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아 교육 문제, 또 마주친 '유보통합'의 벽
장애유아 교육 문제, 또 마주친 '유보통합'의 벽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4.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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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장애유아 해법을 논하다②]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작점은 ‘특수교육법’ 개정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대한민국 헌법은 장애유아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현행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베이비뉴스는 장애유아 의무교육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을 짚어본 뒤,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과 선진국 사례를 통해 해결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봤다. - 기자 말

지난 15일 베이비뉴스는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장애유아를 키우는 부모 3명을 만나 자녀교육의 어려운 점을 주제로 집담회를 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5일 베이비뉴스는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장애유아를 키우는 부모 3명을 만나 자녀교육의 어려운 점을 주제로 집담회를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일반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 소풍이나 견학, 뮤지컬 관람 등 뭐든지 한 번도 따라가 본 적이 없어요.“

경기 부천시에 사는 성숙진(40) 씨는 장애유아를 키운다. 다섯 살 때부터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네 살 때까지는 일반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님 권유로 옮겼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15일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성 씨를 만나 장애유아의 교육 현실에 대해 들었다.

성 씨는 “아이가 일반 어린이집에 다닐 때 소풍이나 견학 갈 기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은 ‘아이 돌보기가 힘드니 집에서 양육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성 씨는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 자리에는 여섯 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이재은(36) 씨도 동석했다. 이 씨는 “저희는 그나마 수도권이라 다행이지 지방에 사는 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설도 거의 없다”며, “대기를 한다고 해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 ‘장애유아 의무교육 실천촉구를 위한 부모들의 외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장애유아를 키우는 22명의 학부모들이 현장에 나왔다.

이들이 바라는 건 하나였다.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관계없이 모든 장애유아는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 전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학생들이 더 행복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수교육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은 지난해 11월 발행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기초 연구’에서 “집 앞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없어 할 수 없이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당수의 장애 영아들이 찾는 전담 어린이집도 유치원에 비해 교육과정을 제공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정부 대책은 의무교육 실현에 상당한 시간 걸릴 것”

지난 1월 국회에서는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월 국회에서는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현행법상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의 의무교육 과정은 다르다. 비장애아동은 교육기본법 제8조에 따라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반면 장애아동은 특수교육법 제3조에 따라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과정까지가 의무교육이다.

공익변호사 단체인 사단법인 두루 소속 엄선희 변호사는 의무교육 기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를 “장애아동은 조기에 적절한 교육적인 조치, 치료, 돌봄 등이 이뤄져야 비장애아동과 동일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유아 의무교육 실현을 위해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교육부·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서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과 유치원, 특수학교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장애아전문·통합어린이집을 2022년까지 60곳으로 늘리고, 1곳인 통합유치원을 17곳으로, 유치원 특수학급은 731개 학급에서 1131개 학급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계획이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장애유아 보육·교육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유치원과 특수학급 확대만으로는 모든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이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마저도 단계적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장애유아 의무교육이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엄선희 변호사 역시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2022년이 될 때까지 수십만 명의 장애유아는 실질적인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결정적인 발달 시기에 방치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장애유아, 교육권이라는 기본권 침해받아와”

지난 2월 20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2월 20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개선하려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행 장애유아 의무교육에 대한 규정인 특수교육법 제3조에 어린이집을 추가시켜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에서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 특수교육법 개정은 장애유아의 교육권을 실현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준다. 현행법은 어린이집을 특수교육기관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장애유아 의무교육에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로 이 조항을 들었다. 지난 1월 국회 공청회에서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시정2과 조사관은 “본질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문제는 보육과 교육이 통합되면 해결될 사안”이라며, “현재 상태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특수교육법 개정안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윤태 우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의무교육 간주조항을 언급하며 “장애유아는 교육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법을 개정해 장애영유아가 어느 곳에 있든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지난 2월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부산 연제구)은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으로 간주만 하고 있는 법 항목에 “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으로 추가함으로써 장애유아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장애유아·부모·교사·기관의 차별을 없애고,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정상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린이집을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하면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동일한 과정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및 배치, 특수교사 배치, 치료교육 등 유치원에 하는 것과 동일하게 어린이집을 지원, 관리감독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장애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은 장애유아 3명당 특수교사 1명을 채용해야 한다. 특수교육법이 개정될 경우, 어린이집은 유치원처럼 장애유아 4명마다 1명의 특수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 어린이집도 장애유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통합교육(제21조), 개별화교육(제22조)이 이뤄지고, 순회교육(제25조)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무교육에 관해서는 어린이집에도 심사청구제도(제36조)가 적용되고, 어린이집에서 교육상 차별이 발생하면 특수교육법 위반으로 처벌도 가능해진다.(제38조, 38조의2)

그러나 교육과 보육의 이원화는 법 통과의 걸림돌이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엄 변호사는 “교육부와 복지부의 관할문제와 예산분리가 끼어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장애유아가 기본적 인권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도록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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