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맞벌이 부부가 가장 난감할 때는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전염병인 수족구에 걸렸다면, 더더욱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긴급하게 휴가를 내거나, 조부모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바로 집으로 데려와야 하고, 가족 중 누군가는 아이가 나을 때까지 수일간 돌봐야 한다. 즉각적인 격리 조치를 하지 않으면, 주변 아이들에게 2차 감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살 아이의 엄마인 기자에게, 이번 주 이런 시련이 닥쳤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질병인 수족구병과의 사투, 그 기록을 전한다. - 기자 말 -
◇ 심장을 철렁하게 하는 말, "어머님 통화 가능하세요?"
"어머님 통화 가능하세요?"
월요일 아침, 출근 후 3시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아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문자가 왔다. 원장님의 '통화 가능하세요'라는 말은 늘 엄마의 심장을 철렁하게 한다. '어디 아픈가?', '놀다가 다쳤나?', '혹시 친구를 때려서 상처를 냈나?', '내가 준비물 안 챙겨 보낸 게 있나?' 등 온갖 걱정근심 어린 생각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게 만드는 무서운 말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원장님께 전화했다. "어머님, 아이 손, 발 그리고 혀에 수포가 보이네요. 미열도 나고 있어요.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수족구(手足口)병은 병의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입, 손, 발에 물집이 생기는 여름철 영유아 단골 법정 전염병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족구병으로 병원을 찾은 5~7세 취학 전 아동은 8만 7633명이었다. 5~7세 수족구병 환자는 4월에는 1783명, 5월 4887명, 6월 1만 6656명, 7월 3만 7805명이었다.
수족구병은 ‘장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 ‘장바이러스’는 ‘폴리오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에코바이러스’, ‘그 밖의 장바이러스’로 나뉘게 되는데 이 중 ‘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는 ‘콕사키바이러스 A16형’이고, 그 외에 ‘콕사키바이러스 A5형, A7형, A9형, A10형, B2형, B5형’ 등에 의해서도 생긴다.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의 확진을 거쳐 격리돼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어린이집 원장님은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고 연락한 것이다.
"원장님, 제가 5분 뒤에 회의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회의 끝나고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1시간 남짓 진행된 회의 내내 '다음 주가 어린이집 방학이라 연차를 몰아서 쓰는데 이번 주에 휴가를 어떻게 내지?', '그럼 남편은 가능할까?', '친정엄마, 시어머님 스케줄 얼른 확인해야 하는데' 등 누가 아이를 맡아야 할지를 고민하기 바빴다. 이처럼, 맞벌이 부부의 아이가 아프면 아픈 아이를 위해 무얼 해줘야 할지가 먼저가 아니라 누가 아이를 맡아야 하나가 선결 과제다.
◇ 전염병으로 긴급 아이돌봄이 필요할 땐 아이돌봄 질병감염아동지원서비스 이용 가능
결국 아이는 내원을 통해 수족구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자 부부와 온가족이 총동원 돼 아이를 돌볼 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맞벌이 가정은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아이돌봄서비스의 질병감염아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가정에 방문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로 소득에 따라 가~다형으로 분류돼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간제 돌봄, 종일제 돌봄, 기관연계돌봄, 질병아동지원으로 나뉘는데, 질병아동지원의 경우 수족구병과 같은 법정 전염성 질병과 감기, 눈병 등 유행성 질병에 감염된 만 12세 이하 사회복지시설, 유치원, 초등학교, 보육시설 등 이용 아동이 이용할 수 있다.
26일 서울의 한 지자체 아이돌봄서비스 제공기관 관계자는 "질병아동지원서비스는 서비스 이용자가 원하는 날짜에 활동이 가능한 아이돌보미를 긴급 배정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의사진단서·소견서·처방전, 어린이집 등 시설 미이용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질병으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갑자기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기 때문에 매칭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A 씨는 "아이가 장염, 수족구에 걸렸을 때 두 번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운 좋게 당일에 배정이 됐지만 한 번은 신청일 이틀 후에 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역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또 다른 워킹맘 B 씨는 "신청했더니 봐줄 수 있는 돌보미 선생님이 없다고 했던 적이 있다. 애 하나가 아프면 온 가족이 힘들다"고 서비스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수족구', 예방은 손씻기 뿐?
수족구병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다. 25일 수족구로 만 이틀이상 먹지 못해 기자의 아이에게 탈수 의심증세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방문한 서울의 한 2차병원에서는 해열제와 구내염 연고, 수액 치료를 처방한 것이 전부였다. 이렇듯 수족구는 통상 5~7일 안에 자연치유가 되는 질병으로 입안 병변 때문에 경구 섭취가 어려워 탈수가 우려될 땐 수액 치료를, 발열시 해열진통제를 포함한 대증 요법이 행해진다.
수족구를 주로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엔테로바이러스 71형과 콕사키바이러스 A16형을 포함한 2가백신이 현재 임상실험 중에 있지만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콜마 계열사인 씨제이헬스케어(CJ헬스케어)가 지난 6월 수족구병 2가 백신물질 'CJ-40010'에 대한 임상1상 승인을 받았다. 26일 한국콜마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CJ-40010'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바이러스를 한 번에 잡는 백신이 된다"며 "상용화는 2020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므로 현재 수족구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유아를 동반해 야외활동을 할 때는 사람 많은 곳은 주의해야 하고 수족구병에 걸린 영유아와의 접촉을 차단해 감염 확산에 힘써야 한다. 외출 후와 기저귀를 갈기 전후 손 씻기와 물 끓여 먹기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너무 뻔하게 느껴지겠지만, 바로 이게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수족구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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