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의 말(語)은 '유산'이다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의 말(語)은 '유산'이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4.3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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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언어발달시기 #언어교육 #언어습관 #말투 #행동 #엄마의말 #소통 #모국어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스타 강사 김창옥 교수의 ‘소통’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강의는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워낙 입담도 재치 있는데다 특유의 유머러스함 덕분에 한참을 넋 놓고 보게 되었다. 그날의 강의는 ‘소통’ 그중에서도 가족, 특히 부부 사이의 소통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누구보다 아이들의 ‘엄마’들이 꼭 경청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김창옥 교수의 말을 옮겨 본다.

"외적인 매력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남자가 이성에 대한 매력이 무뎌지면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모국어(母國語, Mother’s tongue). 남자가 어렸을 적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대해주던 방식, 부모가 서로를 대했던 방식, 아이가 주변에서 봐 왔던 언어. 결국 이러한 것들이 이 아이의 모국어를 형성한다."

강의 내내 남녀 사이, 그리고 부부 관계에 관한 소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가 문득 튀어나온 강사의 ‘모국어’에 관한 이론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고 싶었던 어떤 것들을 정확히 건드린 것만 같아 정말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하게 다가왔다.

물론 강의 주체는 부부였기 때문에 (모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남편이 아내가 여자 이상으로 편안해질 때 벌어질 수 있는 경우들이었지만 우리는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대부분은 부모님으로부터, 특히 어머니로부터 대물림되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니 아이는 갈수록 나를 닮아가는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은 반반의 확률로 아빠도 닮고, 엄마도 닮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모에 국한된 것일 뿐이다. 어느새 아이는 내가 짓는 표정 하나, 인상, 말투까지 닮아가고 있다. 엄마의 언어를 배우는 부분에 있어 아들이든 딸이든 성별이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육아를 해오는 동안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있었던 것일까?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엄마의 언어!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있나요? ⓒ여상미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엄마의 언어!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있나요? ⓒ여상미

◇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있나요?

최대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칭찬, 같은 말이라도 긍정적인 언어, 솔선수범하여 보여주는 높임말 등등. 이론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좋은 말들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상황에 부딪히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거칠고 부정적인 언어, 그도 아니면 분위기 자체를 무겁게 만드는 한숨과 말보다 무서운 감탄사 같은 것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잦은 SNS 활용과 해시태그 등으로 줄임말, 비속어 같은 언어들이 일상에서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쓰이는 것들도 많다. 어떤 말은 원래의 표준어가 무엇인지조차 생각이 안 날 만큼 자주 쓰고 있지 않은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말들이 그대로 아이의 ‘모국어’가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그저 영어나 숫자부터 가르치려 안달하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 아이에게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도록 가르치기보다는 바르고 고운 말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야겠다. 습관처럼 사용하던 말투와 언어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으니 어쩌면 오랜 시간 스스로와 싸우는 훈련 같은 나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평생을 거쳐 모든 인간관계의 중심이 될 소통, 그리고 그 소통의 중심이 되어 줄 ‘말’을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라면 그보다 더한 노력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훗날 아이의 모습에서 후회 없는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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