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한 걸음
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한 걸음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7.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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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가족,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일곱 살 아이가 내게 깨달음을 줄 때가 많다. 그날도 아이의 사소한 행동을 지켜보다 그림책 한 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이랑 읽어봐야지 했던 책은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이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이웃집, 이웃마을, 이웃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차례대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이상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학교를 다닐 때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고된 시간을 보내는 또래가 있음을 아이들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지만 알고는 외면할 수 없는 세상의 그늘도 보여주기에 어린아이에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잠시 미뤄두고 밝은 분위기의 책으로 「오잉?」을 꺼내본다.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어린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림책인데 화면 구성이 자유로워 아이는 이 책을 만화책이라며 좋아한다. 주인공 아이가 마당에 난 구멍 속으로 들어가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이야기는 끝없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주인공 아이는 우연한 기회로 멋진 곳으로 가게 된다. 아이는 그곳에서 즐거움을 혼자만 누리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한다.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러고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함께 하고픈 이들을 하나둘씩 그곳으로 데려온다. 나와 너, 우리가 같이 행복할 때 진짜 행복이 찾아오며 즐거움은 나눌 때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다.

앞의 책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우리 마음을 넓혀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잉?」은 지금 어린아이가 발 딛고 선 곳에서 딱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타인과 행복을 나누는 주인공 아이의 행동을 보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일곱 살 아이도 무리 없이 이해하고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도 그림책 속 아이처럼 남을 생각하고 배려심 넓은 사람으로 크길 바라며 함께 책장을 넘겨본다.

그림책 「오잉?」 속 한 장면. ⓒ웃는돌고래
그림책 「오잉?」 속 한 장면. ⓒ웃는돌고래

반갑게도 아이는 '너와 우리'를 생각하며 건강히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오잉?」 같은 그림책과 진짜 만나야 할 사람은 엄마인 나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들을 떠올렸던 그날, 아이와 나는 집앞 상점가를 걷고 있었다. 평소처럼 전단지를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멀리서부터 알아본 나는 그들이 다가오자 빠르게 피했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아이 손을 잡아끌었다. 그런데 아이가 불현듯 "엄마, 부끄러워?" 하고 묻는 게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에 부끄러운 거 아니라 했더니 그러면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어른인 나는 귀찮은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을 따름인데 아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전단지를 하나도 받아주지 않아서 그 사람들이 속상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엄마가 무심코 지나친 그 짧은 순간에 거절당한 상대방의 표정, 분위기를 읽고 감정을 헤아려본 것이다. 거절 당하는 일이 다반사라도 거절이 편한 사람은 없을 텐데, 아이 말을 듣고서야 아차 싶었다.

그러고보면 본능적으로 제 감정에 가장 충실히 반응하던 어린 아기가 정말 많이 컸다. 낯 모르는 사람이 우리 때문에(?) 슬프지 않을까 염려하고 친구의 기분을 생각해 제 마음을 숨기기도 하니까. 세상을 향해 걱정과 고마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성장했음을 느낀다.

엄마가, 부모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아이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아이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높고 함께 어울려 사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그래야 옳다. 나는 얼마나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아이 없이 슬쩍 그림책들을 꺼내 곱씹어 읽어본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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