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아빠로 살다 보니 알게 된 사실
주부 아빠로 살다 보니 알게 된 사실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9.04.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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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모유수유 빼고, 아빠가 육아를 더 잘할지도 모른다

과거에 '셔터맨'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전문직 아내를 둔 남편을 일컫는 용어다. 특별한 일 없이 집에 있지만 그렇다고 육아와 살림을 하지도 않는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당연시되던 때였기에 가사는 여전히 일하는 아내의 몫이었다. 그래서 셔터맨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요즘에도 일하는 아내 대신 집에 있는 아빠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다. 집에 있으며 아빠가 직접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한다. 소위 '주부 아빠'라 불린다. 

나도 주부 아빠다. 올해로 7년 차다. 맞벌이 생활을 하다 오랜 갈등과 고민 끝에 아빠인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왔다. 3살, 5살이었던 아이들은 이제는 훌쩍 커서 둘 다 초등학생이 되었다. 

생소하던 우리 부부의 선택이 요즘에는 그리 낯설지가 않다. 평일 대낮에 동네를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육아하는 아빠들을 만난다. 이른 아침부터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동네를 다니는 아빠, 아기 띠를 메고 소아과에 온 아빠, 마트에 아이들과 장 보러 온 아빠 등 수시로 마주친다. 저출산을 막고자 다양한 제도가 쏟아지고 워라벨이 중시되면서 달라진 아빠 육아의 현실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아빠는 육아와 살림에는 적합하지 않아”라는 말, 이제 “왜 엄마는 육아와 살림을 무조건 잘할거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되물을 수 있는 세상이다. 지난 6년간 두 딸을 키우고 살림해 본 경험에 의하면 아빠도 충분히 아이를 잘 키우고 살림을 잘할 수 있다. 남자라고 못한다는 건 결국 편견이었다. 

육아와 살림에 대한 정보를 친정어머니에게만 전수받던 때가 아니다. 클릭 한 번으로 아이 젖병 소독법, 유아식 만들기,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났을 때의 대처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얼마나 빨리 양질의 정보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지 몰라서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모유수유 빼고는 아빠가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한 표를 던진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손수 키우면서 주부 아빠가 되어갔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보통의 아빠에서 아빠도 충분히 부성애를 가지고 잘 키울 수 있다고 믿는 아빠가 되었다. 

이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노승후
이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노승후

지난 시간 동안 주부 아빠로 살며 얻은 것은 소원했던 아이들과의 추억만은 아니었다. 한 생명을 직접 키우다는 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침부터 진땀 내며 겨우 완성한 유아식을 한 입, 한 입 떠먹였던 둘째, 아빠가 투박한 손가락으로 애써 묶어준 머리가 맘에 안 든다고 투정 부리던 첫째. 전쟁터가 따로 없던 아침 등원 시간도 이제는 평온하기만 하다. 옷도 스스로 챙겨 입고 자기보다 커 보이는 책가방을 씩씩하게 메고 학교를 간다. 그렇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지난 시간이 그리 무의미하지는 않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잠자리에 누워 두 아이를 양옆에 뉘고 책을 읽어 준다. "한 권만 더요, 한 권만 더요"를 외치던 아이들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다. 그런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같이 잠에 드는 그 순간,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슴속 깊이 파고듦을 느낀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왜 결혼을 해야 하고 왜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뒤늦게 깨닫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담감으로 느껴지는 일이 나에게는 인생을 더 진지하고 열심히 살게 만드는 힘이 됨을 느낀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아이도 나를 바라본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기가 막히게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르치기에 앞서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되려 반성하게 된다. 

이 세상에 한 명의 새로운 생명을 내놓고 그 아이를 올바르게 키워나가는 일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부모는 좀 더 성숙해지고 철이 들어간다.

아이 때문이 아니라, 아이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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