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생님’ 보육교사 푸대접 언제까지?
‘첫 번째 선생님’ 보육교사 푸대접 언제까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2.09.05 11: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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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교사 월급 150만원…휴가는 꿈도 못꿔

[공동기획] 보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베이비뉴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정광진)와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보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을 진행한다. 이번 공동기획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출산율도 높아질 수 없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첫 번째 기사로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인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현실을 짚어봤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 보육통계」 어린이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보육교직원 1인당 맡고 있는 아동 수는 5.4명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육교사 한 명이 열 명 이상의 아이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것으로 나타났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 보육통계」 어린이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보육교직원 1인당 맡고 있는 아동 수는 5.4명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육교사 한 명이 열 명 이상의 아이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것으로 나타났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어느 보육교사의 하루

 

오전 8시 30분, 만 2세아 반을 맡고 있는 서울 구로구 꾸러기동산어린이집 보육교사 홍민경 씨는 어린이집에 출근해 아이들을 맞이한다. 7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아이들을 받고 있지만 이른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해 문을 열어 아이들을 맞이하고 통합보육을 하는 역할은 이화복 원장이 맡고 있다.

 

오전 9시, 아이들이 다 모이면 본격적인 어린이집 일과가 시작된다.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오전 간식 챙겨주기. 오전 10시, 아침 간식을 먹은 후 곧이어 시작된 오전 실내 놀이시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계획안에 따라 놀이 수업을 진행한다. 그림그리기, 책 읽기, 다양한 놀이학습 등을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끝나면 특별활동과 자유놀이 후 오후 2시부터 아이들의 낮잠시간이 시작된다. 유일하게 보육교사 홍 씨가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이들의 수면시간이 모두 다른데다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담임교사와 함께 14명 아이들의 모습을 개별 알림장에 적다보면 2시간의 낮잠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이후 오후 간식을 챙겨주고 놀이수업을 하고 나면 5시 30분이 된다. 아이들은 하원시킬 시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난감이나 동화책 등을 정리하고,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청소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장난감 소독도 해야 한다. 청소가 끝나면 그날의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다른 행정업무들을 처리한다. 그러다보면 수업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매주 금요일마다 퇴근 후 따로 시간을 내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준비할 때가 많다.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잠시만 방심해도 무슨 사고가 생길지 몰라 늘 긴장상태로 쉴 틈 없이 보내고 집에 오면 피곤해 쓰러지기 일쑤예요. 16년 간 보육교사로 일하는 동안 정작 내 아이들은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 급여도 적고 처우개선도 되지 않아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꾸러기동산어린이집 만 2세 개구리반 보육실 창문 너머 백현숙(30) 보육교사가 등원한 아이들이 오전 간식을 먹는 사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귀에 체온기를 대고 일일이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꾸러기동산어린이집 만 2세 개구리반 보육실 창문 너머 백현숙(30) 보육교사가 등원한 아이들이 오전 간식을 먹는 사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귀에 체온기를 대고 일일이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휴식 없는 긴 근로시간…밥 먹을 시간도 없어

 

보건복지부의 2011년 보육통계 어린이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 유형별 모든 어린이집을 합한 수는 총 3만 9,842개소이고 보육 아동은 134만 8,729명으로 어린이집 1곳당 33.9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보육교직원은 24만 8,635명으로 보육교직원 1인당 맡고 있는 아동 수는 5.4명에 이른다.

 

보육교사 홍민경 씨가 근무하는 꾸러기동산서울형어린이집에는 현재 만 1세아는 14명, 만 2세아는 14명, 만 3세아는 15명이 있다. 이 중 1세반과 2세반은 각각 두 명씩, 3세반은 한 명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오전 통합보육은 원장이 직접 하고 있고, 탄력근무를 실시해 보육교사 한 명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7시 반까지 통합보육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은 아침 일찍 아이들이 등원하면서부터 오후 하원할 때까지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휴식시간을 갖기는커녕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상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이를 준수하기가 어렵다.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은 주 6일 이상,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담임교사제도를 활용해 담임교사의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어린이집의 특성상 현장에서 실제로 이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상당수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2시간을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 대체인력 부족…아파도 쉴 수 없어

 

보육교사는 아파도 마음 놓고 아플 수 없다. 담임을 맡은 보육교사가 출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돌봐줄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교사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보육교사가 5인 이하인 어린이집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장기근속자 순으로 보내주다 보니 두 달 전에 예약을 해도 지원받기는 쉽지 않다.

 

복지부의 2011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대체교사 수는 372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대체교사가 83명으로 가장 많은데, 서울 소재 어린이집이 6,105개소인 것을 감안하면 대체교사 1인당 74개소의 어린이집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보육교사 홍 씨는 “갑작스레 몸이 아프거나 집에 일이 생기거나 할 때는 대체교사를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며 “휴가의 경우에도 대체교사를 구한 뒤 쓰라고 하는데 대체교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대체교사 인력부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보육교사 김정혜 씨도 “현재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비담임교사제를 대체교사로 전환해 보육교사들이 연차를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담임교사제는 하루 중 짧은 낮 시간동안 업무분담을 하는 것도 어렵고 혹시 사고라도 발생하면 모두 담임교사의 책임일 수밖에 없어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비담임교사의 경우 주 5일, 4시간 근무에 70만원을 받고 있는데 하루 종일 근무에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담임교사로 하여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해 사기만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담임을 맡은 보육교사가 출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돌봐줄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보육교사는 아파도 마음 놓고 아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담임을 맡은 보육교사가 출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돌봐줄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보육교사는 아파도 마음 놓고 아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열악한 급여수준…정부는 무관심

 

보육교사 16년차 홍민경 씨의 월 급여는 150만원이 좀 넘는다. 4년 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이 서울형으로 전환되면서 1호봉부터 다시 책정돼 현재 4호봉에 준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그래도 이곳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원장 재량으로 홍 씨에게 급여 외에 장기근속수당 26만원과 주임수당 2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린이집은 다른 보육교사들에게도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이나 급여는 어린이집마다 천차만별인데 대부분 근무 연차가 10년 이상 차이가 나도 급여에서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렇듯 연차가 쌓여도 오르지 않는 보육교사의 급여 체계와 턱없이 부족한 복지혜택 때문에 많은 보육교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종필(국민대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정책연구소장은 “열악한 보육교사 근로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집 운영시간과 보육교직원의 근로시간 간에 국가책임이 없다는 점”이라며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12시간으로 규정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인 8시간과 어린이집 운영시간과의 격차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가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아 결국 4시간 차이는 현장에 있는 보육교직원이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제도상의 문제들 때문에 보육교직원은 4시간 이상의 근로를 아무 대가 없이 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교사에게 장시간 근무를 요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가를 제공한다면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할 수 없는데 문제는 정부가 규정한 표준 보육료가 물가 상승률이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임금을 보장하지 못한 보육교직원들이 낮은 보육료를 받으며 장시간 보육환경에 노출되다보니 보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소장은 “보육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보육을 하려면 현재 부모와 아이에게 집중된 보육예산에서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비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진정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100% 공짜 보육이 아니라 질 높은 교육이므로 질 높은 보육교직원이 보육철학에 맞게 제대로 된 보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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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j**** 2012-09-07 01:43:00
교사의 올바른 처우가
교사들의 올바른 처우가 이루어질때 교육부분에서도 질적

j**** 2012-09-05 22:17:00
보육교사
맞아요. 정말 이분들의 대우가 달라져야 아이들을

sksx**** 2012-09-05 21:36:00
보육교사..
너무 힘들고..급여는 작고..
급여라도 많으면 그나마 힘이날텐데..
꼭!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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