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달라도 괜찮아!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달라도 괜찮아!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7.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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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존중 #개성 #기준 #단체생활 #특성화교육 #인성발달 #유아교육 #죽은시인의사회

나는 어렸을 때 유독 ‘특이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이하다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보통과 다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과 달랐던 그 특이함은 자라면서 점점 개성으로 인정받기도 했고 더 많은 사람, 사회와 어울리며 점차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특이했던 아이는 지금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보통의 아이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남들이 내게 ‘특이하다’라고 말했던 의미들이 그다지 긍정적인 상황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특히 단체 생활에서) 규칙을 전혀 모른다거나 기존의 방향을 벗어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엉뚱한 대답이나 질문을 하는 경우, 그러니까 룰을 벗어나거나 본래의 틀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에서 유독 ‘특이하구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니 말이다. 내가 배우고 자랐던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서 특이한 아이는 경계와 배척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다. 해서 나의 학창시절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예전 어떤 광고에서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이런 문구가 있었는데 그걸 본 친구들이 농담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렇게 하면 아마 왕따가 되겠지?” 그것이 현실이었다.

가정에서, 내 품에서만 아이를 키울 때는 몰랐는데 어느덧 교육 기관에 보내게 되고 아이 주변에도 많은 친구들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된다. 선생님들도 일반적인 기준에 맞추어 아이를 평가하다 보니 아이가 계속해서 두드러지는 행동을 할 때마다 독특하다, 유별나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신다. 부모인 내 생각조차도 그렇다. 왜 이렇게 튀는 행동을 할까? 왜 이렇게 별스럽게 구는 걸까? 그렇게 최근 들어 나는 다시 나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해, 어머니는 담임 교사의 전화를 받고 학교로 달려오셨다고 한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꾸 다른 행동을 해요.” 경고를 주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 자리를 이탈해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한다거나, 혼자 전혀 다른 활동을 하고 있어 수업을 듣고 있는 다른 친구들까지 방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때 나의 어머니는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혀 야단조차 칠 수 없었다고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하신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 아니겠니.” 아이를 걱정하는 나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덧붙인 말씀이다.

그렇다. 결국 나를 닮아 별스럽고 특이한 아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상대도 없는 대상들을 향해 반문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기준과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세요! ⓒ여상미
기준과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세요! ⓒ여상미

물론 살아가면서 필요한 예절, 규칙, 상황에 맞는 규범들은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도 있고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하지만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개성이나 고집 혹은 자아가 강한 아이들은 그러한 시간이 좀 더딜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이한 아이는 배척의 대상도 아니지만 깨우쳐 바로잡아야 하는 못된 송아지도 아니다. 법과 도리에 어긋날 정도의 나쁜 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듯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싹은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유명인들이 그랬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 굳이 그 예를 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별나고 독특한 내 자식이 감히 어딘가에 뛰어나다거나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럴 수도 있는 가능성 또한 무시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요즘은 아이들의 개성과 눈높이에 맞추어 개별 수업, 특성화 수업을 진행하거나 남들과 다른 부분을 일찌감치 다독여 주고 키워내는 교육 기관, 시스템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들은 아이들의 다양한 발달을 지지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다가올 미래는 어느 한 가지 산업에 주력해 먹고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어린 꿈나무들의 개성! 이것은 오히려 더욱 환영하고 응원해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가 절절히 떠오르는 요즘이다.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어린 아이라고 해서 ‘존중’을 잊으면 안 된다. ‘존재’ 자체만으로 곧 시(詩)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인생들이기에.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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