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부부가 됐다. 하나에서 둘이 됐다. 얼마 후 임신을 하고 예쁜 아기를 낳았다. 엄마는 어디에서 배운 것처럼 아기에게 “어~우리 아기 배고파? 어~잠시만”이라며 아이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양 계속 이야기한다.
아이는 어떤 날엔 보채고, 어떤 날엔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히 기다려주기도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이는 백일까지 까다로웠고, 자주 보채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좀 순해졌다. 그래도 밤이 되면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잤으니 말이다. 백일 전까지 아이는 잠을 안 자고 보채기만 했다. 엄마는 밤새 아이를 안고 있어야 했다.
그러던 중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그랬어?”라며 여러 말을 건다. 다양한 표정과, 눈길과, 미소와, 입 모양을 하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를 들여다보며 말을 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엄마를 인식하면서 타인을 인식하고 타인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고, 더불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배가 고파 우는 거네", "엄마가 나를 칭찬하네" 같은 것이다.
이 과정을 '마음이론'이라고 한다. 타인의 정신적·정서적인 상태를 알고 나의 정신적·정서적 상태를 알아가게 된다는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 1978)의 이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기는 엄마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이 다름을 알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엄마나 아빠는 아이가 어려도 계속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아, 네가 모빌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구나.", "와, 네가 아빠를 쳐다보며 웃네, 아이 예뻐라"라고 말하면서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교감해야 한다. 절대 아이를 방에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사실 우리들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기 전까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아이와 이런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가끔 전철을 타면 아기띠에 매달려 엄마나 아빠의 품에 안겨있는 아기들을 본다. 대게 아기를 멘 엄마와 아빠들은 아기보다 스마트폰 보느라 정신없다. 그 아기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건대, 세상에 자신보다 귀한 것이 스마트폰이라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다.
아이의 심리발달은 1차적으로는 엄마와의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 물론 기질적인 것도 있지만 아이의 까다로운 기질조차도 맞추어진 양육에 의해 변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엄마와 상호작용이 잘 발달하고 난 후 아기에게는 아빠를 인식하는 단계가 온다. 아기는 아빠를 자기 자신과 1:1로 인식하다가 세 살 전후로 아빠와 엄마와 자기 자신이라는 3자적 관계를 인지한다.
그러므로 아빠는 주말에라도 아이와 눈맞춤하고, 아이의 행동이나 정서적인 반응을 읽으며 아이와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와 관계는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그 질이 더 중요하다. 어떤 가족은 내게 유치원에 갓 들어간 아이가 가족사진에서 아빠를 잘라내더라고 이야기했다. 아빠와 친밀한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이 아빠에 대한 분노로 나타난 것이다.
결혼 전 홑몸이었다가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간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단계를 이해해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와 조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스스로 느낀다.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아기와 눈을 맞추며 말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 최이선은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이며, 숙명여대 교육학과 상담및교육심리전공 초빙대우교수다. 국제공인 치료놀이 수퍼바이저로, 발달이 어렵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갖거나 우울하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있거나 산만하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리상담으로 만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선샤인서클」(공동체, 2018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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