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를 세상에 당당히 세운 목경화, 편히 잠드소서"
"미혼모를 세상에 당당히 세운 목경화, 편히 잠드소서"
  • 기고 = 김도경
  • 승인 2019.06.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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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초대대표인 목경화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오후 5시 향년 47세로 세상을 떠났다. 목경화 명예회장은 미혼모가 당당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2009년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설립,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가 보내온 추도사 전문을 게재한다. - 편집자 말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지난 6월 3일 미혼모들의 큰언니, 때론 엄마였던 목경화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산 같았던, 미혼모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었던 당신이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당신께선 살아생전 “내가 아이를 낳고 협회를 만들기로 결심한 건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당신이 살려놓은 불씨가 10년 동안 얼마나 크게, 꺼지지 않은 불로 살아나 미혼엄마들과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는지 아시나요? 

10년 전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우리들에게 왜 미혼모협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말하며 울먹이던 그 모습. 당신을 만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아이를 위해 내가 어떻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당신께선 미혼모가 차별받고 숨어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을 힘들어했고, 그래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지요. 우리는 매일 밤새워 토론을 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요. 그땐 너무 힘들었지만 참 행복했고 당신의 열정이 정말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실에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했던 우리가 연남동 지하에 사무실을 장만하고 비영리단체로 협회를 등록했을 때. 그때 우리들은 너무 기뻐서 얼싸안고 펑펑 울었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서 전국의 미혼모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었고, 오프라인 모임을 조성하고 미혼모들이 마음 놓고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같은 처지에 놓인 미혼모를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명절마다 갈 곳 없는 엄마들을 위해 추석 캠프, 설 캠프를 만들었고 가족들과 단절된 엄마들과 가족들의 치유를 위해 원가족 캠프도 했었지요. 당신께서도 임신을 축복받지 못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다가 어렵게 가족들과 재회했었기에 누구보다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기에 당장 오갈 데 없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추운 곳, 낯선 곳에서 떨지 않도록 긴급일시보호쉼터를 만들어 수많은 미혼모가족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도움을 받은 엄마들이 또 다른 미혼모가족을 돕고 있습니다. 엄마들의 자립을 위해서 카페도 만들어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협회에도 도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故 목경화 초대대표 모습.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故 목경화 초대대표 모습.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당신께서는 미혼모들이 직접 인식개선 활동에 나서는 일에 특히 신경을 쓰셨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누가 대신 내줄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한다.”

당신은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직접 살아있는 책이 되어 ‘휴먼라이브러리’를 진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바꾸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엄마들은 처음에 두렵고 부끄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믿음이 엄마들을 무대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미혼모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당신의 의지가 계속해서 나비효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엄마들을 스스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게 만들고 전국의 미혼엄마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 젊고 해야 할 일이 많은 당신께서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슬픔을 주체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당신이 떠오를 것입니다. 미혼엄마들이 아이만을 생각하며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당신이 떠오를 것입니다. 당신으로부터 시작해 미혼모가족들이 서로 헤어지지 않고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는 당신이 떠오를 것입니다. 차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날 우리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들의 큰언니 목경화, 편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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