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걱정 없는 ‘사랑과 행복, 웃음이 가득한 곳’
아동학대 걱정 없는 ‘사랑과 행복, 웃음이 가득한 곳’
  • 정리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6.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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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공모전 당선작⑥] 경기도 부천시 사랑으로 크는 어린이집 이주은 학부모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월 1편씩 소개한다. 여섯 번째 소개작은 경기도 부천시 사랑으로크는어린이집의 이주은 학부모가 쓴 아동학대 걱정 없는 ‘사랑과 행복, 웃음이 가득한 곳’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위치한‘사랑으로 크는 어린이집’에 재원중인 이주은 엄마입니다. 올해 벌써 졸업반인 아이를 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감사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네요. 몇 해 전부터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 경력단절여성을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다행히 저도 대상자가 돼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각종 미디어에서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에 대한 속상한 뉴스를 한 달에 몇 건씩 내보내고 있고, 워킹맘이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만 1세인 저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하니, 먼저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엄마가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기는 아직도 쉽지 않잖아요. 일단 직장에 복귀해야 하기에 아이를‘사랑으로 크는 어린이집’에 등록을 했습니다. “제발 좋은 선생님 만나기를”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원장님과 먼저 상담을 했습니다. 원장님께 제가 걱정하는 여러 가지 부분을 말씀드렸고 원장님은 그에 대해“저는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원을 운영하지 않아요. 아이들 하나하나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것이 저의 일이죠.”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사람의 말을 잘 믿는 성격도 아니라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게 아닐까하며 반신반의했습니다.

엄마의 걱정을 뒤로하고 지난 2017년 3월, 아이는 새싹반의 멤버가 돼 원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원장님과 선생님께서는“주은아, 어서와”하며 웃는 얼굴과 따뜻한 포옹으로 반겨주시고 아이는 어눌한 발음으로“턴탱님”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직장에 출근하였습니다. 아직 아이가 제대로 자기표현을 못하는 시기였기에 원에서의 생활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등·하원 시간에 대화하고 간간이 밴드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우리 아이들, 참 즐거운 시간 보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때때로 제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가끔씩 의도치 않게 찍힌 사진 속의 선생님 얼굴을 보며“우리 아이들의 행복함이 선생님들에게서 받은 긍정의 힘 때문이구나”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원에 있는 시간동안 아이들 밥 먹고, 씻고, 배변처리, 학습활동 등 기본적인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실 텐데 사진과 글도 올려주시니 아이의 예쁜 모습을 가만히 앉아보고 있는 것이 죄송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수첩편지에 “애교 많은 주은이 덕분에 행복해요.” 라는 선생님의 답 글이 올 때면 “98개쯤 힘드시고 1~2개 행복하실 텐데” 하는 생각에 찡하고, 가끔 선생님 손목에 붕대가 둘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너무 아파서 파스를 사드리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제 자식 하나만 돌봐도 온몸이 아프고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비슷한 또래 4~5명을 한꺼번에 돌본다는 건 정말 정신력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때 교사를 꿈꾸었던 저를 “다른 직업을 택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하며 마음을 완전히 접게 해준 것도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출산 장려금이 아니라 현재 선생님의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가 개편돼 한 번 더 아이들에게 웃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드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들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맡기고 “첫째를 낳고 키워보니 키울 만하구나, 그렇다면 둘째, 내친김에 셋째까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도록 우리 아이들이 작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게 높으신 분들이 많이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에서 매달 연극, 인형극 등을 관람하며, 상상력을 넓히고 또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의 손을 잡고 산행, 딸기체험, 매실체험, 포도체험 등을 진행해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며 땅과 하늘이 주는 선물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내 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정성이 들어갔는지도 함께 느끼면서 말이죠.

지난 10월 부모참여수업은 온 가족이 함께 밤도 줍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며, 친구들의 가족과 둘러앉아 맛있는 점심도 먹고 재미있는 협동놀이들로 가족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2월은 저희 원의 축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획일적인 연습의 결과물이 아닌, 원장님·선생님·자발적 의지로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신 어머님들의 작품인‘엄마가 들려주는 성탄이야기-스크루지’가 있었는데, 이건 정말 예술의 전당에서 몇 십만 원을 넘는 작품보다도 더욱더 감동적이고, 연극을 보는 내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아이들보다 더 크게 “잘한다. 멋지다. 최고다.” 하며 환호했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따뜻하고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작품에 참여하신 분들의 여유만 허락한다면 다른 어린이집, 아니 소극장을 빌려서 공연해도 전혀 손색없을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 저희만 본 게 너무 아깝네요. 궁금하시죠? 아이들의 발표회도 참 즐거웠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이 입만 벙긋해도 귀엽고 예쁠 텐데, 어쩜 아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으니, 어찌 박수갈채가 안 나올 수 있을까요?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몸이 약해 자주 아팠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입·퇴원만 8번, 한 달의 절반 이상을 감기약을 먹으면서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엊그제 퇴원한 아이를 옆에 재우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잘 이겨내야 할‘엄마’이지만 저도 많이 힘들었고 지쳤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의 직장생활도 가정생활도 더욱더 힘들었을 겁니다. 제 자신이 절망 속에 빠져 힘들어 할 때 원장님께서 저를 많이 다독이며 안아 주셨습니다. 원장님이기 전에 아이를 먼저 키우신 인생 선배님이었고, 원장님의 손을 거쳐 간 많은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면서 저는 많이 기대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나 원의 최고형님인 열매반이 됐습니다. 자기표현을 할 줄 몰라 걱정이었던 딸아이는 하루 종일 무슨 일이 그리 많았는지 재잘재잘, 심지어 양치질을 하면서도 재잘재잘하고 누구랑 뭘 하면서 놀았고 간식은 뭘 먹었다며 쉴 새 없이 떠듭니다.

벌써 세권 째 채워진 수첩편지는 저의 고민과 걱정을 선생님께 털어놓기도 하고 주은이의 하루가 오로지 담겨오기도 합니다. 하하하 웃었던 일, 친구와 다퉜던 일, 아이가 선생님을 오히려 가르쳤던 일 등등 집에서 보여 지지 않던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우리만의‘추억의 펜팔(?)’같은 소소한 우리의 전부가 들어있는 수첩편지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타원에서 어플을 통해 소통하는 편리함을 따랐다면 저희 원은 원장님의 작은 고집이 엄마와 아이, 선생님까지 뭔가 작은 가족 같은 일체감이 느껴지게 한다고 해야 할까요? 다들 예전에 남자친구와 손 편지 주고 받아보셨잖아요. 오늘은 어떤 답장이 올까? 그런 설레고 기다려지는 기분이요. 아직 저희 원은 그런 느낌으로 선생님과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자랑할 만하죠?

직장에서 ‘별일 없이 잘 있겠지, 친구들과 다투지는 않을까?,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는 않겠지’생각하며 일을 하다 하원시간이 돼 딩동 벨을 누르고 “주은아~”하면 “엄마다”하며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입가에 가득 웃음이 넘쳐 나오는 아이를 번쩍 안으며 ‘오늘 하루도 잘 보냈구나.’하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또한 언제나 웃으며 학부모를 반겨주시는 선생님들을 뵈면서‘원장님이 잘해 주시나보다, 선생님들이 항상 웃고 계시네?’하면서 직장인다운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합니다.

뉴스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아직도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나오고 학부모들은“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겼는데 우리 아이한테 이럴 줄 몰랐어요, 정말 화가 나요.”하는 내용들이 나올 때 저는 같은 워킹맘으로서 함께 속상해 하며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죄송스럽게도 “우리는 그런 걱정 없어요. 여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사랑받는 곳이에요. 학부모도 마음 편히 아이 맡길 수 있는 곳이에요.”라며 속말을 합니다. 오히려 그런 기사들을 들을 때‘오늘 우리 선생님들 힘이 쭉 빠지시겠네’하는 생각에 캔 커피 한 개씩이라도 사들고 원으로 갑니다.

어른들은 감정을 속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솔직하죠. 아이가 “원장님 좋아요.”,“씨앗·새싹·줄기·열매 선생님 좋아요.”라고 말하는 건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거에요. 사랑으로 크는 어린이집의 원장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사랑과 행복, 웃음이 가득한 곳입니다. 기쁨이란 무엇일까요. 기쁨이란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매일 본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흥얼거리는 노래 가사처럼 기쁨을 알고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받았던 사랑을 나눔 할 수 있는 어른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뒤돌아보니 2년여의 시간동안 아이만 새싹반에서 열매반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었네요. 선생님들의 깊고 큰 사랑이 너무도 부족한 저의 글로 표현되지 못할게 분명하지만 저는 이 글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이제 몇 개월 후에 저희는 이곳을 떠나겠지만 저는 쉽게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크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뜨거운 열정과 선생님들의 사랑을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요. 부디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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