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 놀이와 노동의 경계에서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 놀이와 노동의 경계에서
  • 기고 = 제충만
  • 승인 2019.07.25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제충만 아동권리활동가

한 유명 키즈 유튜버가 서울 강남 지역 빌딩을 거액에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17년 해당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24일 제충만 아동권리활동가는 키즈 유튜버 문제를 아동 인권 측면에서 조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필자의 동의를 구해 이곳에 옮긴다. - 편집자 말

해당 사진은 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해당 사진은 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이 글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촬영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돈을 버는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에 관한 글이다.

◇ 애가 재밌게 노는데 뭐가 문제인 거죠?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의 콘텐츠는 대부분 아이가 노는 영상이다. 하지만 영상을 살펴보면 놀이의 탈을 쓴 노동임을 알 수 있다. 유엔에서는 놀이를 아동 스스로 시작하고, 통제하고, 구조화하는 모든 활동과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즉, 자발성, 주도성이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 방향으로 아이들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3.7억 뷰의 '아빠 몰래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를 보면 5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와 직접 진행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이 만든 스토리가 있고 카메라 구도까지 이미 잡혀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된 15kg 대왕문어 먹방도 놀이라고 할 수 없다. 촬영 과정을 떠올려보면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계속 끊어 찍기 때문이다. 아무런 통제가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불가능하다.

아이가 웃고 있다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다 놀이가 아니다. 아역 배우도 화면 속에서는 웃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연소 근로자이다. 어른들은 관찰 예능이라도 출연료를 주지 않는가.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도 놀이가 아니라 노동임을 인정하자. 그게 모든 논의의 시작이다.

◇ 부모인데 어련히 알아서 안 할까?

유튜브는 자극적인 시도를 유도하는 성질이 있다. 중간에 걸러주는 시스템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실제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위험하고 자극적인 설정이 종종 만들어진다.

부모라고 해서 언제나 아이에게 최상의 것을 주는 것은 아니다. 몰라서, 부주의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아동학대는 가해자의 80%가 친부모이다. 부모가 자녀를 촬영한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가 다 아이에게 유익하지는 않다.

또한 촬영 시간 관리가 되지 않는다. 유명한 키즈 유튜버들은 거의 매일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쉬는 날도 없다. 모델이나 방송계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영상이 10분이라고 해서 촬영을 10분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기존 아동 노동법이 키즈 유튜버에게 적용되지 않아, 왕년의 유명한 아역 배우들이 앞장서 돈을 버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며 법안 개정에 나서고 있다.

◇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얼마나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2016년 뉴욕타임스에서는 249개 가정을 조사한 결과 자녀들은 어린 시절 사진을 부모가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인식했고, 굉장한 우려와 스트레스를 보였다. 캐나다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함부로 올린 부모를 자녀가 고소한 일도 있었다.

현재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의 경우는 아동의 어떠한 동의 과정이 없다. 아이들은 영상이 어디에 올라가 공유되고 정확히 누가 보는지 모른다. 맘에 들지 않는 장면을 삭제하고 편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트루먼쇼'가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빚어나갈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유명해져버린 키즈 유튜버들이 나이가 들어 부모가 올린 사진과 영상, 그리고 나에 대해 사람들이 남긴 수만 건의 댓글과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이는 자기가 미처 무엇을 그려보기도 전에 종이 한가득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을 받는 느낌일 거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의 빛나는 유년시절은 부모로서 맘껏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을 때까지 소중하게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 재주는 아이가 부리고 돈은 누가 가져가나?

현재 키즈 유튜버의 수익은 부모가 다 가져간다. 미국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1921년 제작)에 출연한 재키 쿠건이 자신이 번 400만 달러를 부모가 탕진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기인해 쿠건법을 만들었다. 이 법으로 번 돈의 15%를 쿠건 계좌에 강제로 보관하게 했다. 맥컬리 컬킨이 부모가 이혼하고 재산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 법 때문이었다고 한다.

2001년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자녀를 7년간 곡예단원으로 혹사시킨 혐의(아동학대)로 최모(58, 곡예사)씨를 수배했다. 최씨는 자녀를 덤블링, 접시돌리기 등 곡예기술을 강제로 훈련시킨 뒤 1994년부터 전국의 건강식품 판매장 등에서 공연을 하게 하고 수익금 6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다.

영상에 출연하는 아동이 하는 것이 노동이라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나머지 85%도 부모 돈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써야 하는 자녀의 재산으로 명확히 했다. 우리도 쿠건법이 필요하다.

◇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한다는데 뭐가 그렇게 불편하냐?

현재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에 대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내 자녀인데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만들어진 영상을 다른 아이가 보고, 그 아이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 추억 만들기 홈비디오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내 아이를 스타 만들고, 번 돈으로 건물을 물려주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와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아이들의 소중한 유년기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