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하던 아이, 아주 작은 학교에 가다!
홈스쿨하던 아이, 아주 작은 학교에 가다!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2.08.31 10: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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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 아이의 개성 살려주는 훌륭한 학교!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지난 4, <우리들의 가정학교>의 유일한 학생으로서 열심히 놀며 조금만 공부하던 큰아들이 다시 일반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우리 가족이 사는 양주시에서 가장 작은 학교, 남면초등학교 양덕분교! 선생님 세 분에, 학급이 세 개이고, 전교생이 11명인 양덕분교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만 해도 작은 학교라는 것이 그리 실감나지 않았는데, 막상 직접 학교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을 때에는 이 학교 너무 좋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사실 처음에는 내년에 취학연령인 둘째를 염두에 두고 학교 설명회에 갔던 것이었다.

 

양덕분교는 일반 공립학교이지만, 학생수가 너무 적어 몇 년동안 매년 폐교가 거론되던 실정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이끌어나가고 계신 젊은 남자 선생님 세 분은, 이제까지 내가 보아온 어떤 선생님보다 열정적이셨다. 지난 일 년 간의 활동을 보여주시며, 수업일수의 1/3을 외부 활동과 특별 활동에 할애했던 이유는, 학교는 작지만 아이들에게는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다.

 

이런 선생님께 배운다면, 이런 학교에 다닌다면, 홈스쿨을 할 예정인 우리 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한 초등학교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은 홈스쿨을 더 하고 싶다고 했고, 지난 번 다녔던 학교가 아닌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낯설어했지만, 이 학교도 경험해보겠다며 따라주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보면 알겠지만, 아이를 보낸 학교에 대해 어떻게 일말의 불평불만이 없을 수 있겠냐만은, 나는 아이에게 한 번도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아이는 지금도 오로지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학교도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1학년을 다 마치지 못했기에 큰아들은 시험을 보아야했는데 무사 통과하여 2학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교과서 공부는 하나도 안 했지만 원없이 책 읽고, 한자와 주산 공부 열심히 한 덕을 본 듯하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두 개 학년이 한 반에서 함께 생활하고, 방과 후 돌보미 교실이나 현장학습에서는 고학년들이 저학년을 한 명씩 전담하여 돌보아준다. 장남으로서 늘 어깨가 무거웠던 아이가 형들과 신나게 학교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생전 처음으로 시험이란 걸 보고 2학년에 올라간 아이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1등을 했다. (2학년 전교생은 3명이다. ^^)

 

양덕분교에서의 첫 현장학습에서 선생님 세 분과 전교생의 모습. 2011년 5월. ⓒ원혜진
양덕분교에서의 첫 현장학습에서 선생님 세 분과 전교생의 모습. 2011년 5월. ⓒ원혜진

 

양덕분교는 양주시 지역신문에 여러 번 기사가 나고, 네이버 탑뉴스에도 전교생 12, 양덕분교의 디지털 교육 실험 - 블로터닷넷이라는 기사가 뜨기도 하여, 이제 조금 유명해졌다. 학생수도 많이 늘어, 지금은 4월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은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한 반에 5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이긴 하지만.

 

2학기부터는 학부모로서 나도 학교에 작은 기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누어 방과후 논술 수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던 아이들을 직접 가까이에서 지도해보니, 점잖아보이던 5,6학년들도 마냥 개구쟁이이고, 남자친구들과 서로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여자아이들도 마냥 새침떼기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운동회 줄다리기에서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 참 좋다. ⓒ원혜진
운동회 줄다리기에서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 참 좋다. ⓒ원혜진

 

방학을 지내며, 다시 홈스쿨을 하고 싶다는 큰아들에게, 동생이 학교를 입학하고 다닐 동안 함께 해주자며 함께 계획을 세웠다. 사실 나도 홈스쿨을 할 때 좋았던 점들이 생각날 때면, 마음이 (자주!)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왕에 찾은 좋은 학교,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릴 생각이다. 좋은 선배들과 친구들과 후배들을 사귀고, 여럿이 단체 생활을 하며,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는, 평범하지만 안심이 되는 그런 학교 생활을 말이다.  선생님의 열정과 학부모의 진심어린 관심과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찬 우리 학교가 나는 참 좋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 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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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09-02 23:15:00
전..아직도..
자연에서 배우는 것도 좋긴한데..
전 아직도 교육은 대도시로 보내고싶다는

j**** 2012-09-01 12:11:00

엄마가 대단하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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