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네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네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4.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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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맞춤형보육 #맞춤반 #폐지 #오후반 #야간반 #전업맘 #워킹맘

아이가 앵무새처럼 말을 곧잘 따라 하니 자꾸 확인하고 싶고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진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의미 없는 애정도 테스트는, 뻔하지만 들으면 좋아서 반복해 질문하고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기도 한다. “OO이 엄마 좋아해? 얼마나 좋아해?”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낯간지럽게만 느껴졌던 감정 표현도 서슴없이 하고 심지어 아이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종일 서운할 때도 있다.

아이가 이제 스스로 저 사람이 엄마이고,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 그리고 보호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음을 느낄 때는 아이가 원에서 하원할 무렵이다. 어쨌든 가정을 벗어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던 아이는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온 엄마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반면 아이보다 조금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은 혹시나 제 엄마가 오지는 않았을까 맨발로 현관까지 따라나섰다가 얼굴을 확인하고 풀이 죽어 돌아서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혹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아이의 평균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야 하나 싶은 죄책감마저 든다.

기다리던 엄마가 오지 않아 실망한 아이가 우리 아이라고 생각하면 가슴 아픈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해도, 따뜻하게 잘 대해주는 좋은 교사를 만난다고 해도 이제 고작 만 0~2세의 영유아 아동들은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는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저 어린이집에 무조건 오래 있는 것일까? ⓒ여상미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저 어린이집에 무조건 오래 있는 것일까? ⓒ여상미

내년부터는 전업주부(외벌이), 맞벌이 부부 관계없이 맞춤형 보육이 폐지된다고 한다. 현재 맞춤형 보육 아이들은 하루 최대 6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오전 9시에 등원해 오후 3시에 하원하는 것이다. 또 긴급 보육 바우처라는 것이 있어 매달 15시간까지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긴급 바우처는 하루 30분씩 추가 보육(9시 등원~3시 반 하원) 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어린이집이 허다하다.

종일반은 어린이집을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왜냐하면 내 주변의 맞벌이 부부 자녀들은 대부분 오후 6시를 전후해 모두 하원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상대적으로 종일반보다 보육 시간이 짧은 맞춤반 아동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5시만 넘어가도 원에 남아 있는 원아들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 눈치 보기 바쁜 엄마들이 지레 나서서 헐레벌떡 아이를 데려가곤 했던 것이다.

하원할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대부분 “엄마 보고 싶었어요”이다. 아이들도 어렴풋이 엄마가 일을 하면 늦게 데리러 온다는 현실을 눈치챘는지 “엄마는 일하지 마요. OO이 옆에 있어요. 회사 가면 나 슬퍼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럴 때면 아이의 마음을 확인한 것 같아 기특하고 짠하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씁쓸함도 함께 밀려온다.

모성애를 이용해 전업육아를 강요하는 것만 같은 잔인한 세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바뀐 개정안은 전업주부나 직장에 다니는 엄마나 시간에 쫓길 걱정 없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밤 9~10시가 다 될 때까지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의아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기본 보육 시간 이외에는 별도의 전담 보육 교사가 배치된다는 점도 엄마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고 (물론 담임 교사가 시간 외 근무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간 아이들이 하루 세 끼를 밖에서 먹는 것도 마음이 쓰인다. 게다가 영유아 아동들이 평균적으로 밤에 잠드는 시간을 고려해 봤을 때 최대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밤에 일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이들 정도가 환영할 만한 지원일 것이다. 

또 만 2세가 넘어가는 아동 즉 어린이집이 아니라 유치원, 학교에 다니는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엄마의 퇴근 시간은 지금과 무엇이 다를까?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과연 어린이집에 무조건 오래 있는 것일까? 보육에 대한 질적 개선은 없이 양만 가득 늘어난 모양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마음 편히 일하게 누가 실컷 아이 좀 돌봐줬으면”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마주쳤던 엄마들은 그들이 속한 집단, 기업, 사회가 달라져 “지금보다 더 빨리 아이에게 갈 수 있기를, 그렇게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이라는 사실을 법을 개편하고 제도를 시행하는 이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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