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 도입, 현장은 들썩들썩하고 있다”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 도입, 현장은 들썩들썩하고 있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4.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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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순미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냉천동 공공연대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0일 서울 냉천동 공공연대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는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이에요. 지금은 얼음장 밑에 있지만 봄이 오면 녹아서 큰 강으로 흘러갈 겁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목소리가 큰 강이 돼 흘러갈 날은 언제일까. 공공연대노동조합 산하 보육교직원노조의 ‘1호’ 조합원이자 초대 위원장인 최순미 위원장의 말이다.

8년차 보육교사인 최 위원장이 노동조합 활동가로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보육교직원·요양보호사 휴게시간 문제와 처우개선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보육교직원 당사자로서 마이크 앞에서 섰다. 그리고 보육교사들을 노조로 모으는 일은 지난해 12월 본격 시작됐다.

최 위원장은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위원장으로 인준받았다. 보육교직원노조는 지난달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시간 근무제 도입 노동법 개정을 위한 1만 보육교직원 선언운동’을 선포했다. 또 서울시와 경기도에 ‘노정교섭 요구안’을 전달하고 본격적인 교섭을 앞두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반년. 지난달 20일 서울 냉천동 공공연대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최 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아무래도 제일 궁금한 것은 ‘1만 보육교직원 선언운동’이었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1만 선언운동을 선포하고 현장을 돌았는데, 현장의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저희가 보육교사 온라인 커뮤니티도 운영하는데, 여기 가입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교사가 많거든요.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노조에도 가입되는 건가 해서. 그런데 1만 선언운동 선포한 뒤에는 하루 사이에 150명씩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있어요.”

기자회견 뒤 몇몇 국회의원실에서도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한다. “6월에는 ‘8시간 근무제 도입 노동법 개정’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는 최 위원장은 “(현장이) 들썩들썩하고 있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통해 보육교사에게도 휴게시간을 보장하게 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보육교직원노조는 실질적인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까닭으로 ▲독립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동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식을 하거나 CCTV 사각지대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점 ▲운영비 부담으로 보조교사를 채용하지 못해 휴게시간에 대체인력 투입이 어려운 실정을 꼽았다.

최 위원장은 “오히려 과거에는 원장과 협의하에 8시간만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9시간 근무를 하게 된 현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휴게시간 1시간을 실제로 쉬지 못하니까 그만큼 근무시간에 추가돼버린 셈이다.

기관의 형태에 따라 현실이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보조교사 지원 등이 잘돼 있기 때문에 휴게시간에 실제로 쉴 수 있다는 교사들도 많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졌다”는 게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보육교직원노조는 지난달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시간 근무제 도입 노동법 개정을 위한 1만 보육교직원 선언운동’을 선포했다. 마이크 든 이가 최순미 위원장. ©보육교직원노조
보육교직원노조는 지난달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시간 근무제 도입 노동법 개정을 위한 1만 보육교직원 선언운동’을 선포했다. 마이크 든 이가 최순미 위원장. ©보육교직원노조

◇ “보육교사를 쥐 잡듯 잡는 평가인증, 복지도 인권도 없다”

보육교사들은 영유아의 안전상 문제 때문에 온전한 의미의 휴게시간 보장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육교직원노조에서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1시간씩 차례로 휴게시간을 사용하는 방안 ▲유급휴게시간을 근무로 인정해 1일 8시간 근무하는 방안 ▲8시간 연속근무 1시간 가산수당 지급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 보육교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 36분, 휴식시간은 18분으로 조사됐다. 시간외근무에 대한 수당 역시 받기 힘들기 때문에 노조는 이를 ‘공짜노동’이라고 부른다.

실질적인 8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해서는 휴게시간 보장과 더불어 ‘보육시간’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은 12시간 운영이 원칙. 최 위원장은 “8시간 근무제를 하면 나머지 4시간을 누가 책임질 건가, 하는 대안이 반드시 입법과정에서 세워져야 한다”며, 핵심은 ‘6+2’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8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그 시간을 꼬박 보육시간으로 채운다면, 교사는 역시나 시간외근무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6시간 정도는 보육을 하고 2시간 정도는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반드시 법제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보육교직원노조는 보육교사의 시간외근무 중 지자체의 각종 ‘교육’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 면담을 통해, 평일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진행되는 보육교사 교육을 근무시간 중에 진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 면담한 광주시는 근무시간 외 교육을 근무시간 중으로 옮기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근무시간 외 교육은) 근로기준법 위반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전국에서 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데 답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어렵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보육교직원노조는 ▲공짜노동을 끝내고 8시간 근무를 위한 노동법 개정 ▲공휴일로 대체되고 있는 연차 대체합의서 반대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의 ‘3대 과제’와, ▲근무시간 외 교육 폐지 ▲평가인증 간소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호봉제도 도입의 ‘3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평가인증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현장의 요구가 높다. 교사들이 몇 달씩 평가인증을 준비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 평가인증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시간외근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교사가 보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동의 안전과 상호작용에 소홀해진다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지금 평가인증은 교사를 쥐 잡듯 잡는 방식이에요. 그해에 평가인증이 잡히면 교사들이 결혼도 출산도 미뤄요. ‘선생님이 앞치마 안 한 것 때문에 1점 깎였어’ 하면 그게 자기평가가 되는 거죠.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아니라 앞치마 하나로 전부 평가받는 거예요. 평가인증 안에는 교사의 복지도 인권도 없어요.”

보육교직원노조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적용 과정에서 평가인증을 간소화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자체나 학부모 모니터링 등 다양한 지도점검의 내용을 통합 관리하고, 교사의 상호작용에 대한 부분을 현재 유치원의 경우와 동일하게 자문의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보육교직원노조는 지난 2월 11일 사회서비스원 FGI 준비위와 심층 간담회을 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보육이 포함되는 문제를 두고 지난해 논란이 된 사회서비스원. 올해부터 서울시 등 4개 지자체가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경우 내년부터 신축 국공립 어린이집 다섯 곳을 선정해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순미 위원장은 1만 명의 조합원을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최순미 위원장은 1만 명의 조합원을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1만 조합원 목표… 보육현장 바꾸는 건 결국에는 교사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논의 과정에서 실망을 좀 했다”며, 사회서비스원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최 위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40%까지 확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이 또 배제돼 있더라”고 설명했다.

“어이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예요. 보육교사 처우 문제와 국공립-민간·가정 간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사회서비스원의 뼈대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시범사업 시작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도 못 잡고 있어요.”

사회서비스원와 같은 큰 정책을 결정하는 문제부터 보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사소한 문제들까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제대로 해결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당국에 호소하는 것에 대해 보육교사들은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고 최 위원장은 전했다.

최 위원장은 “직접 민원을 넣어본 교사들도 많지만 ‘결국 안 되더라’ 하는 생각만 굳어진다”며, “자기를 밝히지 않고 제기하는 민원은 힘이 없는데, 어느 어린이집인지 자기가 누군지 밝히려면 밥줄을 끊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다가는 “‘블랙리스트’로 딱 정리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이다.

전국에서 일하는 보육교사의 수는 약 23만 명.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현장의 보육교사들을 노동조합으로 모으고, 큰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최 위원장의 일이다. 보육교직원노조는 ‘노동법 개정 1만 선언운동’에 들어가기 전, 전국의 보육교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로 선언운동을 결정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모아주는 생각이 바로 정답이에요. 현장의 요구대로, 우리 조합원들이 준 정답대로 가면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최 위원장의 꿈을 물었더니 “1만 명의 조합원을 모으는 것”이라며, “꿈은 크게 가져야죠”라고 웃었다. 물론 앞서 밝힌 3대 과제와 3대 목표도 모두 이루고 싶다. 최 위원장은 “(조합원 수가) 그 정도는 돼야 보육교사들이 안심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며, “그래야 법을 바꾸는 일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는, 교사가 보육 현장의 주인이니까요. 보육 현장의 많은 것이 보육교사에게 달려 있죠. 현장을 바꾸는 건 결국에는 교사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더 아름답게 만들어야죠.”

하지만 아직 ‘노동조합’이라는 말이 주는 반감 또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특히 보육교사의 노동조합 가입을 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민감한 문제다. 최 위원장은 부모들에게 “노동조합이라고 빨간 머리띠만 떠올리지는 말아달라”며, “노동조합의 요구는 결국 보육교사들이 보육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육 현장의 여러 문제들이 개선되고 교사들이 보육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도 이로운 일이 될 거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촛불로 세상을 바꾼” 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리는 촛불로 세상을 바꿨잖아요. 부모님들도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함께하셨겠죠. 노동조합은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당당한 직업인으로 대접받기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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