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학부모·양육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정부기관 및 NGO의 간담회나 토론회가 많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양육자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정작 양육자들은 돌봄 문제를 해결 못해 참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돌봄팀에서는 회원 및 초등학교 이하 일반 아동 양육자를 대상으로 정부, NGO 등에서 주최하는 정책 관련 토론회, 간담회 등의 회의 시간과 돌봄 적절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1월 9일부터 2월 1일까지 24일간 실시했다. 조사에는 총 207명이 응답했다.
양육자 대상 회의의 돌봄 현황 실태 조사 결과, 양육문제로 참석에 불편을 느낀 경우가 97.1%로 10명 중 9명 이상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참석을 위해 취한 돌봄 형태는 ‘가족 및 지인에게 부탁한 경우’가 67.1%, ‘원래 이용하던 돌봄 기관을 이용’한 경우가 35.9%였다. ‘유로 돌봄을 이용’하거나 ‘아이 동반이 안 되지만 데리고 간 경우’,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가 뒤를 이었다. ‘회의 주최 측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양육자들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시간대는 오전 10시~오후 1시 혹은 토요일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실제 회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간대는 오후 3시~5시. 이 시간대는 4.3%만이 참석하기 편한 시간대였다.
시간대를 옮기기가 어렵다면, 회의 참석 시 돌봄 지원과 같은 배려가 필요하다.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는 돌봄 지원 형태로는 ‘주최 측에서 유·무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가 67.6%였고, ‘아동 동반 허용’에 16.4%, ‘돌봄 기관 시간 조정’이 13.5%로 그 뒤를 이었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돌봄 형태인 ‘가족 및 지인에게 부탁’은 선호도가 1.9%로 낮게 나왔다.
◇ “양육자 목소리를 담으려면 돌봄 기능을 회의 일부로 적극 포함해야”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번 회의 설문조사를 통해 “양육자를 위한 회의 대다수는 양육자가 실제로 참석하기 불가능한 형태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양육자 대상 회의가 현재와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면 향후의 모든 정책은 명목상 양육자를 위한 것일 뿐 실제 정책 입안 실행과정에서 양육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도, 내기도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고착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육자 대상 토론회, 간담회 등의 회의 주최 측에 대해, “당사자인 양육자의 상황을 고려해, 돌봄 기관의 운영 시간대인 평일 오전, 직장인이 참석 가능한 토요일, 퇴근 시간 이후의 시간대로 번갈아 가며 진행하고 서비스 비용 유·무료를 막론하고 돌봄 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해 당사자 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정치하는엄마들 돌봄팀 나애리 활동가는 “짧은 기간에 207명이 설문에 응했다. 그만큼 양육자들이 의견 개진에 목말라 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양육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할 때는 실제 양육자들의 상황에 맞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의견 전달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 활동가는 “조사 결과 현재 양육자를 위한 의견 전달 창구는 대부분 전문가나 관계자 등 시간 운영이 비교적 자유로운 비양육자의 편의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육자들이 어렵게 의견을 낸 만큼 추후 의견 반영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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