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명탐정] 다겸, 조사에 나서다 1-2
[전학생은 명탐정] 다겸, 조사에 나서다 1-2
  • 소설가 나혁진
  • 승인 2019.04.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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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어린이 추리소설 '전학생은 명탐정' 6장

“우리 힘으로는 안 되겠어. 아니, 어른들이 수십 명 몰려와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바닥을 봐. 이 돌판 무게만 해도 우리들 합친 것보다 더 나가겠다.”

다겸은 사자상이 올라서 있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돌판을 가리켰다.

“설마 내 말을 안 믿는 건 아니겠지? 그날 밤은 분명히 자기 혼자 움직였어.”

“항상 네 말을 믿는다고 했잖아. 자, 그럼 다음으로는…….”

별 소득을 보지 못한 다겸이 사자상을 지나쳐 갔다. 다겸은 몇 걸음도 안 가서 걸음을 뚝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학교 건물의 뒤쪽을 보았다. 건물 뒤쪽에도 후문이 나 있었는데, 앞쪽의 현관문과 비슷한 두 짝짜리 유리문이었다.

“이 문도 잠겨 있었어?”

“응. 여긴 맨날 잠가놔. 산에서 낯선 사람이 내려와서 학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작년부터 그랬어.”

고개를 끄덕인 다겸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건물의 북동쪽 모서리에 도착했다. 다겸이 고개를 조금 왼쪽으로 돌리자, 동물원의 우리처럼 네모나게 울타리를 친 곳이 보였다. 다겸의 허리쯤 오는 그 울타리 안에 그날 밤 벼락을 맞은 은행나무 등걸이 있었다. 불로 된 칼로 베인 거나 마찬가지라서 나무 등걸에는 까맣게 탄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겸은 멈추지 않고 운동장으로 내려가 정문 쪽으로 쭉 걸어갔다. 벌써 조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 집에 가는 걸까? ⓒ베이비뉴스
다겸은 멈추지 않고 운동장으로 내려가 정문 쪽으로 쭉 걸어갔다. 벌써 조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 집에 가는 걸까? ⓒ베이비뉴스

“남아 있는 나무 밑동만 봐도 엄청 커 보이네.”

“당연하지. 200살도 넘었는걸. 너무 늙어서 애들이 자꾸 만지면 좋지 않으니까 울타리를 쳐놓은 거야. 우리 학교의 상징이지. 아니, 이었지.”

아버지를 비롯해 우학초등학교 졸업생이면 모르는 이가 없는 대왕 은행나무의 처참한 몰골에 절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은행나무에 별 추억이 없는 다겸은 그저 감탄한 표정으로 남은 등걸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렇게 커다란 나무가 정말 벼락을 맞아 넘어진 거야?”

“응, 얼마나 놀랐다고! 벼락의 우르릉 쾅 하는 소리랑 나무가 땅에 부딪치는 쿵 소리가 어찌나 크게 났는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그 쓰러진 나무가 이 앞으로 넘어졌고?”

“그래, 바로 여기에. 이 길 전체를 다 막아버릴 정도로 큰 나무라서 그 다음 날 바로 쓰러진 나무 치워주는 아저씨들 불렀대. 그 아저씨들이 전기톱 같은 걸로 조각조각 잘라서 트럭에 싣고 갔대. 안 그러면 계속 이 길이 막혀서 아무도 못 다니니까.”

“이야, 그거 큰일이었겠네.”

“재미있었겠지? 나도 병원에만 안 있었으면 구경 갔었을 거야.”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인 다겸은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림 속 사람처럼 말없는 다겸을 구경하는 게 싫증나서 물었다.

“이제 뭘 더 조사할 거야?”

“음,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

“그게 누군데?”

“일단 따라와.”

또다시 다겸이 앞장을 섰고 나는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다겸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아까와는 반대로 학교 건물의 오른쪽 길을 돌아 건물 정면으로 나왔다. 다겸은 멈추지 않고 운동장으로 내려가 정문 쪽으로 쭉 걸어갔다. 벌써 조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 집에 가는 걸까?

정문 한쪽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수위실 앞에서 다겸은 발을 멈췄다. 그럼 그렇지. 다겸은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수위실에 볼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보통 때는 밖에 나와 있거나, 창문 앞 책상에 앉아 작은 창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아이들이 집에 잘 돌아가는지 지켜보던 수위 아저씨가 지금은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열려 있는 창에 달라붙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수위실 안을 살펴보았다.

다음 순간,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수위 아저씨가 책상 위에 올라선 채 벌벌 떨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겸이 급히 물었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저리 가, 저리! 얼른!”

다겸이 몇 번 더 물었지만 수위 아저씨는 귀찮다는 듯 손만 내저었다. 그러고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혼잣말을 반복했다.

“아이고, 무섭다. 무서워.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네. 간 떨어질 뻔했어…….”

나는 다겸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눈짓으로 물었다. 다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긴 아저씨가 몹시 이상한 상태라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더 귀찮게 했다간 화를 낼 것 같아 그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수위실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로 갔다. 2주 전에 영지와 인터뷰를 했던 바로 그 벤치다. 벤치에서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다겸이 물었다.

“저 수위 아저씨가 그때 너랑 같이 병원에 갔던 아저씨야?”

“응. 우리 학교 수위 아저씨들은 두 분이 계시는데, 한 분은 대머리 할아버지이고, 다른 한 분이 지금 본 부엉이 아저씨야.”

“부엉이 아저씨?”

“눈이 커다랗고 툭 튀어나와서 그렇게 불러.”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부엉이 아저씨랑 꼭 할 얘기가 있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바로 그때.

“너희들, 여기서 뭐하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한 대로 영지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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