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명탐정] 사라진 오징어튀김 사건 1-2
[전학생은 명탐정] 사라진 오징어튀김 사건 1-2
  • 소설가 나혁진
  • 승인 2019.04.0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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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어린이 추리소설 '전학생은 명탐정' 5장

잘은 모르지만 ‘탐정’은 멋있는 일을 하는 사람 같았다. 그렇지만 자기가 탐정이라고 뻐기는 다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닐까. 저렇게 작고 어린 아이가 어떻게 탐정이 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의심스러워하자 다겸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진짜야, 난 벌써 아홉 개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저번 학교에서?”

“저번 학교‘들.’ 우학초등학교가 열 번째 학교니까.”

나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열 번이나 전학을 다녔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왜, 왜 그렇게 전학을 많이 다닌 거야?”

“사건을 찾아다닌 거지. 어떤 학교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사건을 해결했지. 다른 학교에서 사건 얘기가 들리면 또다시 전학을 가고. 그런 식으로 아홉 개의 사건을 해결했어.”

“그럼 우학초등학교도……?”

“물론! 딱 열 번째인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을 해결하러!”

늠름하게 외치는 다겸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다겸은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쫄래쫄래 쫓아왔다. 최대한 걸음을 서둘렀지만 다람쥐처럼 재빠른 다겸에게 손을 붙들리고 말았다. 다겸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말하다 말고 갑자기 왜 가는 거야?”

“난 더 이상 사자상과 엮이지 않겠다고 철석같이 결심했거든. 사자상 얘기는 하지도 않을 거고, 듣는 것조차 싫어.”

다겸이 붙잡은 손을 떼어내고 뛰다시피 해서 따돌리려 했지만 다겸은 악착같이 나를 따라붙으며 계속 말을 걸었다.

“안 돼! 난 사자상 때문에 일부러 전학까지 왔는걸. 우연히 엄마가 가져온 너희 학교 신문을 읽고 움직이는 사자상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 사건은 반드시 내가 해결하리라 다짐했단 말이야.”

“그놈의 학교 신문 때문에 거짓말쟁이라는 소리나 듣고, 오줌싸개로 놀림이나 받고. 어휴, 됐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러지 말고 나랑 조금만 더 얘기해보자. 내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안 돼. 나 지금 바빠.”

“대체 뭐 때문에 바쁜데?”

애처롭게 묻는 다겸을 무시하고 원래부터 학교 끝나면 오려고 했었던 어린이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가방을 벗고 안에 들어 있던 것을 꺼냈다.

“이것 때문에.”

내가 꺼낸 장난감 자동차를 바라보는 다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 아버지가 퇴원 선물로 사오셨어. 빨리 해보고 싶어서 공부가 하나도 안 되더라.”

나는 하얀색 자동차를 몇 번 쓰다듬고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 집 차와는 달리 기름 대신 건전지 다섯 개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가방에서 역시 건전지가 들어가는 조종기도 꺼냈다. 너무 멀리 떨어지지만 않으면 이 조종기로 차를 앞으로, 뒤로, 옆으로 조종할 수 있다.

아버지가 핸들을 잡듯이 두 손으로 조종기를 잡고 전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휘잉,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기분이 몹시 좋아진 나는 차를 이곳저곳으로 이동시키며 신바람을 냈다.

“그럼 그거 하면서 들어. 용재, 네 억울한 사정은 충분히 알았어. 아무도 믿고 싶지 않은 네 마음도 이해해.”

다겸은 열심히 무선조종카를 갖고 노는 내 뒤에 서서 조곤조곤 말했다.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다겸의 말에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탐정인 나, 최다겸을 믿어주지 않을래? 나한테 사건을 의뢰하면 틀림없이 움직이는 사자상의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여전히 자동차를 조종하던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 얘기는 인터뷰를 했던 영지한테도 들었어. 반드시 우리 학교 아이들한테 진실만을 알리겠다고 하더니만 결국 나를 물 먹였어. 난 더 이상 속지 않을 거야.”

“꼭 영지라는 아이가 잘못한 것만은 아니야. 너한테 사자상 얘기를 전부 듣고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한 다음에 기사를 쓴 건 아주 좋은 태도였어. 하지만 영지와 나는 두 가지 다른 점이 있지.”

“그게 뭔데?”

“첫 번째로 영지는 너를 믿지 않았지만 난 용재, 너를 믿는다는 것. 탐정은 의뢰인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반드시 네 말을 믿고 네가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벗겨줄 거야.”

“내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아?”

“기사에서도 네가 진실만을 말하는 아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오늘 실제로 보니까 더 그런 확신이 들었어. 넌 친절하고 솔직해. 아까 내가 튀김에 대해 물어봤을 때, 넌 튀김이 맛있으니까 꼭 먹어보라고 했지. 아직 친해지지도 않은 전학생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해준 거야. 이런 친구가 거짓말을 했다고? 난 도저히 믿지 못하겠는데.”

날 믿어준다는 다겸의 말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지만 고맙다는 티를 내기가 좀 쑥스러웠다.

“두 번째는 뭔데?”

“영지는 사건을 해결해본 경험이 없지만 나는 여러 번 있다는 것. 여태껏 이 최다겸이 손대서 풀지 못한 사건은 단 하나도 없어.”

그러고 보니 다겸은 사라진 오징어튀김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도 가능하지 않을까?

“의뢰인 박용재, 탐정 최다겸에게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을 의뢰합니다.” ⓒ베이비뉴스
“의뢰인 박용재, 탐정 최다겸에게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을 의뢰합니다.” ⓒ베이비뉴스

한참 고민하던 나는 조종기 버튼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겸을 똑바로 보았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다겸의 눈빛은 자신만만했고 어딘가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의뢰인 박용재, 탐정 최다겸에게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을 의뢰합니다.”

“탐정 최다겸, 박용재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사건을 해결하겠습니다.”

다겸이 환한 표정으로 답했다. 다겸의 장담에 덩달아 기운이 솟아난 내가 말했다.

“좋아, 언제부터 시작할까? 오늘 당장?”

“그, 그전에…….”

“응?”

“그 무선조종카 나도 한 번 해보면 안 될까?”

조심스런 다겸의 부탁에 쓰러질 뻔했다. 이 녀석, 아까부터 자기도 이걸 한 번 조종해보고 싶었구나. 내가 말없이 조종기를 건네주자, 다겸은 환호까지 지르며 좋아했다.

결국 우리는 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해가 질 때까지 무선조종카를 가지고 놀았다.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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