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도 엄만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그림의 떡'
보육교사도 엄만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그림의 떡'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4.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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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 직위로는 원칙적으로 사용 불가… 학부모 동의도 필수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법으로 보장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보육교사들. 무엇 때문일까. ⓒ베이비뉴스
법으로 보장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보육교사들. 무엇 때문일까. ⓒ베이비뉴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쓰려면 '직위'를 내려놔라? 부당한 처사 같지만 보육교사들에게는 현실이다.

법률로 보장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그 자녀의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에서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왜일까.

우선 "원칙적으로" 담임교사의 직위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할 수 없다. 지난 3월 7일 보건복지부가 일선 시군구에 보낸 ‘어린이집 담임교사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관련 안내’ 공문에는 "담임교사 직위로는 사용 불가"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 담임교사의 경우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직위(시간제 교사, 보조교사 등)로 변경하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가능"이라고 설명돼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일과 가정의 양립과 모성보호를 위한 것으로 회사의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김호연 어린이집 비리고발센터장은 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담임교사에서 보조교사, 시간제 교사로 직위를 변경해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차별"이라며, "직위가 바뀌면 임금도 깎이고 경력도 반으로 깎이는 것인데 경력단절 없이 육아기를 보내고자 만들어진 법의 취지와는 맞지 않고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 “담임에서 보조·시간제 교사로 변경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위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관련 지침을 변경했다. "담임교사 직위로는 사용 불가"라는 조항 아래에, "다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업무공백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대체할 교사를 배치하는 경우, 담임교사의 경우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대체교사로 "국비지원 보조교사, 시간연장반 교사는 배치 불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린이집에서 추가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걸림돌은 또 있다. 바로 '부모의 동의'다. 공문의 '유의사항에는 "담임교사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부모에게 사전 안내 및 동의 필수"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현장에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제도는 있으나 쓸 수는 없는 사문화된 제도"라 부른다. 김 센터장은 “부모 동의가 필수라는 점과 대체할 교사로 국비지원 보조교사, 시간연장반 교사는 불가하다고 하면 보육교사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지 말라는 말과 같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저출생 현상 때문에 육아기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강화되고 있는데 보육교사들에게는 이런 제도가 적용된다는 사실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런 공문이 내려오면 현장에서는 사실상 아무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쓸 수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좀 더 근본적인 분석도 있다. 문경자 대구 한사랑어린이집 교사는 “일반적으로 보육교사를 1년 단위로 계약해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현장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보조교사를 대폭 늘리겠다고 해놓고 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어린이집이) 따로 대체교사를 채용하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7일 보건복지부가 시군구에 내려보낸 ‘어린이집 담임교사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관련 안내’ 공문. ⓒ제보
지난 3월 7일 보건복지부가 시군구에 내려보낸 ‘어린이집 담임교사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관련 안내’ 공문. ⓒ제보

보건복지부의 문제의식은 현장 교사들의 그것에 한참 못 미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5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원래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현장에서) 쓸 수 없다는 해석이 많다"는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담임교사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에 부모 동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안정적 보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 교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비지원 보조교사와 시간연장반 교사를 대체교사를 배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조교사 지원 목적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악용하는 것을 우려해 별도로 원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보조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경력이 줄고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인건비 보조나 대체 인력 고용에 따른 비용은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눈치 보여 말도 못 꺼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어떨까. 근로기준법 제74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보육 현장에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마찬가지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도 사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강원도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A 씨는 임신 13주차다. A 씨는 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임신 12주까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3월은 원아 적응 기간이라 근로시간 단축은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A 씨는 “임신 초기 입덧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임신했다고 말하면 원에 피해가 갈까봐 신경이 쓰였고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눈치가 보여서 임신 사실을 바로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보육교사들이 A 씨와 같이 눈치를 보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 김호연 센터장의 설명이다. 

물론 어린이집마다 차이는 있다. 문경자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원에서는 임신기 근로 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문 교사는 “임신 초기 보육교사에게 1시간 출근을 늦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임신 초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고 졸음도 많이 오는 시기라 당직제도를 활용해 오전에 담임교사 출근 전에 오는 아이들은 당직교사가 돌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모성보호 제도가 어린이집의 상황과 원장의 '선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관련해서, “따로 복지부에서 가이드를 주거나 공지한 것은 없다"며, "특정 기간만 적용되는 만큼 어린이집에서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도의 허점과 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육아기·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보육교사들. 그렇다면 유치원 교사의 경우는 어떨까.

교육부 관계자는 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병설유치원과 같은 국공립유치원 교사들은 어려움 없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0조 특별휴가 5조항에 따라 5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24개월 범위에서 1일 최대 2시간의 육아시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뿐 아니라 자녀돌봄휴가도 연간 2일 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과 함께, “사립유치원 교사의 경우도 국공립유치원 교사 복무규정에 준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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