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버스 타요>에 등장하는 버스 정비사 ‘하나’, <호야네 집-축구캠프 편>에서 축구를 가르치는 할머니, <내 이름은 펑키>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해결하는 주체성을 가진 다운증후군 아이 ‘펑키’. 이들 캐릭터의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또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문숙경)은 모니터링 전문기관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위탁해 지난 8월에 진행된 지상파(KBS, MBC, SBS,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다양한 직업과 능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킨 프로그램 몇몇이 주목을 끌었지만 대체적으로 남성캐릭터가 여전히 중심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는 종전과 별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다.
어린이들은 TV를 시청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보는 TV프로그램은 성역할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의 성별 분석을 해봤더니 여성은 12.77%(12편)에 그쳤고, 남성은 43.62%(41편)로 여전히 남성캐릭터가 다수를 차지했다.
오프닝이나 클로징을 장식하는 노래를 분석한 결과, <딩동댕 유치원-소곤소곤 비밀친구>의 ‘으랏차차 힘세군, 어머어머 어머양’, <뽀롱뽀롱 뽀로로>의 ‘듬직한 백곰 포비, 영리한 꼬마 발명가 에디, 상냥한 비버소녀 루피, 장난꾸러기 뽀로로’라는 표현은 여자캐릭터에는 수줍음과 명랑함, 상냥함을 드러내는 수식을 하면서 남자캐릭터에는 힘세고, 영리하고, 듬직한 장난꾸러기라는 수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꼬마버스 타요>에 등장하는 ‘하나’라는 여성의 직업은 버스 정비사다. 보통 자동차 정비사는 남성의 직업으로 여겨지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하나’를 통해 여성 직업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호야네 집-축구캠프 편>은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데 기초부터 다지는 할머니의 훈련방식을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점차 이 훈련방식의 장점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할머니가 축구를 가르친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능력까지 인정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내 이름은 펑키>의 경우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펑키’는 호기심이 많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주체적으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쾌활한 성격의 아이다. 장애인과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체성이 있는 캐릭터로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사업부 관계자는 “<호야네 집-축구캠프 편>과 <내 이름은 펑키>, <올리비아>와 같이 다양한 여성의 모습과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여성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여전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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