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행사가 많은 5월! 요즘은 날씨도 맑고 미세먼지 걱정까지 없어 야외 활동하기 정말 좋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축제도 한창이고 문만 열고 나서면 아이는 물론이고 나까지 설레게 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이렇다 보니 한참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의 엉덩이는 매일 들썩인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좋은 계절이라 매일 집 앞 놀이터라도 한 바퀴 돌아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이의 호기심은 언제나 가보지 않은 곳에 있으니 그것마저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주말이면 이웃 엄마들이 추천해준 놀이공원, 카페, 야외 캠핑장, 실내 쇼핑몰 등을 쉴 새 없이 찾아간다. 요즘은 SNS로 실시간 아이와 나들이 갈 만한 명소들이 올라오니 갈 곳이야 많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즐거운 곳은 다른 아이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라, 유명한 장소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가족 나들이 인파로 가는 길부터 극심한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도착 전에 아이도 나도 지쳐버리기 일쑤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방문했던 동물원 역시 동물 구경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해버린 꼴이 되었다. 수많은 인파에 치여 지쳤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먹거리도 마땅치 않았고, 특히 아이가 먹기에는 위생 상태까지 걱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동물원 나들이는 사진만 한 장 겨우 남긴 채 피곤함만 잔뜩 안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가족 나들이의 실상은 이렇지만, 야외 활동을 좋아하고 반기는 아이들을 보면 모른 척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 고된 여정을 자처해 반복할 수 밖에.
그런데 지난 주말, 우리 아파트에서 단지 내 행사로 주말 바자회 및 벼룩시장을 열었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주최해 간단한 간식거리도 팔고, 아이들은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적은 금액으로나마 돗자리를 깔고 직접 물건을 판매했다.
우리 아이도 그곳에서 만난 유치원 형에게 500원을 주고 비행기 장난감을 샀다. 아이들은 아직 숫자의 값어치는 모를테지만, 서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아주 기특하고 흐뭇하더라.
힘들게 멀리 갈 필요가 없어 좋다는 생각만으로 달려 나왔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이벤트까지 있어 깜짝 놀랐다. 아파트 잔디마당 한가운데에서 시(市)에서 찾아와 공연하는 음악회도 열렸던 것이다. 일명 ‘찾아가는 음악회’.
사실 나에게 음악회 같은 공연은 (우리 아이는 입장조차 할 수 없는 연령이기 때문에) 일부러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고 보러 가지 않는 이상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아이가 자라 엄마와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날도 오겠지'라는 어렴풋한 기대만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아파트 잔디 마당으로 찾아와 공연을 해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아이도 신기한지 꼼짝 않고 서서 테너 삼촌의 가곡 열창을 감상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가족, 이웃과 열린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들에게는 잠시나마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말이면 꼭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검색하고 준비하고… 그렇게 준비해도 고생하기 일쑤였는데, 아파트 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작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다니. 어쩌면 이런 것이야말로 실질적으로 육아에 도움을 주는 일들은 아닐까, 어쩌면 그동안 내가 육아하면서 바라던 지원이나 제도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행사 덕분에 우리 가족의 5월은 더 여유롭고 풍성해졌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라면 언제든지 환영!
동네 곳곳에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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