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암행어사'로 어린이집 급식 투명성 높이자"
"'부모 암행어사'로 어린이집 급식 투명성 높이자"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3.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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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원’ 어린이집 식판전쟁③] 급식비 현실화에 필수… 투명성 강화 방안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는 1745원으로 책정돼 있다. 2009년 산출돼 올해로 11년째 같다.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높일 방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 기자 말

11년째 동일한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 1745원. 이 하한액을 놓고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데 학부모와 원장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1년째 동일한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 1745원.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1년째 동일한 어린이집 영아 1인당 1일 급간식비 1745원. 이 금액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와 원장들이 많다.

베이비뉴스가 지난달 28일부터 3월 3일까지 660여 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부가 영아 1인당 1일 1745원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응답자는 90%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94%는 이 금액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응답자의 80% 이상이 ‘급·간식비를 30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원장 단체의 뜻은 더 분명하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지난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보육료 현실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육료 안에는 급간식비가 포함돼 있다.

보육사업안내 부록에 따르면, 급식비는 “최소 1745원 이상으로 시·군·구에서 시설별·지역별·보육아동 구성 등을 고려하여 설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각 지자체는 보육아동의 건강과 영양을 잘 챙기기 위해 쌀, 우유, 농·수산물 등 현물로 지원하기도 하고, 아동 1인에 월 3000원부터 1만 6000원까지 현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지자체가 저마다 자체적인 추가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1745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추가지원 금액은 격차가 크다. 보육현장에서 “특정 지역에 가면 더 먹일 수 있고 또 다른 지역에 가면 덜 먹인다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건 아동 권리 차원에서 똑같이 충분한 양을 먹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자체 '보육회계시스템' 쓰는 서울시… 클린카드로 사용내역 연동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서울시보육포털서비스에 매일 식판 사진을 올려야 한다. 학부모는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동네 어린이집에 들어가 어린이집 이름을 검색하면 식단표, 원산지 등 확인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서울시보육포털서비스에 매일 식판 사진을 올려야 한다. 학부모는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동네 어린이집에 들어가 어린이집 이름을 검색하면 식단표, 원산지 등 확인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하지만 급식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늘 따라오는 반론이 있다. 급식비가 오르는 만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동안 지자체는 어린이집 지도점검에서 급·간식과 관련해, 1개월 식단표·식자재 구매내역·매일 제공된 식판 사진을 대조하고 보육일수, 아동 수에 맞는 1일 급·간식비를 기준으로 지출 과소·과다를 확인했다.

지도점검 시 지적된 위반사항에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재차 위반한 사항일 경우 1차 위반 시 운영정지 1개월, 2차 위반 시 운영정지 3개월 등 영유아보육법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 한다. 다만, 급식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시설 폐쇄와 같은 행정처분을 바로 할 수 없다는 게 지도점검의 한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급식비 등 항목별 지출액을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매월 회계보고·결산보고 하도록 하고 지출액 보고체계 강화로 어린이집 급식비 비리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회계시스템은 어떨까. 보건복지부에서 통합·관리하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은 대체로 잘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자체 중에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한 곳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보육회계시스템’을 1월 말 기준 서울시 내 어린이집의 약 90% 정도가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클린카드를 사용해, 카드 사용내역과 거래명세서가 연동된다.

서울시가 별도로 마련한 '서울시 보육회계시스템'. 1인 1일 급식비 과다지출일 때 빨간색 글씨로 '확인'이 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가 별도로 마련한 '서울시 보육회계시스템'. 1인 1일 급식비 과다지출일 때 빨간색 글씨로 '확인'이 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 시스템을 살펴보니, 급식비 관련 내용을 입력하자 1인 1일 급·간식비로 2100원~2200원 정도 사용하면, 검정색 글씨로 “정상”이 뜨고, 2200원을 넘어가면 빨간색 글씨로 “확인”이 뜬다. 급식비 지출과 관련해 과다·과소를 입력 당시부터 인지할 수 있다. “확인”에 대해선, 이후 지도점검에서 소명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서울시 회계시스템은 지출과 관련한 것을 다 확인할 수 있어 부정수급 같은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회계 관련 업무가 너무 많아 어려웠지만 하다보면 정말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시스템을 올해 서울시의 모든 어린이집에서 100% 사용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자체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으로 신뢰 얻는 어린이집도

부산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는 매달 학부모 급식모니터링단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 급식모니터링단 점검표. ⓒ부산의 한 민간어린이집
부산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는 매달 학부모 급식모니터링단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 급식모니터링단 점검표. ⓒ부산의 한 민간어린이집

현재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부모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보육전문가, 보건전문가, 부모, 컨설턴트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어린이집의 급식, 위생, 건강 및 안전관리 등 운영상황을 모니터링해 보육서비스의 질을 향상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모니터링단은 모니터링 대상 어린이집 원장과 방문 일정을 사전 협의하고, 방문 시 모니터링 승인서와 신분증을 어린이집 원장에게 제시해야 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부모 모니터링단의 취지가 점검이 목적이 아니라 부모의 눈으로 내 아이의 보육 생활환경을 보는 데 있다. 모니터링을 통해 패널티를 주려는 게 아니라 의견이 있으면 컨설팅단이 가서 개선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20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집 내부에서 교사가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구조이니 학부모가 들어가서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있으나 형식에 불과하다. ‘부모 감시단’을 지자체나 교육지원청에서 구성해 무작위로 점검 어린이집을 정하고 불시점검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활동가는 “어린이집의 1745원 1일 급식단가를 몰랐던 부모가 이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면서 “부모들은 집에서 친환경 식자재를 먹이려고 애쓰는데 낮은 급식단가로는 인스턴트, 가공식품, GMO가 첨가된 식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치원은 감사가 있지만 어린이집은 지도점검밖에 없어 ‘부모 감시단’ 같은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부산광역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자체적으로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을 매달 실시하고 있다. 매달 안내문을 통해 급식 모니터링 희망신청을 받고 해당일 11시 즈음 어린이집에 방문해 조리과정부터, 주방 위생 확인, 식자재 보관 관리 상태 등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아이들과 동일한 식단으로 식사도 한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4년째 진행 중인데, 부모님들이 직접 경험해보고는 ‘먹거리가 최고다’라며 안심하고 신뢰한다”고 전했다. 또 모니터링에 참석하지 못한 부모에게도 상·하반기로 나눠 매일 찍어 올린 식판 사진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어린이집 급·간식 같은 문제는 내부고발이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급·간식 문제는 공익제보자 신고포상금제 대상에는 빠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파파라치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2017년부터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까지 들어온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급식 하나로만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복합적인 문제였다”면서 “장·단점이 명확히 있으나 신고포상금제가 있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조심스레 내비췄다. 

◇ “급·간식 문제 처벌 강화하고 추적 모니터링으로 재발 막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부모 감시단'같이 암행어사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부모 감시단'같이 암행어사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급·간식 문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급식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호연 어린이집비리고발센터장은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부실급식으로 인해 행정처분까지 가는 건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 문제가 있더라도 시정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재발 방지가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급·간식 문제로 행정조치 받은 어린이집에 대해 소명자료 등을 받아 일부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모두 공개하고 추적 모니터링해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지도점검만 하지 조사권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사법경찰권 도입”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현재 보육료가 바우처 형식으로 나가고 보조금이 아니므로 목적 내 지출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게 문제다.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적극 이용하고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처벌보다는 '독려'를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잘하고 있는 어린이집도 많은데 그런 사례를 찾아 인센티브를 주는 등 더 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어린이집 자체를 비리의 집단으로만 모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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