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
음악치료사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
  • 칼럼니스트 권정인
  • 승인 2019.04.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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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사 엄마가 들려주는 쿵짝쿵짝 육아 일상] 너희는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연년생 남매인 봉이와 방이가 유치원 생활을 하며 최근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 중 하나가 직업 탐구이다.

“엄마, 연우네 엄마, 아빠는 경찰이래요, 현서 아빠는 컴퓨터일 하고요, 승아 엄마는 선생님이에요”.

이쯤에서 나는 내게 올 다음 질문을 마음속으로 예상해 본다. 엄마와 아빠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할 아이를 위해 미리 설명을 생각해 본다.

“엄마, 엄마는 음악치료사이지요? 어떻게 사람들을 치료해요? 의사 선생님 같은 거예요?”

‘하아….’

질문이 연속해서 들어오는 것도 벅차지만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나의 직업을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다양한(임상적인) 음악 활동을 통해서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나름의 쉬운 설명조차도 아이에겐 이해가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한 번 쯤 아이에게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임상 현장에서의 참관은 어려울 것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실습 현장에 데려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침 기관의 허락을 받아 데려가게 되었다. 다행이 강의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었고 아이는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 엄마는 음악치료사이지요? 어떻게 사람들을 치료해요? 의사 선생님 같은 거예요?” ⓒ베이비뉴스
“엄마, 엄마는 음악치료사이지요? 어떻게 사람들을 치료해요? 의사 선생님 같은 거예요?” ⓒ베이비뉴스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의 경우 자신의 일터에 아이를 직접 데려가서 보여주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대부분 교육 과정에 소개되는 직업들을 탐색하거나 견학을 통해 좀 더 이해를 넓혀가게 된다.

그런데 최근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보면 직업과 관련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들에 대한 기사,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들에 대한 기사이다. 부모로서 내 아이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그런 기사를 볼때마다 머리는 이미 204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의 초중고 시절을 돌아보면 학교에서의 적성검사 결과에 나의 진짜 능력과 숨겨진(?) 능력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결국 그때의 결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었고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니 달라질 것 같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의 직업들 중 점차 사라진 직업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관심을 보이고 꿈을 갖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설명하기에는 이유가 아직 확실하지 않아 더 어렵기도 하고 아이 나름대로의 생각도 있을텐데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기도 참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그대로 두기에도 부모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내적 갈등으로 팔랑대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우선 내가 왔던 길, 조금은 특이한 나의 길을 한 번 되돌아보았다.

대학 학과를 선택할 때 나는 적성이나 꿈보다는 성적, 경제적인 부분 그리고 향후 진로 등을 기준으로 입학을 결정했고, 졸업한 뒤에는 관련된 기업에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했다.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낀 20대 중반, 새로운 도전으로 내 전공과 다른 전공을 융합해 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학위를 무사히(?) 마치고 난 소감?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뜻밖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그리고 20대 후반, 나는 '음악치료사'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다만 그 도전에는 단서를 붙였다. 기회는 딱 한 번이라고.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알아보고, 공부하고, 시험을 봤다. 운명인지 한 번에 합격했다. 그리고 시작된 학위 과정은 어찌보면 내 인생의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달려왔다.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흔을 넘기며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나의 음악치료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연구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물론 같은 전공이면 좀 더 자연스럽게 진행됐겠지만 이번에도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현재 진행 중인 이번 도전 역시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지금 당장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멋진 말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자라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오면 엄마가 걸어온 길에 대해 진지하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지만 ‘굳이? 왜?’ 와 같은 의외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가끔 아이들에게 웃으며 "너 커서 뭐 될거야?, 뭐 하고 싶어?" 라고 물으면 봉이는 경찰이나 소방관과 우주 전사 사이에서 고민한다. 방이는 예쁜 드레스 입고 결혼하고 싶단다.

"정말 그렇게 되고 싶으면 지금부터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야 키도 크고, 힘도 세지고, 예뻐져서 너희들의 꿈을 이룰 수 있어. 아 참, 책도 많이 읽어야겠네?" 라며 엄마가 원하는 것을 리스트에 꼭꼭 담아 이야기 해주는 지금이지만 아이들이 ‘선택’ 앞에서 ‘고민’이란 걸 하기 시작할 때, 그때는 엄마의 바람 보다는 아이의 바람에 더 귀를 기울이고 엄마의 삶을 보여주고 들려주리라 다짐해 본다.

*칼럼니스트 권정인은 학부는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나 석사는 법학과 음악치료학을, 그리고 현재는 운동생리학 박사과정 중인 인문, 자연, 예체능을 의도치 않게 두루 경험하게 된 현직 음악치료사입니다. 6세와 7세 연년생 남매를 양육하며 일어나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엄마이자 음악치료사로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리듬게임핸드북」(도서출판 파란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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