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외우고, 토론하는 고전적 공부의 힘
읽고, 쓰고, 외우고, 토론하는 고전적 공부의 힘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04.1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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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유대인, 탈무드, 그리고 부모의 역할

유대인들의 공부법이자 대화전략인 ‘하브루타’로 한국적인 ‘질문교육’과 ‘부모교육’을 하는 저는 유대인들이 예시바도서관에서 토론하는 장면을 보며 대단히 놀랄 때가 많습니다. 매스컴은 유대인들이 도서관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끌벅적한 모습에만 집중합니다. 그들이 그 열띤 토론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매스컴에서 유대인들의 토론 모습을 보신다면, 그들이 토론을 하기 위해 매우 두꺼운 책을 공부했음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들에게는 토론을 위해 필기해 둔 노트도 없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인즉슨 유대인들이 토론을 준비하며 토론 내용을 다 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대아이들의 공부모습. ⓒ장성애
유대인 아이들의 공부모습. ⓒ장성애

유대인들은 이런 토론습관을 들이기 위해 어릴 때 부터 준비 합니다. 아이들이 나온 사진을 보면 그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매우 두껍고 그림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탈무드를 읽고 있습니다. 우리는 탈무드를 동화로 접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읽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외우는 과정을 아주 오랜 나날 지속합니다. 아이들에게 그저 책을 읽으라고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상의 습관이 되도록 부모가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유대인 속담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아버지와 글 한 줄을 가지고도 4시간을 토론한다.’ 

유대인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 제 지인이 해 준 이야기입니다. 그 가정의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유대인이랍니다. 아빠는 거의 매일, 아주 긴 시간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더랍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아이 엄마는 남편이 교육적으로 무척 좋은 아빠여서 아이를 셋 낳았다고 합니다. 

아이의 학습적인 부분을 교과서나 참고서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의 양식이 될 탈무드를 기반으로, 깊고도 넓은 교육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유대인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유대인 부모와 아이의 공부모습. ⓒ장성애
유대인 부모와 아이의 공부모습. ⓒ장성애

위의 사진에서 아이와 아빠의 눈빛과 그 거리, 그리고 집중도를 한번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탈무드는 읽어내기 힘든 책입니다. 양도 방대합니다. 백과사전 두께로 72권입니다. 탈무드를 한 번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탈무드는 수 천 년의 세월과 수 많은 현자들의 생각을 기록해 현대의 아이들이 수 천 년에 걸친 지식을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유대인들의 지식적 인프라이자 시스템입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의 내용을 책으로만 읽게 하는 것에 나아가 외우고, 토론하는 살아있는 교육 방법까지 전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들이 배운 방법 그대로 물려주는 모습이 그야말로 그들이 가진 ‘보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탈무드에는 일상의 일에서부터 법률 등 천문학적인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합니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총망라된 백과사전입니다. 한 장 한 장 그 부분에 대해 토론한 내용은 과거의 현자들이 지금 이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화의 현장에 실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공부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혜를 발휘해서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기계와 정보화 문명에서 주도권을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유아들을 너무나 어린아이들로 취급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다해주고, 유기농으로 보호 하며, 감동을 주는 잘 꾸며진 책들을 읽히고 있습니다.

유대인을 본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제일 잘 아는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부모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그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려면 자녀와 부모간의 아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용도 방대하고 그림도 하나 없는 탈무드. 유대인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부모와 꾸준히 토론합니다. ⓒ장성애
내용도 방대하고 그림도 하나 없는 탈무드. 유대인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부모와 꾸준히 토론합니다. ⓒ장성애

아이들은 어릴 때일수록 부모와 뭐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책을 읽더라도 부모와 함께라면 서슴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중노동을 해맑고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유대인 아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쓰고, 외우고, 토론하고, 반복하는 그들의 아날로그식 공부법은 4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더욱 빛을 발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유대인들은 인간의 뇌와 힘과 육체의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행복한 중노동인 아날로그식, 고전적인 공부법에 도전해 본다면 어떨까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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