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난, 엄마 아빠 웬만하면 받아주세요 
아이의 장난, 엄마 아빠 웬만하면 받아주세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12.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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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장난도 아이 크는데 큰 밑거름 됩니다

Q. 세 살 사내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는 장난이 너무 심합니다. 집에 있는 문이란 문에는 죄다 낙서를 해놓고요, 방 어지르는 일은 예삿일도 아닙니다. 특히 서랍 속에 든 것들을 모두 끄집어내는 장난을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화를 내면 시침을 뚝 떼기 일쑤고,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라치면 같은 장난을 되풀이합니다. 아이의 심한 장난기를 고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A. 아이들은 좀 얌전하게 있나 싶다가도 금방 장난 거리를 찾아내어 만지작거리다 부수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탐색 활동’이다. 탐색 활동은 아이라면 누구나 하는 정상적인 행동이다. 

서랍 속은 아이에게 보물 상자와 같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 그러니 서랍을 열고 놀다가 꾸지람을 듣더라도 왜 꾸지람을 듣는지 알 수가 없고, 꾸지람을 듣더라도 서랍 열기 놀이가 재미있으니 멈출 수가 없다.

장난 심한 우리 아이, 누가 좀 말려주세요! ⓒ베이비뉴스
장난 심한 우리 아이, 누가 좀 말려주세요! ⓒ베이비뉴스

◇ 장난은 아이의 호기심과 탐구심 자극해 발달에 도움 

장난은 아이의 발달에 큰 밑거름이 된다. 부모가 봤을 때 해선 안 되는 장난도 아이에게는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부모가 장난을 금지하고 과보호하면 아이는 자주성과 독립성을 키울 기회를 잃는다. 즉,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장난 한번 안 치고 얌전하고 착한 아이들에게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있는 것이다.

물론 절대 해선 안 되는 장난도 있다. 집은 가위, 약병, 세제, 담배, 성냥, 바늘, 다리미, 토스터, 난로, 포트, 그리고 콘센트나 스위치 같은 위험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아이가 서랍에서 위험한 물건을 꺼내왔을 때 때론 “이건 위험하니까 안돼”라고 따끔하게 꾸짖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위험한 물건을 그대로 두고 “위험해, 안돼”라는 말만 하는 것보다는 위험한 물건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옮겨 보관해야 한다.

아이가 가위로 장난을 친다면 위험하다고 뺏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위를 이렇게 쓰면 손을 다칠 수 있어”라며 안전하게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에게 어떤 행위는 안 된다고 말할 땐 안 되는 이유를 달아서 설명해 주자. 

아이들이 집중하는 시간은 5분 이내지만, 크면서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그러나 집중하는 시간의 총량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스스로 흥미를 느낄 만큼 자극적이거나, 호기심이 생겨야 집중한다. 

아이와 놀이할 때, 충동적이고 산만한 아이의 행동에 당황하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장난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우가 더 많다. 아이가 장난을 치고 소란을 피울 때마다 부모가 관심을 보이고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더 많이 장난치고 소란을 피울 것이다. 부모의 일을 방해할 때 상당한 관심이 자신에게 쏠린다는 사실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장난은 그대로 보아 넘겨선 안 된다. 그럴 때는 부모가 목소리를 바꿔서 정색하고 권위 있게 대처해야 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어떤 때라도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그때 부모의 사정이나 기분에 따라 보아 넘기거나 혹은 화를 낸다면 아이는 무엇이 안 되는 일인지 모르게 되고, 그저 부모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는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아이도 몇 번이고 “절대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면 하고 싶어도 참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의 장난을 너그럽게 받아주되, "안 되는 건 안 돼!" 라고 단호히 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장난을 너그럽게 받아주되, "안 되는 건 안 돼!" 라고 단호히 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 해도 되는 장난과 안 되는 장난을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 

우선 아이의 호기심을 인정하라. 부모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아이와는 집 앞 가게 한번 가기도 쉽지 않다. 가게로 가는 걸음을 뗄 때마다 아이에게는 놀라운 광경과 볼거리가 펼쳐져 매번 관찰해야 한다. 비둘기가 있으면 쫓아가야 하고, 날아서 도망가는 것까지 봐야 직성이 풀린다. 

길모퉁이에 병뚜껑이나 동전이라도 버려져 있으면 꼭 가서 살펴봐야 하고, 꽃이 있으면 꼭 향기를 맡아봐야 한다. 따라서 필요하면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해도 좋은 장난과 나쁜 장난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가르쳐라.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장난은 너그럽게 봐주어라.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고 한다면 모처럼의 자발성도, 호기심도 시들고 만다. 장난기를 잘 길러서 탐구심이 풍부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

익살스러운 장난은 받아주자. 아이도 유머를 안다. 아기들도 “없다, 없다, 까꿍” 하면 소리 내어 웃는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로 즐겁고 익살스러운 장난을 좋아한다. 세 살이 되면 동작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말의 재미도 알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장난을 즐겨한다. 아이의 행동을 유머로 받아야 할지, 까부는 것으로 받아야 할지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되도록 아이의 즐거운 익살스러움은 받아주자.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지 마라. 부모도 아이가 심한 장난을 치면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서 화도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그런 반응이 자신에 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장난을 칠 때마다 과도하게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의 장난이 관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해 지속하게 된다.

나쁜 장난은 받아주면 안 된다. 아이는 장난을 심하게 해서라도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다. 그래서 천박한 말이나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장난기를 활용해 좋은 생활습관을 들이는 방법도 있다. 형제끼리 눈싸움해서 진 쪽이 장난감을 치운다거나, 이불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낮잠을 자는 등 즐거운 체험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들이다 보면 밝고 즐거운 아이로 자랄 것이다. 

아이가 장난 심하다면 컨디션 관리에 특히 신경 쓰세요. 아이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하고,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거든요. ⓒ베이비뉴스
아이가 장난 심하다면 컨디션 관리에 특히 신경 쓰세요. 아이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하고,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거든요. ⓒ베이비뉴스

◇ 아이의 장난이 심해졌다는 것은 이제 더 넓은 세계가 궁금해졌다는 뜻

착하고 얌전한 것을 좋은 아이의 기준으로 삼지 말자. “조용히 그림책 읽어라”, “말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똑바로 대답하는 거야” 등 잔소리가 많아지면 아이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아이가 된다. 까불거나 재미있는 것을 생각해 내는 아이는 작은 일에도 머리를 쓰고 생각을 잘 해낸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조심하라. 아이는 뭐든지 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내적인 에너지가 부모의 과보호로 틀에 갇혀 이른바 ‘착한 아이’로 큰 아이는 커서 부모나 친구들과 독립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자존감을 키워주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며 쉽게 자신감을 잃고 좌절에 빠져들기 일쑤며 의욕 없고 열등감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아이의 일과는 규칙적으로 만들어라. 낮잠과 밤잠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다. 이 말은 심지어 휴가를 떠난 중이라도 가능한 아이가 평소의 일과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잠들 시간을 고려하여 저녁 외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의 컨디션을 관리하라. 낮잠 시간은 줄어들고 주변에 더 관심이 커지는 시기인 세 살. 이제 부모는 아이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 아이는 컨디션만 좋다면 부모가 원할 때, 부모가 원하는 어디든 기꺼이 함께 갈 것이다. 여러 가지 볼일을 보러 가든, 부모의 모임에 참석하든, 종일 걸리는 여행, 심지어 하룻밤 자고 오는 여행이든 어디든지 즐겁게 따라나설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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