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쓴맛' 본 임신 중 육아… "첫째야, 엄마가 좀 힘들어"
'인생의 쓴맛' 본 임신 중 육아… "첫째야, 엄마가 좀 힘들어"
  • 칼럼니스트 최이선
  • 승인 2019.04.1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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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심리발달] 엄마에겐 배려와 응원이, 첫째아이에겐 교감과 위안이 필요해요

첫아이를 크게 낳아 출산과정이 힘들었다. 출산의 과정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3일만에 퇴원 후 아이를 돌보는 일이었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셨지만 밤에 일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일은 건강한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잠을 푹 자는 게 소원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첫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맑고 천진한 웃음을 마주하는 것은 정말로 신나고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아이는 잘 자라주었다. 나도 혼자 있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좋았다.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첫아이의 존재가 힘들어지고, 아이가 계속 졸졸 나를 쫒아 다니는 것이 짜증 났다. 어느 날 아이가 장염에 걸려 설사로 고생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입덧 중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장염 걸린 20개월짜리 아이에게 엄마라는 사람이 위로는 못할망정 짜증만 내고 있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사랑했던 마음보다 짜증나는 마음이 더 올라왔다. 가끔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면 첫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이 다르지만, '인생의 쓴 맛' 같은 순간이 온다. 대게 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길 때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순간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니며 스스로 마냥 취약해지는 시기다. 

임신이라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쏟아지는 졸음과 민감해지는 후각과 미각, 예민해지는 신경, 부어오르는 다리와 인터넷에서 보는 연예인들의 예쁜 D라인과는 다른 자신의 몸을 맞이해야 한다. 그리고 첫아이의 칭얼거림까지 이 모든 것이 나만의 몫이라면 참으로 답이 없다.

엄마가 예민해지면 양육태도에서도 일관성이 다소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음식을 먹으며 흘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음식을 흘렸다는 이유로 엄마가 아이에게 갑자기 화를 낸다면? 아이는 사랑했던 엄마의 변화된 심리상태를 느끼고 전보다 더 칭얼거리고 잠도 푹 못잔다. 예민해진 엄마처럼 아이도 예민해지는 것이다.

엄마에게서 안 떨어지려고 하고 징징거림이 늘어난다. 옛 어른들은 양육자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얘가 동생 보려고 그래. 아이들이 귀신처럼 먼저 안다니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엄마가 지금 좀 힘들어. 예쁜 동생이 여기 생겼는데, 잘 자라고 있어. 신기하지?" ⓒ베이비뉴스
“엄마가 지금 좀 힘들어. 예쁜 동생이 여기 생겼는데, 잘 자라고 있어. 신기하지?" ⓒ베이비뉴스

이때는 가족이나 주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남편이 퇴근 후에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위안이 된다.

“애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주말에는 내가 할게.”

또한 시어머니의 자상한 격려도 큰 힘이 된다.

“우리 며느리, 입덧하느라 힘들지. 네가 정말 애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 자신이 지금 첫아이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과 다르다면 무엇에서 더 민감하게 대하는지 알아차리고 아이와 대화를 하자.

“엄마가 지금 좀 힘들어. 예쁜 동생이 여기 생겼는데, 잘 자라고 있어. 신기하지? 엄마는 너를 사랑해.”

아이가 어릴지라도, 이런식의 소통은 정서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첫아이에게 동생을 맞이한다는 것이 즐겁고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엄마의 배를 만져보게 하고 동생의 태명을 불러보게도 하면서 엄마와 교감어린 상호작용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엄마의 양육태도가 바뀌어 아이가 불안해하고 전보다 더 많이 매달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엄마 자신의 마음과 첫아이의 마음을 더 잘 살필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화내는 일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또 엄마가 임신에 대해 첫아이와의 정서적으로 교감하면 아이도 점점 손윗 형제로서의 역할을 준비하고 엄마도 정서적 상호작용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육아는 힘들다. 임신한 상태에서 하는 육아는 더욱 힘들다.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시기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족 전체의 배려와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다.

*칼럼니스트 최이선은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이며, 숙명여대 교육학과 상담및교육심리전공 초빙대우교수다. 국제공인 치료놀이 수퍼바이저로, 발달이 어렵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갖거나 우울하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있거나 산만하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리상담으로 만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선샤인서클」(공동체, 2018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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