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사람이 미래다'라고 강조하는 두산그룹이 실제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줄 직장 내 어린이집은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대 재벌 기업 가운데 KT가 직장어린이집 100% 이행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현 영유아보육법에서는 근로자들의 육아 및 보육부담을 덜어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정 규모(상시근로자 500인 또는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직장어린이집의 의무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영유아보육법에는 설치 의무조항만 있을 뿐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나 공표 등 그 설치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추진이 미흡한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2일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2010년 12월 말 기준 직장어린이집 이행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 사업장 833개소 중 263개소가 미이행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직접 설치한 사업장은 312개(37%), 위탁하거나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은 258개(31%)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산규모와 순이익, 매출액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15대 재벌기업의 계열사 166개 가운데 95개 기업이 직장보육을 이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한 곳은 65개소, 위탁하는 곳은 27개소, 수당으로 지급하는 곳은 3개소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보육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은 모두 71개(42.8%)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두산은 이행률 0%로 5개 대상사업장 모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한화 7개(88%), LS 5개(83%), STX 3개(75%), 포스코 4개(57%) 순이며, LG 13개(50%), 롯데 3개(50%) 등 이행률 50% 미만인 재벌사도 15개 중 7개로 절반 이상이다.
특히 재벌 순위 1위인 삼성의 경우 가장 많은 대상사업장 42개소 가운데 13개소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31%의 미이행률을 보였고, 15대 기업 중 KT만 유일하게 100%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기업 간 이행률은 기업의 순위와는 상관없이 경제적 여건보다는 의지와 철학의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조항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회피하는 것"이라며 "특히 재벌기업은 더 큰 책임의식을 갖고 시급히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대 재벌기업 외 기업은 해당 기업 240개소 중 135개소인 56.3%가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미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의 경우, 국공립학교는 전체 대상 15개소가 현재 모두 이행중인 반면, 사립학교의 경우 전체 대상학교 51곳 중 미이행인 곳이 15개로 나타났다.
미이행중인 학교 가운데 백석문화대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워킹맘 지원센터 등 지역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가정 양립사회 조성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교육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 11일 제1회 인구의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표창과 장관표창을 수여한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표창과 장관표창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병원의 경우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병원 113개 중 미이행 기관은 24.8%인 28개 병원이다. 공공기관/공사 미이행 기관도 6개에 달한다.
경실련은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사업장이 200여개가 넘는 원인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직장어린이집 설치 문제를 기업에 맡겨 방치하지 말고 미설치 사업장에 대한 제재와 설치 지원 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