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최저예산'… 국가 책임보육 의지 있나
다시 한번 '최저예산'… 국가 책임보육 의지 있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9.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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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20년 보육예산이 말하는 국가 책임보육의 현실 대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보육료 현실화를 위해 6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20년 보육예산이 말하는 국가 책임보육의 현실 대토론회’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20년 보육예산이 말하는 국가 책임보육의 현실 대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일 ‘2020년 보육예산이 말하는 국가 책임보육의 현실 대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온 어린이집 원장들을 비롯해 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2020년이 되면 누리과정 보육료는 7년 동안 동결됩니다.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보육료 예산정책은 보육의 질 저하가 초래될 뿐 아니라 영유아의 보육이념을 실현할 수 없는 환경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2020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제출됐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전면 무상보육. 하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안에 담긴 보육예산안은 보육체계개편 예산이 반영되고 보육료가 일부 인상됐으나 보육 현장의 기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회는 김순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비례대표), 김광수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전북 전주갑)이 공동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소장은 ‘2020년 보육예산이 말하는 국가 책임보육의 현실’을 주제로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한 적정수준의 보육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표준보육비용 산정 및 보육료 지원절차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준보육비용이란 0~5세 영유아에 대한 적정수준의 보육서비스제공에 필요한 비용으로,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간식비, 관리운영비, 시설 설치비 등을 산출해 책정한다. 정부는 2005년, 2009년, 2013년, 2018년 네 차례에 걸쳐 표준보육비용을 조사했으나 보육료 현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보육료 예산에 반영이 안 됐기 때문.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34조 제4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어린이집 표준보육비용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의 범위에서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 “보육의 질 제고 위한 적정수준의 보육료 지원체계 구축 필요”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한 적정수준의 보육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표준보육비용 산정 및 보육료 지원절차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한 적정수준의 보육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표준보육비용 산정 및 보육료 지원절차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 소장은 “그간 표준보육비용은 어린이집에서 보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기보다는 서민가구의 보육료 부담경감 및 물가안정을 이유로 억제해야 하는 비용, 정부지원 단가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게 작용해 어린이집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제 보육비용과 큰 차이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선 어린이집의 운영환경과 보육교직원의 처우수준은 열악한 상태에 놓이게 됐고 보육의 질 저하가 초래됐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올해 보육료 예산의 기준으로 삼은 표준보육비용은 교직원 인건비(교사1호봉, 원장 4호봉), 시간외 수당, 차량비 등 모든 항목에서 현실과 거리감이 상당히 있다”면서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해 표준보육비용의 개념과 조사방법, 보육료에 반영하는 기준 등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 보육료와 관련해, “현재 누리과정 보육료 22만 원은 보건복지부의 표준보육비용 연구결과(2013년)에서 산출된 보육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2019년 최저임금 10.9% 인상 등 사회경제적 여건변화를 감안하면 7년간 동결된 누리과정예산은 누가 봐도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소장은 반별 운영비 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행 법규상 보육료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11일 이상 출석 시 정부지원보육료의 100%, 6~10일 출석 시 50%, 1~5일 출석 시 25%를 지원한다. 출석일수가 0일이면 지원하지 않는다.

영유아와 부모의 사정과 선택에 의해 결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보육교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당연히 지출될 수밖에 없다. 영유아의 결석여부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린이집 운영을 어렵게 할뿐 아니라 결국에는 보육의 질을 후퇴시키는 역효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안정적인 반 운영을 통해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출석 현원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반 운영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 운영비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 “최저임금 전제로 한 최저예산… 예산 보면 정부 의지 보인다”

최규화 베이비뉴스 취재1팀장은 "표준보육비용에 못 미치는 ‘최저예산’은 ‘최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최저노동’과 과대한 교사 대 아동 비율로 대표되는 ‘최저보육’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최규화 베이비뉴스 취재1팀장은 "표준보육비용에 못 미치는 ‘최저예산’은 ‘최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최저노동’과 과대한 교사 대 아동 비율로 대표되는 ‘최저보육’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자로는 ▲최병태 교수(대구 수성대학교 보건복지경영과) ▲최규화 팀장(베이비뉴스 취재1팀) ▲이근철 원장(사회복지법인푸른어린이집) ▲장용녀 보육교사(중앙몬테소리어린이집) ▲예지혜 학부모(인천 서구) ▲정성춘 사무관(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이윤신 과장(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이 참석했다.

최병태 교수도 발제자인 김 소장과 같은 주장을 했다. 최 교수는 “연령별로 반별 정원을 채우는 시설도 소수여서 연령별로 인원을 채우고 정원을 충족시키는 시설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표준보육비용의 현실화, 누리비용의 현실화, 급간식비 현실화,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지원체계구축, 반별운영비 지원, 원장의 처우개선 등 정책도입 등”을 주장했다. 

“예산을 보면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정부의 정책이란 결국 ‘돈과 사람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 하는 것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표준보육비용에 못 미치는 ‘최저예산’은 ‘최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최저노동’과 과대한 교사 대 아동 비율로 대표되는 ‘최저보육’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최규화 베이비뉴스 취재1팀장)

최규화 팀장은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춰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보육예산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교사와 부모 모두 (보육료 현실화의) 이해당사자”라는 점을 짚었다.

최 팀장은 "보육 현장에서 그동안 보육예산의 적절성과 구조 개선을 위해 해온 활동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어린이집 운영자 위주의 보육예산 관련 활동은 정치권을 압박하는 데 치중했으나 그 결과는 수년째 ‘동결’ 또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못 미치는 ‘찔끔 인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최 팀장은 최근 영아 급간식비 인상 여론의 파급 전개 과정을 소개했다. 지난 3월 베이비뉴스가 1745원에 묶여 있는 영아 급간식비에 대해 연속보도 했다. 이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급간식비 지원금 현황과 300여 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전수조사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과 보건복지부 장관 앞 기습시위를 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육교사 “경력 인정 못 받고 최저임금”… 학부모 “결국 피해는 아이들 몫”

세 자녀를 둔 학부모 예지혜 씨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일하는 원장님과 선생님들 상황을 못 본 척 방관하는 것은 결국 그로 인한 폐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 자녀를 둔 학부모 예지혜 씨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일하는 원장님과 선생님들 상황을 못 본 척 방관한다면 결국 그로 인한 폐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최 팀장은 이날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뜬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정치인이 무서워하는 것은 ‘표’밖에 없다. 실리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보육의 또 다른 주체들인 교사나 부모들과 함께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면서 “부모들이 함께 해야 언론이 움직이고 언론이 움직여야 여론이 움직인다. 정치인은 그 여론에 따라 ‘의지’를 품는다. (교사와 부모들을) 설득하고 연대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원장, 보육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주체가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10년 이상 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장용녀 씨는 “어린이집(특히 국공립)은 인건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봉수가 높은 교사 채용을 기피하고 설령 경력교사를 채용한다고 해도 실제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수준으로 어린이집에 입사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보육교사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학부모 예지혜 씨는 “무상보육으로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가 아이들에게 좋은 보육환경 제공을 하는 금액으로 알았으나 정적 보육료를 산정하기 위해 조사하는 표준보육비용과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는 현실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 씨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일하는 원장님과 선생님들 상황을 못 본 척 방관하는 것은 결국 그로 인한 폐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불량급식, 차량 안전사고들을 무조건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우리 어린이집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보육료 현실화에 힘을 실었다.

한편, 베이비뉴스는 최근 현재 보육예산의 적절성과 구조적 문제를 따져보고, 보육예산의 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본 기획기사 세 편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어린이집 보육료 딜레마, 조사 따로 예산 따로... 표준보육비용 '있으나 마나', ‘문 열수록 손해’… 어린이집 보육료 답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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