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김용희 회장)가 정부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당일 돌연 보이콧했다. 그 결과 정부는 동일한 주제의 간담회를 일주일 만에 두 번 열게 됐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 주최로 마련된 ‘보육지원체계 개편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 보건복지부는 2020년 3월 전면 시행할 보육지원체계 개편과 관련한 시범사업을 지난 5월 13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시범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자 시범사업 지역(서울 동작·부산·여수·양평)의 어린이집 원장들과 어린이집 원장단체, 보건복지부 공무원,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 등 50여 명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간담회 당일, 참석하기로 한 한어총 관계자 19명은 돌연 행사장 입장을 거부하고 건물 입구에서 돌아섰다.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그 까닭이 '집안 싸움'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간담회 참석자 중에는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가연), 구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민련) 등 다른 어린이집 단체 소속 원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참석자는 2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한어총 관계자들이 간담회에 한가연과 한민련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간담회가 열린 호텔 로비까지 왔다가 끝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한어총 "복잡한 이유 있다"… 복지부, 한어총 대상 간담회 다시 개최 예정
간담회 보이콧 이유가 뭘까. 한어총 측에 물었다. 한어총 관계자는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특정 단체 때문은 아니"라면서도 "보이콧 이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차 이유를 묻자 한어총 관계자는 "협의가 안 된 분들이 참석하는 것을 당일 알게 돼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외에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이유가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어총 관계자가 "협의가 안 된 분들"을 언급한 배경에는 어린이집 단체 간의 '껄끄러운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10여 년 전부터 한어총과 구 한민련 간에는 '조직 인정' 문제로 갈등이 있어왔다. 구 한민련이 소송에서 승소해 지난해 한어총 민간분과위원회로 정식 인정받은 바 있으나, 이후 한어총에서 다시 항소한 상태다. 결과는 오는 8월 나올 예정이다.
결국 한어총의 보이콧으로, 오는 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지난 간담회와 동일한 형태의 간담회가 또 열리게 됐다. 한어총 측은 “(내일) 간담회는 복지부에서 요청이 와서 응하게 된 것”이고 "한어총 관계자 18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어총의 보이콧으로 같은 성격의 간담회가 두 번 열리게 된 상황.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다음 열릴 간담회에는 한어총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임원분들을 모실 예정"이라면서, '왜 또 간담회를 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한편, 한어총은 보육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어린이집의 균형적인 발전, 어린이집 간의 정보 교류 및 상호 협조 증진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어린이집 단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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