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말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지!"
"어른들 말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지!"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9.07.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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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어른들 말에 끼어드는 아이 양육법

학부모 설명회에서 한 어머니께서 질문하셨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분뿐이랴. '아이가 자꾸 내 말에 끼어든다.' '어른들 말하는데 아는체하고 말을 자른다.' 많은 부모들이 답답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말하기 전에 묻고 싶다. 아이들만 그런가? 어른들은 안 그런가? 우리도 끼어든다. 친구 둘이 얘기하고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거론되면 “뭐뭐~ 왜~ 그 사람 아는데, 왜? 그 사람이 뭐 했어?”라며 끼어든다.

아이가 친구랑 얘기하고 있을 때, “서진아, 오늘 선생님이 무슨 말씀 안 하셨어?” 묻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 말에 답을 하지 않고 친구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면 우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엄마가 묻잖아~ 아까 선생님이 무슨 말씀 안 하셨냐고.” 그렇다. 우리도 타인의 말에 가차 없이 끼어든다. 그런데 왜 유독 아이가 끼어드는 게 불편한 것일까.

“어허!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어릴 적 나는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우리 자랄 때에는 어른들 말씀하시는 데 끼어들면 절대 안 됐다. 왜냐면 ‘어.른.들.이.’ 말씀하고 계시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말씀하기 때문에 끼어들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른이든 아이이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아이에게 이렇게 알려줘야 한다.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지 마”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끼어드는 것은 예의가 아닌 거야. 조금 기다렸다가 얘기해야 해.’라고 말이다.

어른들 말에 끼어들면 혼이 난다.
어른들 말에 끼어들면 혼이 난다.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은 무슨 신호일까. 엄마 아빠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은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신호이다. 나도 함께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사실에 화가 날 부모는 없다. 다만 대화의 맥이 끊긴다는 것과 밑도 끝도 없이 자기 말부터 들어달라는 아이의 태도 때문에 화가 날 것이다.

사람들과의 대화 중 가장 기본적인 예의는 잘 듣고 말하는 것이다. 대화의 목적은 소통에 있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그다음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것이 대화의 기본 예의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본인이 얘기할 타이밍에 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런 사회적 규칙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에 부모가, 우리 어른들이 알려줘야 한다. 상대가 말할 때 그 말을 끊고 네 말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참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말을 자르고 끼어들면 아이에게 얘기한다. “아빠랑 엄마랑 얘기 중이니까 잠깐 기다려 줘~” 그러면 아이들은 10분이고 20분이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다. 절대! 내 말을 먼저 들어보라고 짜증 내거나 고작 2초쯤 기다릴 뿐이다. “엄마, 엄마, 내 얘기는~” 또 다시 말을 시작한다. 당연하다. 지금 막 할 말이 생각났는데, 그걸 당장 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해소하고 싶어서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가 또 말을 끊으면 또 얘기해준다.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다른 사람 대화 중에는 기다렸다가 얘기가 끝나면 말하는 것이 예의인 거야. 잠깐이면 돼 기다려 줘.“ 혼내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짜증 내지 말고 말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기다리라고 했으니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엄마 아빠가 중요한 대화 중이라고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본인들 할 얘기 실컷 다하고, 한참 지난 후에 “그래,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라고 하면 이미 이 아이도 얘기할 맛이 떨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기다린 보람이 전혀 없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엄마 아빠 대화든, 엄마들 모임에서든 본인이 할 말이 생기면 무작정 “엄마엄마”부터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아이 안에 형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에게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기다리려는 태도를 보이면 최대한 빨리 대화를 마무리하고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잊지 않게.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이 순간 부모는 기다린 후에 쏟아놓는 아이의 말에 최선을 다해 집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말은 쉽지~.’ 그렇다 말은 쉽다. 실제로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섯 살 나의 아이도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당장 해소해야 한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 난리도 아니다. 아이가 울기도 하고, 엄마에게 매달려 당최 대화란 걸 이어갈 수 없게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아이가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전화로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며 손으로 ‘잠깐만 쉿~’ 신호를 보내면 이제 아이는 그 순간에 조용히 해준다. 엄마를 부르지도 않고 기다려준다. 엄마가 전화기를 내려놓으면 “엄마, 나 잘 기다리지~?” 의기양양 묻는다. 그리고 참았던 말들을 쏟아놓는다.

우리는 반복해야 한다. 아이와 원할하게 대화하기 위해서 아이도 부모도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아이는 알게 될 것이다. 타인과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다림도 필요하다는 것을. 기다리면 나에게도 얘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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