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적 결혼문화에서 벗어나 검소하고 합리적인 결혼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웨딩 푸어, 허니문 푸어, 하우스 푸어 등 각종 푸어를 양산해낸 한국 특유의 결혼문화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직접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 공공기관도 나서 이를 돕고 있다. 평소 세미나장, 교육장으로 사용하던 곳들을 손봐 예식을 치를 수 있도록 개방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청 시민청
내년 1월 개관하는 서울시청 시민청(서울시 중구 세종로)은 개관 이후 이벤트홀을 매주 토요일 시민을 위한 결혼식 장소로 개방한다. 150명 정도의 손님을 모실 수 있는 공간에 예식 진행을 위한 장비와 간단한 다과를 대접할 수 있는 테이블을 제공한다. 하루 1팀만 예식을 올릴 수 있고 피로연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오는 12월부터 네이버카페를 통해 예식을 신청할 수 있고 시에서 선정한 시민은 시민청에서 주관하는 결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용료는 10~20만원 내외로 책정 될 예정이며 사회와 축가, 사진 촬영 등은 시가 주관하는 재능기부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 문의 : 서울시청 시민소통정책과 02-2133-6416
◇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은 올 해 4월부터 국제회의장을 결혼식을 위한 장소로 개방했다. 250명 내외의 하객을 모실 수 있는 좌석이 식장에 마련되고 바로 옆 구내식당에서 뷔페로 식사를 대접할 수 있다. 강당이용료는 6만 원, 뷔페 가격은 2~2만 8,000원이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가까이에 있고 주차공간은 300대 이상 확보돼 있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하루 한 팀에 한해 신청을 받는다. 내년까지 현재 32건이 예약돼있는 상태다.
- 문의 : 국립중앙도서관 총무과 02-590-0534
◇ 중앙공무원교육원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은 올 해 7월부터 늘새롬관을 토요일과 공휴일에 일반인 결혼식 용도로 개방한다. 늘새롬관에는 150명, 구내식당에는 200명가량의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이 꾸며진다.
늘새롬관 이용료는 없고 구내식당 뷔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150대의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고 대중교통으로는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셔틀버스로 30분이 소요된다.
- 문의 : 중앙공무원교육원 총무과 02-500-8665
◇ 공공기관 결혼식 계획 시 주의할 점
이 외 성북구청, 서대문구청, 양재시민의 숲, 각 지자체 시, 구청과 복지회관 등도 시민을 위한 결혼식장으로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각각의 장소마다 신청 자격, 이용 방법이 상이해 각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별히 공공기관은 비영리로 예식 공간만 개방하기 때문에 웨딩 관련 업체들과 거의 연결돼 있지 않다. 드레스, 사진 등의 품목은 직접 계약해야 하고 예식을 치르는데 필요한 인력 역시 개인 사비와 역량으로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공공기관 예식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식에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꼼꼼히 물어보고 준비해야 예식 당일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비용을 아끼려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건전한 이유가 있는 게 좋다. 공공기관 결혼식 접수를 받을 때 당사자의 사연을 심사하는 경우가 있을뿐더러(한 날 여러 쌍이 몰릴 때 사연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접근성이나 시설 이용 측면에서 다소 불편한 점에 대한 양해를 집안 어른이나 손님에게 미리 구해야하기 때문이다.