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좋겠다, 스마트폰 있어서”
“엄마는 좋겠다, 스마트폰 있어서”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4.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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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

아이를 키우며 나에겐 지금껏 중요하게 지켜온 양육 원칙이 있다.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 곧바로 응해 준다는 것이다. 아기는 배가 고프다고, 기저귀가 축축하다고 혹은 잠이 쏟아진다고 울음으로 엄마인 나를 찾았다.

말 못하는 아기가 울 때 양육자가 빨리 응해 줘야 아기가 안정감을 느낀다고 해서 초보 엄마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살폈다. 아기가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엄마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하던 아기는 이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말하는 일곱 살이 되었다. 아이는 자랐지만 변함없이 수시로 엄마를 찾는다. 이제는 자기가 만든 공작품이나 그림을 봐 달라거나, 뭘 하다가 문제가 생겼으니 도와 달라며 부른다.

또 “엄마는 나랑 놀고 싶지 않아?” 은근슬쩍 떠보면서 놀아 달라고 부른다. 그러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아이에게로 간다. 그럴 수 없을 때는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가 기다릴 수 있게 돕는다.

요즘 우리 아이는 스케치북을 잘라서 책 만드는 활동에 빠져 있다. 한 장 한 장 채우려면 시간도 걸리고 놀아주는 수고도 덜 수 있으며 유익하기도 해서 내가 먼저 권하기도 한다.

문제는 혼자 집중해서 하면 될 걸 끊임없이 나를 부른다는 것이다. 자기가 한 것을 봐 달라면서. 아이가 잘 놀면 나도 숨을 돌리고 다른 일에 잠시 집중하고 싶다. 그런데 틈을 안 주니 솔직히 귀찮기도 하다. 내가 말하면 한 번에 듣지도 않는 미운 일곱 살한테 나만 재깍재깍 반응해 주려니 억울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호응하고 관심을 보일 때 아이는 세상을 얻은 듯 만족스러워한다. 아이가 책을 만들면 내 역할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감탄과 칭찬의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설거지하다가 몇 번씩 고무장갑을 벗어던졌다. 아이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후딱 저녁을 지어 먹이고 싶은데 아이는 요리하는 나에게 자꾸만 자기가 만든 자석 블록을 내밀었다. 자기가 만든 것을 봐 달라고. 덕분에 오늘 저녁 식사는 늦어졌고 집은 흐트러진 그대로지만 아이가 웃었고 평화로운 저녁을 보냈으니 충분하지 싶다.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 즉각 응한다는 양육 원칙은 세웠지만 매번 잘 지키는 것은 아니다. 육아에는 엄마의 계획과 다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가 언제까지 엄마의 손길과 관심을 요구하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지는 않을 테니 순간순간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내 노력과 별개로 아이가 받는 느낌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림책 「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노부미 지음, 고대영 옮김, 길벗어린이, 2017)에는 스마트폰을 자주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야속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아이 건이가 등장한다.

“엄마가 날 봐 주지 않으면, 나는 없어져도 된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에요!” ⓒ길벗어린이
“엄마가 날 봐 주지 않으면, 나는 없어져도 된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에요!” ⓒ길벗어린이

책 제목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설마?’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졌다. 그럴 리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만 해도 아이는 스마트폰을 빤히 들여다보는 나를 몇 번이나 목격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이 눈에 익숙한 광경이라서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 또 스마트폰 하네’ 하면서. 아마 아이는 엄마가 스마트폰을 끄고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림책 속 건이의 눈에 비친 엄마 모습을 통해 우리 아이 눈에 비친 나를 봤다. 건이는 이렇게 말한다.

“텔레비전 볼 때 엄마는… 광고가 시작되면 스마트폰을 보고, 광고가 끝나면 텔레비전을 보고. 아기가 울면 아기를 보고, 또 스마트폰 텔레비전 아기 또 스마트폰 텔레비전 아기.”  

내 경우에는 텔레비전 시청과 스마트폰을 둘 다 붙잡고 있으니 더 심하다고 봐야 할까.

예전에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줄 때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 노출에 대한 마음의 짐을 벗기 위한 나름의 강구책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크고 보니 간간이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나는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에 푹 빠져 있으니 엄마가 뭘 하는지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나를 찾았을 때 스마트폰을 즉시 끄고 아이부터 챙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 눈에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멈추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인상이 강한 것 같다. “엄마는 핸드폰만 좋아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아니 당장 오늘은 그런 일이 없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오늘 저녁이 평화로웠다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저녁마다 내 스마트폰으로 종이접기 영상을 보는 아이 때문에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함께 영상을 보면서 아이는 종이접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이가 종이접기에 흥미를 보이게 된 것도 확실하다. 덩달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문제지만. 

약속한 종이접기 영상을 두어 개 보며 함께 종이접기를 한 뒤 스마트폰을 끄는데 아이가 시무룩하게 말을 잇는다.

“엄마는 좋겠다, 스마트폰 있어서.”  

내 마음이 무거워져 아이에게 엄마 핸드폰이 궁금하냐고 진지하게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엄마가 핸드폰 언제 사주냐고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라니 스마트폰에 대한 어린아이들의 관심이 매우 큰 것 같다.

아직은 내가 당기면 내 쪽으로 딸려오는 일곱 살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게 될 그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시 아이가 엄마만을 찾는 시절은 생각보다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니 내일도 아이가 “엄마!” 하고 찾을 때 두 번 세 번이라도 기꺼이 응답해야겠다.

그림책 속 건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날 봐 주지 않으면, 나는 없어져도 된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에요!”  

건이는 이렇게 말하며 엄마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어디 아이뿐인가. 엄마도 존재의 이유가 아이에게 있잖은가. 아이의 부름에 충실히 응답할 이유가 여기 하나 더 있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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