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친절한 브라질의 택시운전사
아이에게 친절한 브라질의 택시운전사
  • 칼럼니스트 황혜리
  • 승인 2019.07.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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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한국의 택시기사님! 부모 마음만은 헤아려주시길

아기를 데리고 잠시 한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친한 언니 집에 놀러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어머니가 '아이도 있는데 무슨 택시냐'며 친한 언니의 집까지 직접 운전해 주셨다. 언니에게 이 일을 얘기해줬더니 "어머니가 참 좋으신 분"이라며, 언니는 아이 데리고 택시 타고 다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얼마 전 면허를 땄다고 했다. 대체 한국 택시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나는 언니에게 대체 택시에서 무슨 일을 겪었길래 면허까지 땄냐고 물었다. 언니가 말해준 사건은 이랬다. 언니는 잠든 아기와 짐을 들고 택시에 탔다. 아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이와 함께 외출하면 기저귀, 분유, 보온병, 물티슈, 갈아입힐 옷 등 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거기에 장까지 봤단다. 언니는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짐 속에서 겨우 신용카드를 찾아 계산하려는데 택시기사가 한숨을 쉬며 현금을 달라고 위협적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잠든 아이가 걱정되고 그 상황을 빨리 피하고도 싶어 가방을 한참 뒤져 현금으로 계산을 마쳤다. 그 뒤에도 아이와 택시를 탔을 때 그런 일을 몇 번 더 겪은 언니는 결국 면허를 따고야 만 것이었다. 

또 다른 언니는 동대문에서 아기를 데리고 택시를 탔단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고 유모차까지 있었는데 택시기사는 트렁크만 열어주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더란다. 오히려 아기에 유모차까지 있는 언니를 보며 귀찮은 내색을 보였다고. 아이를 뒷좌석에 앉혀두고 언니는 비를 맞으며 트렁크에 유모차를 실어야 했다. 언니 말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모차를 트렁크에 넣는 일을 도와주는 택시기사는 거의 없단다.

유모차 싣는걸 도와주는 브라질 택시기사. ⓒ황혜리
유모차 싣는 걸 도와주는 브라질 택시기사. ⓒ황혜리

브라질에서 아이와 함께 택시를 잘 타고 다녔던 나는 문화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의 택시기사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고객을 보면 바로 내려 도와준다. 유모차를 접는 동안 아이를 잠깐 안아줄 수 있냐고 부탁해도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바로 안아 아이를 귀여워하기까지 한다.

유모차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 차에서 내려 직접 유모차를 내려준다. 브라질의 택시기사는 아이와 짐에 힘들어 할 부모를 이해하고 배려한다. 나는 브라질에서 단 한 번도 아이 때문에, 유모차 때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택시기사를 만나본 적 없다. 

유모차를 싣고 내리는 일, 택시기사의 당연한 의무는 아니다. 다만, 혼자서 아이를 안고, 거기에 짐까지 잔뜩 든 부모가 얼마나 고될지, 아이를 뒷좌석에 앉혀놓고 유모차를 트렁크에 싣는 동안 아이가 혹시 좌석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택시기사가 조금만 헤아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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