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시작한 장애여성에게 "그 쓸데없는 것을 뭐하러…"
생리 시작한 장애여성에게 "그 쓸데없는 것을 뭐하러…"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5.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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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여성장애인의 자립, 모성권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박혜경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는 22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이룸센터 지하 1층 누리홀에서 '여성장애인의 자립, 모성권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박혜경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가 22일 열린 '여성장애인의 자립, 모성권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인이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 속에는) ‘장애인도 엄마아빠가 되고 싶어 하나요?’, ‘장애인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나요?’, ‘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도 다른 아이들처럼 잘 자랄 수 있나요?’라는 염려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장애가 있든 없든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안은미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사업과 과장)

사단법인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이룸센터 지하 1층 누리홀에서 ‘여성장애인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라는 주제로 ‘여성장애인의 자립, 모성권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출산 매뉴얼인 ‘40주의 우주’ 발간 기념식을 겸한 자리.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 보건의료센터(국립재활원),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과 출산 준비 지침을 처음으로 제작·발간한 것이다.

박혜경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은 여성장애인이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기본권리이자 보편적 권리”라면서, “임신·출산 매뉴얼은 그 첫걸음으로 여성장애인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이 빨리 나왔더라면 더 좋은 엄마가 됐을 것”이라며 매뉴얼 발간을 환영했다.

◇ “여성장애인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유용하게 쓰이길”

(왼쪽) 안은미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사업과 과장이 '40주의 우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백유진 국립재활원 여성재활과장.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 안은미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사업과 과장. (오른쪽) 백유진 국립재활원 여성재활과장.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안은미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사업과 과장은 “(‘40주의 우주’ 발간은) 여성장애인들에게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우리는 ‘장애인이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나요? 라고 묻는 대신 ’좋은 엄마아빠가 되고자 하는 장애인 부모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라고 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부모의 장애가 자녀 양육에 미치는 영향 검토 연구에서 (부모의 장애가 자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종종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장애인 부모의 자녀 대부분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찰과 기술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덧붙여 “모든 문제가 장애 때문이라고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40주의 우주’는 장애인 부부가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는 40주 동안에 필요한 의학정보와 함께, 장애유형별 당사자 심층면담으로 확인한 장애인 부부의 궁금증을 Q&A 방식으로 구성했다.

매뉴얼 제작에 참여한 백유진 국립재활원 여성재활과장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불안과 걱정을 가진 여성장애인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그들을 위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중앙장애인 의료보건센터가 이 사업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백 과장은 “6개월 정도 모은 자료로 수많은 회의를 거쳐 수정하고 교정하고 검수받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도움이 될까 고민하면서 그림을 넣고, QR코드를 넣어 시각장애인도 초음파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제작과정을 설명하면서 발간의 기쁨과 감사를 거듭 표현했다.  

백 과장은 “나름대로는 정보를 많이 모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장애가 없는 산모들 자료에 비하면 적고 책으로 만들고 보니 부족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면 더 많은 자료로 답을 찾아 나가겠다. 의학적 문제는 의사가 해결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건강상태를 교정하면서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판단”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판단이며 이의 근간에는 정상의 몸을 강요하는 우생학의 저주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판단이며 이의 근간에는 정상의 몸을 강요하는 우생학의 저주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생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한숨과 함께 '그 쓸데없는 것을 뭐하러…'라고 말씀하셨다. 친모에게 여성성을 부정당하는 것만큼 잔인한 것이 있을까? 아니 사회성 전체를 거부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여성장애인의 자립,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발표에서 이같은 장애여성 당사자의 증언을 전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혹여 연애, 결혼, 임신까지 삶의 주기를 보낸다 해도 출산 과정은 혹독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병원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제왕절개수술을 강요받는다. 또 그 아이는 비장애여야만 임신과 출산의 결말을 성공으로 평가받는다”면서, “출산 과정에서 아이는 있으나 엄마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일본의 한 수용시설의 일을 소개했다.

“수용시설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감금을 강요당했고 시설의 남성 직원이 목욕 보조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느 날 비장애 남성 직원은 어차피 쓸 일도 없고 처리하기 귀찮으니 자궁을 적출하자고 했다. 자궁을 적출당한 여성은 그것이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나아가 적출 후 호르몬 불균형으로 턱에는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성은) 대상이 아닌 주체이고, 이들에게 시혜가 아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여성 정책에 대한 기본 바탕이며 여성운동은 장애여성 정책을 중심부에 의제화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정책위원장은 낙태죄 대법원 헌법불합치 판결과 관련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6개월 이상의 태아의 낙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예외조항(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는 태아)이 있다. 즉 장애로 확인되면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판단이며 이의 근간에는 정상의 몸을 강요하는 우생학의 저주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끝이 아니라 양육으로 이어지는 것”

(왼쪽) 한정열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와 (오른쪽)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 한정열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와 (오른쪽)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한정열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장애인의 임신 중 약물 관리’에 대해 발표했다. 한 교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혹시나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 다운증후군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니 유전이 아니며 장애인 가구의 80% 정도가 자녀를 출산하는데 그중 95% 정도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임산부의 사례를 통해 “기형 발생은 아기의 유전형에 따라 다르고 약의 특정 종류나 특정 시기, 발달단계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 출산을 위해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1588-7309)와 서울시 남녀임신 준비 프로그램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앓게 된 후 쉽지 않았던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이야기를 털어놨다. “가장 기쁘기도 했고 후회했던 일 중 하나가 출산이었다”고 꼽았다. 임신 5개월 후부터 입덧이 너무 심해 3개월간 입원했고 9개월 때 제왕절개 수술해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이후 아이 양육을 위해 비장애인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아이를 양육했다. 이 대표는 “지금 그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됐다. 주변에서는 엄마가 몸이 불편하니 빨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은 딸아이에게 하라고 말한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 대표는 “‘딸이 엄마를 좀 많이 도와주라’는 주변 사람들 말이 치부고 가시였다”면서,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이 끝이 아니라 양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양육에 관해 정서적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비뉴스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권리로써 '아이 낳고 키울 권리'를 이야기하는 '바퀴 달린 엄마' 기획시리즈를 2017년 9월부터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부모 열 한 가족을 만나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지' 그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전하면서 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40주의 우주'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 출산 매뉴얼.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40주의 우주'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 출산 매뉴얼.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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