때 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받았다.

어떻게 저런 걸 일일이 기억하나 싶을정도였다.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녀석이 진정 나의 자식인가? 이렇게까지 훌륭한 아이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 칭찬의 말 뒤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80:20의 비율로 이제는 서율이가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선생님의 폭풍질문이 시작됐다.

아이의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문선종
아이의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문선종

◇기죽지 않고, 아이의 '맥락'을 어필해야 한다

선생님이 던진 여러 질문 중에는 내가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생각해보면 서율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아이에 대한 정보적인 면에서 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죄책감도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도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은 부모가 잘 아는 부분이다. 가족력이나 살고 있는 환경에서 오는 아이의 인지와 정서, 행동은 누구보다 부모가 잘 알고 있다.

서율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더 사랑받으려는 욕망이 생기면서 정서와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 또, 지진(2017년 11월 15일 포항 5.4 지진)을 겪고 갑작스럽게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유치원에 오면서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까지 선생님에게 어필했다.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다. 나의 습관과 생활 양식들이 서율이의 삶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회성에서 부족한 부분은 나의 탓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나 또한 궁금한 부분을 선생님께 질문했다.

"서율이가 집에서는 김치를 잘 먹지 않는데요. 김치를 먹으라고 하면 유치원에서는 김치를 많이 먹는다며 거의 안 먹어요. 정말 그런가요?"

선생님은 유치원에서도 김치를 거의 안 먹는다며 서율이의 편식이 심하다고 했다. 선생님에게 아이의 올바른 식사습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올바른 양육태도를 배웠다. 그 속에서 서율이가 거짓말을 한 부분은 나의 강압적인 식사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했다.

선생님은 유치원과 부모가 협업해서 편식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집에서 음식을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먹을 양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식판을 사용하게 하자고 했다. 그렇게 유치원과 동일한 식사지도를 하면서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약속했다.   

우리들은 아이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문선종
우리들은 아이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문선종

◇누구보다 아이의 편에 서야 한다

선생님과 한 상담에서 깨달은 중요한 것은 첫째로 아이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다. 선생님의 말을 기분 나쁘게 들을 필요 없다. 오히려 구체적인 이야기는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는 아아의 맥락에 대해서 주장할 부분은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대변자다.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해야 한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를 입학하고, 첫 부모 상담에 엄마가 왔다. 그런데 나는 그 날 집에 돌아와 영문도 모르는 채 2시간 넘게 엄마에게 매 맞았다. 세월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선생님은 나에 대한 좋은 평가 없이 내가 소란스럽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르치기 힘들다 한 것이다.

엄마의 귀에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라고 들렸고, 나를 학교에 맞추기 위해서 가혹하게 채벌 한 것이다. 신발이 크면 발을 신발에 맞추라는 군대와 같이 말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이런 일들로 아이들이 고통받는다. 

아이의 편에 선다는 것은 '우리 애가 얼마나 착한데, 왜 그래요!'라면서 싸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한 아이의 법적 보호자이자 대변자로서 서율이의 다양성이 세상에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상담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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