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엄마 공천’ 요구하고 엄마정치 의제 던질 것”
“총선 ‘엄마 공천’ 요구하고 엄마정치 의제 던질 것”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7.1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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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7일 정치하는엄마들 열린 강연 ‘엘리트 정치를 넘어’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17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열린 강연’이 개최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7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열린 강연’이 개최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했죠. 출산으로 나라를 성장시키겠다니! 그런 단어을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말하는 걸 보면서 ‘내가 저 모습을 봐야 하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그 ‘성장’을 출산지원금 2000만 원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더 한심하죠. 그걸로 아이를 더 낳게 하겠다니….”

지난해 9월 5일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 중 ‘출산주도성장’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당시 발언을 떠올리며 참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17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정치하는엄마들 열린 강연’ 현장. 장하나 활동가가 ‘엘리트 정치를 넘어’라는 주제로, 정치하는엄마들이 추구하는 ‘당사자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강연 현장에는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을 비롯해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장 활동가는 이날 자리를 “강연이라기보다, 장하나가 살아온 것과 살아오며 생각한 것들을 말하는 증언대회쯤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면서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나갔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활동가는, 2015년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최초로 임기 중에 아이를 낳았다. 강연에서 장 활동가는 “임신 사실을 스스로 쉬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저는 임신이 체질인가 봐요. 안 힘들어요.’라고 말하면서 아무 것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 척하려고 애쓴 거예요. 저 스스로 임신한 여성의 권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아이를 낳은 사람이 약자인지도 몰랐고, 그 전까지는 육아나 아동인권 같은 주제는 제 세상 안에는 없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만난 세상은 “내 인생 최고의 차별적 상황”이었다고 장 활동가는 말했다. “우리 사회가 엄마를 소수자로 부르지 않지만 내가 엄마가 돼보니 엄마는 소수자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장 활동가는 그때 알게 된 경력단절(고용중단) 통계 자료를 언급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민간기업의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49.8%. 둘 중 하나는 출산과 함께 일자리를 잃는 거다. 장 활동가는 “말이 안 되는 수치에 너무 화가 났다”며, “출산은 곧 사회적 격리라는 말이 딱 맞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을 비롯해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현장에는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을 비롯해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모두 정치하는데 ‘엄마’만 안 해… 무관심 대가 반드시 있다”

내년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장 활동가는 평생 장사를 해오신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장 활동가는 1년 중 추석과 설날, 이틀만 문을 닫을 정도로 가게에 매여 사신다는 어머니를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선거는 정말 많이 참여했지만 후보는 한 번도 못 본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후보자들이 대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나는 봤다”고 말하며, 정치인들이 과연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물었다. 특히 최근 인천 송도에서 일어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을 언급하며, “국회에서 그런 우리 문제가 어떻게 취급받는지 떠올라서 슬펐다”고 말했다.

“선거가 1년도 안 남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짬만 나면 지역구에 갑니다. 수도권 의원들은 30분만 시간이 비어도 지역구 가요. 그들이 어떤 사람하고 밥 먹고 술 마실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만나죠.”

2018년 기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38억 4466만 원. 500억 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의원도 세 명이다. 장 활동가는 “정치인이 돈 많은 건 잘못이 아니지만 국회에 부자들만 모여 있는 건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을 대변할 정치인이 너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공공주택이 늘어나면 안 된다고 대놓고 말하는 국회의원은 없지만, 그들 대부분도 다주택 소유자들이기 때문에 누구도 공공주택 사업을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 활동가는 정치는 엘리트만, 전문가만 하는 거라는 생각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니까 법조인처럼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잘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맞지 않다”며, “법을 잘 만드는 사람은 우리 같은 사람, 구름 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에 엄마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당도 시민사회단체도 하나같이 내부에 ‘엄마’가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에요. 엄마는 직장에서만 잘리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도 자가격리 되기 때문에.”

장 활동가는 “다들 정치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안 한다”며, “당하는 사람들만 정치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정치하지 않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정치는 남 얘기라고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 그 무관심의 대가가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장 활동가는 ‘정치하는엄마들’을 시작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엘리트 정치를 넘어’라는 주제로, 정치하는엄마들이 추구하는 ‘당사자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하나 활동가는 ‘엘리트 정치를 넘어’라는 주제로, 정치하는엄마들이 추구하는 ‘당사자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부자만 모인 국회? 이제 ‘땅 위의 사람들’이 정치할 때”

2017년 4월 22일 삼사십 명의 엄마들이 모여서 정치하는엄마들의 출발을 알렸다. 2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회원은 1800여 명까지 늘었다. 장 활동가는 “정치하는엄마들은 모든 회원들이 사회적 직위를 버리고 평등한 활동가로 만나는 곳”이라며, 정치하는엄마들의 기자회견 모습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기자회견은 대표가 아니라 활동가들이 대부분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언한다. 장 활동가는 “직장에서 집에서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사는 사람들이 기자회견장에 서서 자기 말을 하는 기회는 정말 흔하지 않다”며, “늘 상상한 것의 몇 갑절 이상의 이야기를 해서 내가 울컥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활동가는 “우리 기자회견과 토론회에는 이 시대에 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 정치인이나 어떤 전문가가 해주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치하는엄마들은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본도 인맥도 없는 운동으로 시작한 밑도 끝도 없는 단체가 2년 동안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세상을 바꾼다는 대의도 있지만 회원들 개개인에게는 정치하는엄마들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치하는엄마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장 활동가는 이날 강연을 마무리하며 내년 총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장 활동가는 “여야 할 것 없이 엄마들의 목소리를 대변 못했다는 평가는 대중들의 공감으로 확인됐다”며, “정당들에게 ‘엄마 공천’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정치를 하기에는 자격이 충분합니다. 제가 본 정치하는 엄마들은 너무 충분해서 탈이었어요. 또 선거 때 교육이나 보육 등을 중심으로 ‘엄마정치’가 왜 필요한지 확실히 보여주는 의제를 던질 겁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출범한 지 약 2년 만에 회원 수가 1800여 명까지 늘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출범한 지 약 2년 만에 회원 수가 1800여 명까지 늘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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