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운전'이 없듯이 '괜찮은 체벌'도 없다
'적당한 음주운전'이 없듯이 '괜찮은 체벌'도 없다
  • 기고=정병수
  • 승인 2019.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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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정부는 지난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아동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는 포용국가 아동정책. 그 가운데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민법 개정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의 특별기고다. - 편집자 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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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3만 4169건, 최종 학대 판단건수는 2만 2367건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을 살펴보면 부모가 76.8%인 1만 717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친인척 4.8%(1067건), 초중고교 및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가 14.9%인 3343건으로 분석됐다.

남인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아동학대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는 2017년 38명, 2018년 30명 등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발표된 유엔아동폭력보고서는 폭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과 두려움 등으로 인해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숨겨지고, 보고되거나 기록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에 의하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보다 최대 4.1배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얼마 전, 저수지에서 발견된 한 아동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동에게 가혹한지를 상기하게 됐다. 우리의 아동보호체계가 얼마나 많은 아동을 놓치고 있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동에게 무관심한지를 되짚어 보게 됐다. 

그리고 며칠 전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공표됐다. 그 안에는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민법 제915조 징계권의 용어 변경과 한계 설정을 추진한다고 담겨 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 '자녀 체벌 금지' 민법 개정 추진… 어떠한 폭력도 용납될 수 없음을 전제

일각에서는 민법 제915조의 개정이 부모-자녀 관계를 단절하고 자녀에게 꼭 필요한 훈육조차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지만, 민법 제913조에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민법 개정은 부모를 포함한 친권자의 권리의무를 벗어난 체벌, 학대와 폭력을 예방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간혹 훈육과 체벌의 경계가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교육을 요청받을 때가 있다. 이는 마치 운전과 음주운전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고 운전하면 음주운전이라고 하듯이, 물리력 행사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폭력이라도 가해진다면 이는 체벌이 된다고 설명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삼진아웃제를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바꾸고, 처벌 권고형량도 강화하고,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적용한다. 무엇보다 단속기준이 강화돼 소주 한 잔에도 단속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명을 잃는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하면 당연히 정부는 이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민법 개정도 이러한 취지로 바라봐야 한다. 징계권에 대한 용어 변경과 한계 설정은 아동에 대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한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학대와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 

넬슨 만델라는 아동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실현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정신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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