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 민법 개정 논란? "좋은 회초리란 없다"
체벌 금지 민법 개정 논란? "좋은 회초리란 없다"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6.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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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9년 제1차 아동학대예방 포럼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보건복지부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19년 제1차 아동학대예방 포럼’을 개최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19년 제1차 아동학대예방 포럼’을 개최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나는 자녀들을 사랑하여 조금 과도하게 훈육하였을 뿐이다.”(2013년 칠곡계모사건 학대가해자의 변론 발췌)

민법 제915조상 부모의 징계권에서 처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열린 첫 아동학대예방 포럼에서 부모의 훈육과 체벌의 개념이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부모의 징계권 vs. 아동의 안전권,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2019년 제1차 아동학대예방 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일환으로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아동학대 가해자 77%는 부모… 징계권은 아동복지법과 상충”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훈육과 징계의 개념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훈육과 징계의 개념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을 위한 부모의 징계, 아동학대 범죄의 기로에 서다’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훈육과 징계의 개념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훈육은 아동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가르쳐 스스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적인 사회화 목적이 있다”면서 “반면 징계는 아동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때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라며 “좋은 회초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 세계 54개국에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스웨덴은 1979년 세계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한 나라”라며, “아울러 캐나다는 권리라는 용어 대신 권한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부모의 징계권은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과 상충된다”며 “민법 상 규정돼 있는 부모의 징계권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195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 없다.

◇ “부모 징계권 폐지는 찬성… 체벌 금지 민법에 명문화는 반대”

강동욱 교수는 부모 징계권을 폐지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체벌 금지 규정을 민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강동욱 교수는 부모 징계권을 폐지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체벌 금지 규정을 민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다음으로 발제한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부모의 징계로부터 아동은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동욱 교수는 “부모 징계권을 폐지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체벌 금지 규정을 민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민법은 국민의 생활을 규정하는 기본 중에 기본법”이라며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넣는 건 민법의 성격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강 교수는 “국민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내용을 민법에 넣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 문제”라며 “학대를 받은 아동들에 대한 보호에 지방자치단체가 조기에 개입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우기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우리나라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가정에서 체벌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볼 때 체벌 금지 명문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주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은 “법조문만 삭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정부서 체벌을 금지했을 때 국민들이 그 방향대로 이끌어질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훈육의 제대로 된 방식을 먼저 제시하고 선행돼야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법이 개정돼도 국민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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