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아는 교육받을 권리 없나요?..."70%는 의무교육 못받아"
장애유아는 교육받을 권리 없나요?..."70%는 의무교육 못받아"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4.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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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장애유아 해법을 논하다①] ‘장애유아 의무교육’ 막는 걸림돌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대한민국 헌법은 장애유아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현행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베이비뉴스는 장애유아 의무교육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을 짚어본 뒤,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과 선진국 사례를 통해 해결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봤다. - 기자말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장애유아 의무교육 실천촉구를 위한 부모들의 외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유아의 교육권 정상화를 위해 법을 보완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전국장애유아학부모회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장애유아 의무교육 실천촉구를 위한 부모들의 외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유아의 교육권 정상화를 위해 법을 보완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전국장애유아학부모회

“장애유아 단 한명도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게 유아가 있는 모든 기관에 의무교육을 즉각 지원하라!”(18일 오전, ‘장애유아 의무교육 실천촉구를 위한 부모들의 외침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장애유아의 교육권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은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 헌법 조항 아래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구체화했다.

특히 특수교육법 제1조는 장애아동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교육기본법 제18조는 “국가 및 지자체가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유형·장애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해 이들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장애영유아 보육교육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이하, 장보연)은 2016년 기준 보육 대상 장애유아 3만 8274명 가운데,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유아는 5186명(1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도 다르지 않다. 총 특수교육대상자 9만 780명 중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유아’는 총 5630명(6.2%)이다.

정부는 장애유아 의무교육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2월 4일 교육부는 장애유아 의무교육개선방안으로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2017년 기준 1곳인 통합유치원을 2022년까지 17개로, 731학급인 유치원 특수학급은 2022년까지 1131개로 확대한다는 방침. 지난해 교육부는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서 1120학급까지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 역시 지난해 4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며 “장애아를 둔 엄마에게는 당장 1년의 치료와 교육이 급하고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가 여러분들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장애유아의 70% 정도는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해…"

15일 오전 10시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3명을 만나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5일 오전 10시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3명을 만나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는 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를 만나 자녀의 교육문제에 얽힌 아픈 사연을 들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성숙진 씨는 그 중에서도 시설이 부족한 점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성 씨는 “4살 때 아이를 일반어린이집에 보냈지만, 1년이 돼서 원장님이 아이를 돌보는 데 힘들다며 통합어린이집에 옮길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곳저곳 통합어린이집을 찾아다녔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최 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당시 동석했던 7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김정란 씨는 “다자녀 가정도 아니고, 맞벌이도 아니었다”며 “통합어린이집 신청을 해도 대기만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시설이 부족한 데, 아이의 경증에 따라 우선순위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맞벌이, 다자녀 가정에 1순위로 우선 배정하고 있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애유아 교육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힌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촉구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사단법인 두루 소속 엄선희 변호사는 “문헌을 종합했을 때 장애유아의 70% 정도는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장애유아의 의무교육 수혜율은 더디기만 하다.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선, 장애유아가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의 수가 적다.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 기준 유치원 과정 운영 특수학교가 125곳, 일반 유치원 특수학급은 740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보육통계연보에서 발표한 전국 유치원 수가 9021곳.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특수학급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특수교육기관으로 ’간주‘하는 어린이집…의무교육 인정받기 어려워

지난 1월 18일 국회에서는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월 18일 국회에서는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의무교육 범위 바깥에 있는 어린이집은 특수교육기관에서도 벗어나 있다. 다만, 일정한 조건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간주란 “본질이 다른 것을 일정한 법률상 취급에 있어서 동일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시행규칙 제19조에는 “장애유아를 위한 어린이집은 장애유아가 3명 이상의 경우 ‘장애통합어린이집’, 12명 이상인 경우에는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구분한다”고 적시돼 있다. 어린이집은 이와 같은 조건으로 ’간주조항‘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장애아어린이집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보육통계를 보면 2017년 12월 31일 기준 장애아전문어린이집 178곳,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은 946곳으로 조사됐다. 장애아전문어린이집 정원은 8568명으로, 이 곳에 다니는 장애아동은 6161명이다.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의 경우, 정원 8만 6673명 중 장애아동은 4066명이다.

장애유아는 원칙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 받은 후,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제공받아야 의무교육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방식은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토대로 최종의견을 작성해 교육장 또는 교육감에게 보고하면 이들은 2주일 이내에 선정 여부를 결정해 부모에게 통지하는 식이다. 간주조항 탓에 어린이집은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하되, 의무교육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

교육부 소관 유치원이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 어린이집을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13일 ‘장애유아 보육·교육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장애유아 학부모인 최지현 씨는 “올해 초 교육청 산하 기관 유아교육진흥원에서 가족체험, 학부모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연락했다”며 “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관내 공·사립 유치원의 학부모만 참여할 수 있다며 죄송하다는 담당자의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유아가 다니는 기관에 따라 교육지원에 차별이 있어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지난 1월 18일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엄선희 변호사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국가가 의무교육을 실시할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특수교육대상유아에게 어린이집은 의무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의무교육을 실시할 책무의 대상기관으로 보지 않게 됨에 따라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어린이집의 관할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의 관할은 교육부로 나눠져 있어 어린이집을 이용해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장애유아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고의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는 점으로 해석된다.

한편,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을 보장하는 내용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0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부산 연제구)은 이날 특수교육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현재 어린이집이 특수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간주되고 있는 부분에 있어 어린이집을 법 항목에 추가함으로써 장애유아가 교육받을 권리로부터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 어린이집 특수교사 부족 현상…원인은 ‘교사 처우’에 있다

지난해 9월 '장애유아 보육·교육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윤태 우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사 부족 원인에 대해 교사의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해 9월 '장애유아 보육·교육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윤태 우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사 부족 원인에 대해 교사의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문제는 또 있다. 특수교사도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 있었던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정상화와 차별해소를 위한 외침행사’에서도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여해미 씨가 나와 현실에서 겪는 문제를 토로했다. 여 씨는 “발달장애 자녀의 보육·교육을 위해 여러 곳을 찾다가 입소한 장애아어린이집에서 ‘특수교사가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원장님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장애아전문어린이집 178곳 중 63곳(35.4%)이, 장애아통합어린이집 946곳 중 148곳(15.6%)이 특수교사 배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유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교사 배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바로 교사의 처우에 있었다. 김윤태 우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장애유아 보육·교육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유치원 소속 유아특수교사와 비교해 처우가 심각하게 차별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아특수교육 정교사가 보육기관에 취업할 경우 호봉부터 차이가 난다. 김 교수는 “유아특수교육 교사가 유치원에 취업할 경우 1년 차에 10호봉 2413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보육기관은 1호봉 2043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취업 기관에 따라 대략 400만 원의 급여 차이가 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의 규정에 따라 보육기관에서의 장애유아 교육을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의무교육으로 간주하고 유치원 수준에 준한 유아특수교사 배치를 의무화했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의 유아특수교육과 졸업생들은 장애아어린이집이 아닌, 특수유치원의 임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시행령은 ‘장애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에 배치하는 특수교사’와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의 수는 장애영유아 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하며, 배치된 교사 2명당 1명 이상은 유아특수교사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정해진 배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에서 장애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특수교사가 확보되지 않으면 장애유아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은 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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