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이 기겁할지라도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사춘기 딸이 기겁할지라도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 칼럼니스트 권정필
  • 승인 2019.04.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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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의 동반 성장기] 엄마가 딸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

「…또 왜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데

할 말 있으면 터놓고 말해봐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 가수 자두의 노래 '대화가 필요해' 중. 

한창 유행했던 노래의 가사가 요새 이렇게 마음에 와닿을 수가 없다. 요즘 내가 사춘기 딸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고,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도대체 또 왜 그러는데?!”

우리의 대화 부족에 대한 원인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내 성격에 있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말수 적기로 유명했다. 심하면 종일 말을 안 할 때도 있었다. 말을 할 때면 충분히 생각한 다음 단어를 고르고 골라 꼭 필요한 말만 했다. 좋게 표현하자면 신중했고, 다르게 말하면 속 얘기를 안 하는 답답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정말 당황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줄 수는 있었지만, 말문이 트지 않은 아이와 대화(?)는 정말 정말 어려웠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주로 듣는 입장이기에, 집에서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아이와 도통 할 얘기가 없었다.

모든 일과를 공유하는,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와 대화는 스트레스였다. 결국 찾은 방법은 동요를 틀고 노래를 불러준다든지, 동화책 읽어주기, 문화센터에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었다.

아이가 영유아기때에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나의 대화 실력은 형편 없음이 드러났다. 다정한 설명을 해주기보다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을 말하는 나의 화법은 아이에게 조금(?) 무섭고 차가웠던 듯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재우기 전 크게 혼을 냈던 적이 있었다. 너무 과하게 아이를 혼냈던 것 같아 밤새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고민했다. 괜히 아이를 붙잡고 말을 건네면 다정하지 못한 나의 말투에서 아이가 더 상처받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편지를 택했다.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이가 가방에 넣고 다니는 건 식판뿐이었다. 나는 포스트잇에 짧은 편지를 써서 식판 뚜껑에 붙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엄마가 화를 많이 내서 미안하고, 항상 사랑해.'

예상보다 아아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종종 편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난 간단한 메모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오늘 하루도 친구들과 즐겁게 보내.'

'밥 맛있게 먹고 조금 이따 만나.' 

'오늘은 유치원 마치고 친구랑 놀까?'

아이는 언제나 나의 편지에 즐거운 답변을 해주었고, 아이의 답장을 받은 나 또한 무척이나 행복했다.

세 단어면 내 마음을 표현하기 충분하다. ⓒ권정필
세 단어면 내 마음을 표현하기 충분하다. ⓒ권정필

아이가 더이상 식판을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면서 나의 편지도 자연스레 끝이 났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참으로 어려운 나에게 작은 포스트잇은 아이와 마음을 잇는 통로였다.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는 한껏 예민해져 있고, 아이와의 대화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 예전 포스트잇이 생각났다. 사실 마음을 전하는데 있어서 거창한 글이 필요한 것은 아니데. 그저 너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하면 될 것을.

내일 아침, 사춘기 딸아이가 기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꼭 끌어안고 말해줘야 겠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라고.

*칼럼니스트 권정필은 현재 사춘기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아이들의 방황과 성장을 보며, 함께 방황하며 다시 한 번 성장하고픈 평범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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