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아 셀럽'이 될 수 있을까?
아빠는 '육아 셀럽'이 될 수 있을까?
  • 칼럼니스트 윤기혁
  • 승인 2019.06.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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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남편의 알쏭달쏭 육아수다] 너희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

더운 날씨만큼이나 아이의 놀이터 사랑도 뜨겁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달콤한 아이스 라떼 마시고 싶은 아빠 맘도 모르고 아이는 자꾸 밖으로만 나가려고 한다. 친구라도 만나면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고, 아빠에게는 괴물 소리를 내며 자신들을 쫓아다녀 달라고 강요한다.

요즘 아이는 놀이터 옆 마트에 가서 음료와 과자를 사는 데 재미를 붙였다. 종종 친구들과 함께 가더니 이젠 내게 용돈을 받아 홀로 쇼핑에 나선다. 왼손에 시원한 음료를 들어 보인 아이는 내 손에 동전 세 개를 떨어트린다.

“아빠, 나 동전 세 개나 받아왔어. 이제 우리 부자 될 거야.”

1000원짜리 하나를 건네고 100원 동전 세 개를 받아왔으니 아이에겐 남는 장사였던 모양이다. 너무도 해맑은 표정에 내일도 동전을 세 개 받아오겠다는 결의에 찬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아이 말대로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날 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며 나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도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매월 25일 입금되는 급여는 소리 없이 흩어져 금세 자취를 감춘다.

문득 육아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개인)와 셀럽(유명 인사를 의미하는 'celebrity'를 줄여 부르는 말)이 생각났다. 박사학위가 있는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육아 생활과 노하우를 꾸준히 공유하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들 말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이 걸어온 경로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보였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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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개인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과 아이의 일상을 올린다. 구독자가 많아질 무렵 자신만의 노하우를 묶어서 책으로 출판한다. 그러면 점점 광고나 강연 의뢰가 이어지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

그동안 나의 글쓰기는 간헐적이었다. 이제 좀 더 능동적이고 꾸준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정보를 공유할 요량이다. 그러면 나도 육아하며 부자가 될 수 있으리라. 굳게 결심하고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그래서 이제 뭐 하지?’라는 고민이 생긴다. 잠시 멍하니 머리를 굴리다가 지금까지의 육아 경험으로 3가지 방법을 생각해낸다.

첫째, 관찰하기다. 아이의 말과 행동, 감정을 살핀다. 어디서 웃고 우는지, 또 평온하게 미소 짓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채는 것이다. 화단에 핀 노란 꽃, 그 꽃에 뽀뽀하는 배추흰나비를 잡으러 잠자리채를 든다. 혹여 한 마리라도 잡으면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엄마 아빠 곁으로 잘 가~” 하며 풀어주는 녀석에 내 마음도 평온해진다.

둘째, 기록하기다. 사소한 일상마저 흘려보지 않고 켜켜이 쌓아두는 방법으로는 단연코 기록하기가 최고다. 사진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다. 이 둘을 함께 하면 더 좋다. 아이의 행동과 반응을 기록하다 보면 추억을 간직하는 것 외에 나의 감정과 생각이 정리된다. 무엇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또 아쉬워하는지. 내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접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유하기다. 육아의 일기(日氣)는 ‘오늘의 날씨’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희로애락을 반복하고 종류 또한 다채롭다. 이를 공동육아자인 아내 혹은 남편과 나누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육아 정보와 일상을 공개하면 육아 동지라는 끈끈함으로 묶이는 이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남기고 간 짧은 공감과 응원의 글은 일면식이 없는 서로에게 위안을 준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부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디즈니 제작자 프랭크 토머스(Frank Thomas)는 이렇게 말했다.

"Observe Everything. Communicate Well. Draw, Draw, Draw."

(모든 것을 관찰하세요. 소통을 잘 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세요)

나는 오늘 퇴근해서 온 가족이 모여 관찰하고 소통하며 영화를 한 편 찍으려 한다. 다큐, 코믹, 공포, 판타지를 오가는 장르 파괴 영화겠지만, ‘낄낄낄’, ‘깔깔깔’ 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부자다.

*칼럼니스트 윤기혁은 딸이 둘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육아하는 남성,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은밀한 속마음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저서로는 「육아의 온도(somo, 2014)」,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Sb, 2017)」이 있으며, (사)함께하는아버지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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