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쿠아이즈'를 고른 날, 펑펑 울고 말았다
'터쿠아이즈'를 고른 날, 펑펑 울고 말았다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9.08.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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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살고 싶어서 찾아간 그곳

내가 이혼을 한 후 바로 용기를 내어 찾아간 곳이 있었다. 이혼을 한 후 나의 모습은 자포자기 그 자체였다. 수치심, 비참함, 억울함, 그런데도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무리 곱씹고 또 곱씹어봐도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전 남편의 행동. 우울함과 자괴감이 내 자신을 지옥으로 몰고 갔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쯤 우연히 ‘컬러테라피’를 하시는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컬러로 마음을 위로한다’는 글이 내 가슴에 박혔다. 정말 살고 싶어서, 과거의 기억에 헤어나고 싶어서 원장님을 찾아갔다.

처음 경험해본 ‘컬러 테라피’. 예쁜 유리병 안에 다양한 색깔의 오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만을 위한 위로를 받고 싶었고, 지금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상태를 점검받고 싶었다. 뭔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갖가지 색깔의 유리병들이 정말 예뻤다. '이런 걸로 어떻게 마음을 위로하는 걸까?' 궁금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원장님께서는 마음에드는 색깔 세 가지를 골라보라고 했다. 나는 마음에 드는 색깔을 세 가지 골랐다. 원장님은 색깔마다 긍정적인 이야기와 부정적인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그게 지금 나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고른 터쿠아이즈(Turquoise) 색이 '빌 게이츠 컬러'라고 하면서,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무언가 새롭게 창작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그런 나의 기질과 성향들이 직업적으로 잘 맞으면 너무나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님은 내 눈을 따듯하게 보면서, 지금 내가 너무나 큰 충격과 함께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 터쿠아이즈 색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고 사람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눈물이 나왔다.

나는 모든 게 지쳐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붙잡고 살아가기에, 나는 너무도 초라하고 작아진 상태였다. 원장님은 1부터 10 사이의 숫자로 지금 힘든 정도를 표현한다면 몇 번이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덤덤히 "10이요"라고 대답했다. 원장님은 "정말 힘들구나. 은아 씨는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나는 그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컬러맘의 치유 나무'에서
살고 싶어서 찾아간 그곳. 컬러테라피. ⓒ차은아

'이혼해서 많이 힘들지? 네가 얼마나 힘들지 그 마음 다 알아."라고 얘기해 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우연히 만난 컬러테라피 원장님의 위로에 그동안 꾹꾹 참고 또 참으며 쌓아놓은 감정이 터져나왔다. 나는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너무도 힘든데 아무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 내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고 있어.'라는 마음. 이혼을 했다고 나를 조롱하고 무시하고 욕하고, 모두가 다 내 잘못이라며 더 참지 않은 것에 대해 한심하다고 이야기했던 그 시선들. 그들의 행동에 나는 더 큰 상처를 받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하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해주는 듯싶었다.

"지금 정말 힘들지? 정말 힘들 거야. 지금 버티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그 말끝에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정말 너덜너덜해진 내 가슴에 '빨간약'을 살며시 바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내 가슴은 곪아서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을 텐데. 썩은 감정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이혼에 대한 충격을 극복하게 되었고, 죽어가던 자존감을 조금씩 채워가지 시작했다. 다시 살아가야 하는 방법들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되었고, 긴 시간 외롭게 버틴 결혼 생활과 별거 후 이혼 과정에서 받은 상처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기분이었다.

그때 만약 내가 용기 내서 찾아가지 않았다면, 괜찮은 척 살다가 결국 한 순간에 모든 감정들이 터져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죽고 싶어서 찾아간 그곳이 나에게는 살고 싶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해준 첫 번째 장소가 됐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7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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